무안 조금나루 기절낙지
남도의 대지와 서해의 개펄이 빚어낸 진미  

"함평 천지 늙은 몸이 광주 고향을 보려하고···창평(昌平)한 좋은 세상 무안을 일삼으니···서기(瑞氣)는 영광이라···고산(孤山)의 아침 안개 영암을 둘러 있다···" 동리 신재효가 지었다는 남도창, '호남가'에 소개된 함평 일대는 태평성대를 구가한다.
밭이 좋이니, 찬이 걸게 마련. 함평만의 북향은 구수한 영광 굴비 냄새가 진동하고, 발길을 남으로 돌리면 나긋나긋한 무안 세발낙지 가락이 입 안에서 찰찰 감긴다. 서해안의 끝자락 영광,함평,무안 바다는 남도 별미 중 해물로는 으뜸이다. 남도 평야에서 흘러 내려온 풍부한 영양분을 서해의 밀썰물이 야무지게 반죽을 밀어 밀가루처럼 고운 개펄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자고로 '갯것'은 뻘이 고와야 어물 맛이 좋은 법.

법성포에서 줄곧 해안도로를 타고 내려오면 함평 해수찜 마을을 경유해 무안 바다로 들어간다. 무안읍에서 도리포로 들어가는 해제반도에는 무안의 풍치와 별미가 다 들어 있다. 양파,마늘,대파의 녹색 줄기가 반도의 붉은 흙을 뒤덮고 있는데, 녹색 대지의 양 옆은 푸른 바다에 잠겨 있다.

무안에 가면 기절낙지가 있다. '기절낙지'는 민물에 적셔 쌀을 씻듯 비벼주면 낙지가 잠깐 기절하는데, 막걸리로 만든 물초장에 찍어먹으면 연한 낙지 가락이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 영암의 숭어 어란 또한 별미 중 진미. 4월 산란철에 올라오는 암숭어의 토실토실한 알을 꺼내 한 달간 절여 만드는데 전국에서 한 사람만이 전통 비법을 지키고 있다. 여행길에 들러 그 진귀한 작업을 구경해 보는 것도 좋다.

낙지 축제가 열리는 곳
'목포 세발낙지'가 있게 한 대상은 무안과 영암, 해남의 비옥한 벌이었다. 영암 독천의 연포탕이 유명한 것도 그런 연유. 하지만 간척 사업으로 독천 개펄은 사라졌고, 해남의 뻘은 절반을 잃었다. 상대적으로 무안 갯벌의 세발낙지만 돋보이게 된 것.
망운면 서쪽 끝 조금나루는 '낙지들의 원시림'. 돌고래 주둥이처럼 툭 불거져 나온 모래톱을 위시로 전방위에 갯벌이 펼쳐진다. 푸른 바다를 낀 초록 파밭과 해안가에 자리잡은 풍력발전소, 물 빠진 후 하얗게 드러나는 모래톱이 동화 같은 풍치를 연출한다. 횟집 몇 군데를 빼놓고 우락 시설도 없는 편이라 그야말로 '순백의 여정'을 즐길 수 있다.

하남횟집
낙지를 플라스틱 바가지에 담아 손바닥으로 몇 차례 비벼주면, 꿈틀대던 낙지가 이내 죽은 듯 얌전해진다. 일시적으로 '기절'한 낙지를 물초장에 찍어먹는데, 야들야들한 낙지 가락이 훨씬 더 연하다. 물론 현지 사람들은 왼손으로 꿈틀대는 낙지의 대가리를 잡은 후, 오른손으로 낙지 발을 두어번 훝어내 통째로 우적우적 씹어먹는다. 이게 제 맛이지만, 외지인들을 위한 얌전한 산낙지 요리법을 개발 한 게 기절낙지, 무안버스터미널 뒤편 '낙지골목'에 있으며, 매일 조금나루애서 건져올린 낙지를 내놓는다
전화 061-453-5805 영업시간 09:00~22:00                                                                        메뉴 기절낙지 2만원,산낙지 2만원,연포탕 2만원, 신용카드 가능

Drive info.
법성포 서해안고속도로 영광IC-영광읍까지 23번 국도-읍에서 법성포까지 22번 국도
조금나루 서해안고속도로 무안IC-무안읍에서 현경까지 60번 지방도-77번 국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