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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과가 끝나 다음 마시는 약간의 술은 일터에서 하루종일 시달렸던 몸과 마음의 피로와 긴장을 풀어주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피로할 때 마신 술은 보통 때보다 특히 운전과 같은 섬세한 기술을 요하는 경우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따라서 아주 피곤할 때는 술보다도 휴식이 더 큰 활력소가 된다.
적당량의 술은 혈액 속에서 몸에 이로운 고밀도 리포단백질(HDL)함량을 증가시키고 몸에 해로운 저밀도 리포단백질(LDL)의 함량을 감소시킴으로써 심장병과 동맥경화증의 예방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면 술이 뇌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알코올이 신체에 미치는 여러가지 약리학적 효과 중에서 가장 현저한 효과를 나타내는 장기가 뇌신경계다. 여기서 알코올의 작용은 마취제와 비슷하다.

저용량(개인차가 있지만 맥주 반 병, 소주 한두 잔 정도)을 섭취할 때는 억제성 신경계가 먼저 마취됨으로써 억제되었던 사고나 행동이 풀려서 나타난다. 이때는 좋은 시상(詩想)이나 악상(樂想)등 술의 효과가 좋게 나타나기도 하며, 반대로 난폭한 행동을 해 주위에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는 술의 효과가 나쁘게 표출되는 대표적 사례다. 그러나 다량의 술은 억제성 신경세포 뿐만 아니라 자극성 신경세포까지 모두 마취시킨다. 옛날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에 몸에 박힌 총알을 빼기 위해 사용했던 가장 손쉬운 마취제가 독한 술이었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그러므로 계속된 지나친 음주는 중요한 자아를 마취시켜 심각한 정신적, 신체적 장애를 나타낼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을 엉망으로 만든다.

최근에 밝혀진 중요한 사실은 지나친 음주(매일 소주 반병 이상)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뇌에서 신경 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를 억제시키는 것으로 알려진 알코올로 인해 이 신경 전달물질의 감소가 우울증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술을 마실 때 또 담배를 같이 피우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최근의 연구들은 알코올과 니코틴의 상승작용으로 인해 술만 마실 때보다 청각기능에 더 큰 장애가 올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한 술도 일종의 마취제라는 점에서 신경세포의 활동성을 저하시키는 신경안정제나 수면제를 술과 함께 복용할 때는 그 효과가 항진된다. 평소 신경안정제를 과량 복용하던 사람이 술에 만취될 경우 생명 중추의 마비로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다.

이밖에도 알코올은 면역 반응과 생체의 방어기전에 중요한 백혈구의 수를 감소시키기 때문에 각종 감염성 질환이 높게 발생된다. 감기에 걸렸을 때 술을 마시면 저항력이 감소되어 현명한 일이 못된다.

술에 의한 만성적인 뇌 손상은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다음으로 정신장애를 일으키는 주요한 원인이 된다. 즉, 뇌가 위축되고 신경세포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사고력과 기억력이 감소할 뿐만 아니라 언어장애와 성격장애도 나타날 수 있다. 다시 말하면 노망이 일찍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