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빙벽등반
전국 10여개 인공빙벽장 동호인들로 북적… 1~2개월 훈련뒤 도전, 공포감 극복 관건
극한의 겨울 레포츠가 있다. 빙벽등반이다. 힘과 테크닉을 겸비해야 하는 산악레저의 '정점'이라고 할 수 있다. 평범한 것을 거부한다면 도전해보시길. 예민해진 발끝으로 얼음을 지치고 오르다보면 온몸을 감싸는 짜릿한 전율이 겨울 한기를 단번에 날려버린다.

■ 주말 빙벽장마다 동호인으로 북적빙벽등반. 말 그대로 장비를 착용하고 얼음을 오르는 레포츠다. 몇몇 전문가들의 소유물이었던 빙벽등반은 2000년대 들어서며 국내에서도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인공빙벽장이 속속 생겨났기 때문이다.

강원 인제 용대리 매바위 인공빙벽을 필두로 원주의 판대 인공빙벽, 충북 영동의 송천 인공빙벽, 경북 청송의 얼음골 인공빙벽 등 전국적으로 10여개의 인공빙벽장이 들어섰다. 전문 등반가들의 시범을 직접 보고 체험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많아진 것이다.

주말이면 이러한 인공빙벽장에는 빙벽을 오르려는 사람들이 최대 100여명까지 모여드는 형국이다. 한달에 두 번 이상 빙벽을 오르는 빙벽등반인구는 전국적으로 500~600명. 하지만 동호회나 홀로 빙벽등반을 즐기는 사람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불과 4~5년 사이의 일이다.

빙벽은 산이나 바위와 다른 특징이 있다. 물이 어는 모양이 다르니 같은 장소라도 오를 때 마다 새로움을 경험하게 된다. 또 얼음을 깨면서 잡거나 디딜 곳을 스스로 만들어 올라가야 하기 때문에 변형이 불가능한 암벽에 비해 훨씬 능동적이다.

이 때문에 등산, 암벽을 경험한 사람들이 최종적으로 빙벽에 도전하는 경우가 많다. 산이 주는 난관을 스스로 극복하는 것이 등산의 본질임을 감안하면 빙벽등반은 등산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가장 상위 단계에 있는 셈이다.

■ 심리적 공포 떨치는 것이 급선무하지만 등산, 암벽의 순서를 밟지 않더라도 빙벽등반을 하는 데 무리는 없다. 베테랑이 되기 위해서는 2~3년의 꾸준한 연습이 필요하지만 레저로 즐기기 위해서는 기본이론 교육과 장비를 다루는 법, 몇 번의 실전체험을 통하면 가능하다.

아이스바일(손에 들고 얼음을 찍는 도구)이나 아이젠(미끄러지지 않도록 발에 착용하는 도구) 등 도구를 사용하는 만큼 직접 손과 발을 이용하는 암벽등반에 비해 장비사용에 익숙해지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 개인차는 있지만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이라면 한 시즌(1~2개월)만에 난이도 낮은 빙벽을 오르기도 한다.

여성들도 즐길 수 있는데 각 주요 등산학교의 '빙벽반 프로그램' 참가자 중 여성의 비율은 20~30%에 달한다. 근력과 순발력, 자신감이 필요한 '남성적 레저'임을 고려하면 결코 낮은 수치는 아닌 것이다.

테크닉도 중요하지만 빙벽등반을 하기 위해서는 심리적인 공포감을 떨치는 것이 가장 급선무다. 이것을 떨치고 정상에 올랐을 때의 희열은 어떤 레포츠에 뒤지지 않을 만큼 크다.

■ 등산학교, 실내빙벽장 이용하면 쉬워빙벽등반 시즌은 1월부터 2월 중순까지다. 빙벽등반에 처음 입문하기 위해서는 주요 등산학교에서 운영하는 동계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이 가장 수월한 방법이다.

코오롱등산학교(02-3677-8519)는 내년 1월 10일부터 15일까지 빙벽등반과정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기초적인 이론수업에서 테크닉 실전체험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내용에 관한 수업이 진행되며 초보자도 참가 가능하다. 내년 1월 8일까지 선착순 40명에 한해 접수를 받는다.

정승권등산학교(02-990-5014)는 내년 1월 4일부터 2월 15일까지 매주 일요일 빙벽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 1월 5일부터 10일까지는 주중반도 개설한다. 한국등산학교(02-557-3785)도 내년 2월 5일 빙벽반을 운영할 계획이며 현재 접수를 받고 있다.

이외에 국내 유일의 실내빙벽장인 오투월드(02-990-0202)에서는 연중 빙벽등반이 가능하다. 또 설악산 토왕성 빙벽, 대승폭포, 소승폭포, 강원 춘천 봉화산의 구곡폭포 등은 마니아들이 즐겨 찾는 자연빙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