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빛 파스텔 톤으로 까마득히 뻗어나간 가을 하늘. 그 하늘에 `풍덩` 빠지는 상상을 한 적은 없으신가요. 놀랍게도 방법이 있답니다. 바로 경비행기지요. 명색이 레저전문 기자인데 가만히 있을 수 있나요. 그래서 다녀왔습니다. 직접 경비행기를 몰고 서해 하늘로 솟아 올랐습니다. 아찔했던 그 순간. 시리도록 푸르게 빛났던 그 가을 하늘의 속살을 매경 독자 여러분께만 살짝 보여드리겠습니다. 안전벨트 단단히 매셨나요?

(Fasten your Seatbelt?) 자, 그럼 날아오릅니다. 이륙(Take off).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 어섬비행장. 가을 하늘은 시리도록 푸르다. 윈드삭(바람의 세기를 가늠하는 양말 모양의 깃대)이 축 처진 걸 보니 바람은 거의 무풍에 가깝다. 아쉬운 건 대부도와 제부도의 해안선을 따라 연하게 옅은 안개가 끼어 있다는 것. 시야를 가릴 정도는 아니니 비행엔 무리가 없다. 기종은 예모항공(www.yemoair.com)에서 독점 수입ㆍ판매하는 제니스사의 `CH 601`로 결정. 허리부터 머리 끝까지 전체가 투명 캐노피(유리)여서 가을 하늘의 속살을 들여다 보기엔 안성맞춤이다. S2170(식별번호)은 기자가 직접 조종하고 사진부 이충우 기자는 S2115에 타고 뒤따라 오며 찍기로 한다. 코스는 제부도와 대부도 상공. 어섬비행장에선 하늘 길로 15분 정도 걸린다.

"Ready for Take off runway 33."(활주로 33 방향으로 이륙 준비 끝) 클럽과 간단히 교신을 끝낸다. 후흡.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풀파워`(이륙을 위해 파워를 최대로 넣는 것). 고무줄로 튀긴 듯 기체가 순식간에 튕겨나간다. 40마일. 50마일. 60마일. 오른손으로 잡은 스틱(조종간)을 살짝 들어주니 기다렸다는 듯 CH 601이 고개를 쳐든다. 이 순간이 가장 극적이다. 지상의 중력을 박차고 오르는 경계 지점. 그라운드 이펙트(Ground-effectㆍ이륙과 활주의 경계)를 받자 기체가 순간 `둥실` 뜨는 느낌이 든다. 속력을 충분히 확보하기 위해 스틱을 살짝 눌러준 뒤 곧바로 스틱 업. 그러자 제대로 탄력을 받은 기체가 `L자` 포물선을 그리며 분수처럼 하늘로 치솟는다. 상승률은 800fpm(feet per minute:분당 800피트 상승). 약간의 G포스(중력압박)가 묵직하게 몸을 짓누른다. 기분 좋은 압박이다. 고도를 유지하며 형도 쪽으로 우선회. 사진기자가 탄 비행기도 뒤이어 이륙한다.

어섬 근처의 형도 위에서 본격적인 항공 촬영이 시작된다.

항공 촬영은 위험하다. 특히 비행기 2대가 뜰 땐 더 그렇다. 선명한 사진에 대한 욕심은 자칫 화를 부를 수도 있다. 관건은 고도와 속도 유지. 예컨대 정면 사진을 찍기 위해선 서로 마주보고 100마일 정도의 속도로 질주하는데, 통상 상하 50~100피트(15~30ｍ)를 유지하며 스쳐 지난다.

1차 촬영은 형도 동북쪽 500ｍ 지점. 촬영을 위해 속도는 굼벵이 수준인 75마일(순항은 85~90마일)로 늦추고 고도는 500피트를 유지한다. 뒤따라 오는 S2115기는 700피트에 속도 90마일. "잠깐 고개 좀 돌려줘." 순간 인터콤(무전)을 타고 들려오는 사진부 이충우 기자의 요청.

억지웃음에 엄지손가락까지 들어 주며 잠깐 한 손 비행에 들어간다. CH 601엔 트림(trim) 장치가 옵션으로 달려 나온다. 트림은 조종간의 압력을 스스로 제어해 손을 놓고도 순항을 하게 해 주는 장치. 차로 치면 크루즈 기능이다. 두 손 놓고도 비행이 가능한 셈.

"어때? 표정 괜찮니, 충우?" "예스." OK 사인이 떨어지고 그다음은 서해 바다 위 철탑 촬영. 시화호 주변엔 해안선을 따라 철탑 고압선이 그림처럼 깔려 있다. 고도를 다시 400피트로 낮춘 뒤 동북 방향으로 75마일 순항한다.

이번엔 뒤따라 오는 촬영팀이 500피트 고도로 따라오다 급선회(스팁턴ㆍsteep turn)를 하며 촬영을 하는 고난도 순서. 자칫 고도가 조금만 낮아져도 충돌 위험이 있다. 1차 시도. 왼쪽 9시 방향의 S2115가 쓱 우측으로 틀더니 머리 위를 향해 쏜살같이 달려든다. 쌩. 용을 너무 썼는지 아랫배가 아린다. "한 번 더 해요." 후배 기자 충우는 뭐가 좋은지 한 번 더 하자고 한다. 어느새 다시 왼쪽 9시 방향으로 슬금슬금 다가오는 S2115. "갑니다" 하는 소리와 함께 또다시 머리 위로 `쌩` 기체가 스쳐간다. 이번엔 머리털이 쭈뼛 선다. `오래 살아야지. 그래 이쯤하고 이제 들어가서 마무리를…` 하는데 다시 인터콤을 타고 들려오는 매정한 후배의 목소리. "형, 한 번만 더. 그림 너무 좋다." 그렇게 분위기 좋다며 시작된 스팁턴 고난도 촬영은 이후 4번이나 더 이어졌다.

촬영을 끝낸 다음 순서는 제대로 된 가을 하늘 본격 즐기기. 2개월간 녹슬었던 나의 비행 실력을 다듬어 볼 수 있는 순간이다. 2400 순항 RPM에 머물던 엔진을 다시 길들이기 시작한다. 우선 풀 파워(자동차로 치면 액셀을 끝까지 밟아주는 동작). RPM 계기가 2800을 가리키자 얌전하던 기체가 `왱` 굉음을 내며 다시 요동을 친다. 스틱 업. 마치 스톨(stallㆍ추락) 시험을 하듯 스틱을 당기자 기체가 90도 위로 순식간에 솟구친다. 파스텔 톤으로 빛나는 하늘의 속살은 딱 비행기 속도만큼 100마일로 눈에 스친다. 순간 시리도록 눈이 아린다. 다시 수평 유지. 스틱을 중앙에 놓자 기체도 수평을 유지하며 숨을 고른다. 이번엔 스틱 다운으로 급강하. 마치 추락하듯 기체가 내리꽂힌다. 피가 거꾸로 솟는 마이너스 G(상승할 때 중력 압박과 반대 현상). 머릿속이 아득해지면서 가을 하늘은 마치 푸른 물감을 물에 풀어놓은 듯 원을 그리며 퍼진다. `아` 탄성이 절로 나온다. 하늘 속에 `풍덩` 뛰어들면 그 맛이 상승과 하강에 따라 달라진다. 상승할 때 속살이 유화처럼 선명하다면, 하강할 때 하늘은 수채화같이 흐릿한 느낌이다.

◆ 20시간 교육받으면 자격증14세이상이면 누구나 도전

= 경비행기 배우는 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14세 이상이면 누구나 자격증을 딸 수 있다. 교육시간은 20시간. 남녀노소 누구나 배울 수 있다.

필기시험과 실기시험을 통과하면 `경량 비행기(Sportsplane) 자격증`이 나온다. 경량 항공기는 최대 이륙 중량이 600㎏ 이하인 비행장치다.

교육비는 보험료와 교관비 등을 합쳐 400만원 선. 자격 이수를 위한 기간은 2개월 정도 걸린다. 선뜻 내키지 않는다면 체험비행부터 해보면 된다. 이른바 관숙 비행이다. 20분 정도 하늘을 날아보며 비행에 대한 감각을 익힌다.

현재는 전국에 30여 개 항공 클럽이 있다. 동호인은 2000명이 넘는다. 교육을 받을 때는 자신이 교육받는 비행기가 정식 승인을 받은 것인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경기도 화성에는 5~6개 비행클럽이 활동하고 있다. 클럽하우스를 짓고 가장 큰 규모로 활동하고 있는 비행클럽은 예모항공(cafe.daum.net/flyemoㆍ031-357-7610)이다. 경희대 사이버대학과 결연도 맺고 있다. 예모항공은 분기별로 한 번씩 전국을 경량 비행기로 돌아보는 `크로스 컨트리`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도 찍고 올 수 있다. 비행기 제작ㆍ수입도 한다.

경량 비행기 업계 유일무이한 `토종` 베스트셀러로 통하는 엔젤피시(Angel Fish) 기종이 예모항공 작품이다. 경남 이남 지역에서 비행기 자격증을 따고 싶다면 구미 `푸른하늘항공 클럽(www.푸른하늘항공.com)`을 이용하면 된다. 대한스포츠항공협회(kulaa.or.kr)에서 정식 등록 단체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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