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럭은 낚싯바늘에 걸려 파닥거리고, 사람은 고기를 잡았다는 기쁨에 몸부림친다. 25일 인천 덕적도 부근 해상에서 처음 바다낚시에 나선‘왕초보 조사(釣士)’오현석 기자가 두 시간 만에 우럭(점선 안·왼쪽 큰 사진)을 낚아 들어 보이고 있다.
주말 이런 취미 어때요_배·낚·시
생초짜가 가짜 미끼로 6마리나 낚다니!
경험해 보지 않은 사람에겐 낚시가 전문적이고 어려운 것 같아 보이지만, 요즘엔 초보자도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장비 대여점이 늘어났고 인터넷 정보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바다에서 가짜 미끼를 사용해 이뤄지는 '광어루어 배 낚시'를 떠나면 일반인도 쉽게 광어·우럭과 추억을 함께 낚을 수 있다.
지난 25일 새벽 3시 인천연안부두. 광어를 잡으려는 낚시꾼들이 하나둘씩 '동양호'에 올라타기 시작했다. 항구마다 다르지만 인천항의 낚싯배는 보통 새벽 5시 출항해 오후 3~4시쯤 돌아온다. 서울에서 출발해도 당일치기가 가능하다. 항구에 도착하면 우선 낚싯배 사무실에서 승선명부를 작성해야 한다. 낚시 도구가 없을 경우엔 1만~2만원에 빌릴 수도 있다. 이 경우 두꺼운 옷과 물·간식이 준비물의 전부다.
배에 탄 뒤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도구 정비다. 가게에서 빌린 낚싯대를 꺼내 합사(合絲·꼬아서 만든 줄)가 달린 릴(reel·낚싯대 끝에 달린 낚싯줄을 감고 푸는 장치)을 끼우고, 줄 끝엔 다시 나일론 줄을 묶는다. 나일론 줄에는 낚싯바늘과 봉돌(추)을 매단다. '루어(lure)'라 불리는 고무로 만든 작은 물고기 모양 미끼를 끼우면 모든 준비가 끝난다.
일출(日出)을 뒤로 하고 바닷물을 따라 낚싯배가 흐르고 있다. 조사(釣士)들이 물고기의 입질을 기다리며 망연히 수면을 응시하고 있다.
항구에서 출발한 지 1시간30분 남짓 되자, 힘차게 물살을 가르던 배가 서서히 멈추더니 선장실에서 '삐익'하는 소리가 들렸다. 낚시를 시작하라는 신호다. 배에 타고 있던 낚시꾼 25명이 일제히 낚싯줄을 던졌다. 낚싯줄 끝에 매달린 100g 넘는 봉돌 덕에 물속으로 낚싯줄이 주르륵 풀린다. 어느 순간 '톡'하고 바닥에 닿는 느낌이 왔다.
"봉돌을 바닥에 닿을락말락 유지하는 게 중요합니다. 바닥에 닿았다고 느껴질 때 줄을 살짝 감아주세요."
옆에 앉은 베테랑 낚시꾼 최진욱(39)씨의 말에 따랐지만, 한 시간 넘게 입질은 느껴지지 않았다. 뭔가 줄을 잡아당기는 것 같아 끌어올려도 빈 바늘뿐일 때가 많았다. 그러던 어느 순간 손끝에 '두둑'하는 느낌이 느껴졌다. 낚싯대를 위로 당겨보니 묵직했다. 물고기가 몸을 흔들며 저항하는 게 중간 중간 느껴졌다. 물 위로 물보라를 일으키며 고기가 나왔다. 배가 하얀 자연산 광어였다. "와"하는 탄성을 지르던 찰나 광어를 놓쳤다. 낚시 바늘에는 광어에 물려 뒤틀린 루어만 남아 있었다.
광어는 평상시 바다 밑바닥에 숨어 있다가 먹이가 지나가면 단번에 튀어 올라 먹이를 공격하는 습성이 있다. 바닥까지 드리운 낚싯줄에 묶인 작은 물고기 모양 루어가 조류를 따라 움직이면 광어는 그 미끼를 먹이로 착각해 공격한다. 결국 낚시는 물고기의 감각(感覺)을 속이는 게임이다.
낚시를 시작한 지 2시간쯤 지났을 때 또다시 물고기가 무는 느낌이 전해졌다. 이번에는 몸을 더 앞으로 숙여 낚싯대 끝을 수면 가까이 붙였다. 물 위로 반짝이는 것이 보이자마자 몸을 틀어 배 위로 낚아챘다. 선상 바닥에는 우럭이 퍼덕이고 있었다. 이를 시작으로 광어 세 마리, 장대 두 마리 등 6마리를 잡았다. 나이 지긋한 낚시꾼이 "원래 첫 출조(出釣)가 운이 좋다"며 허허 웃었다.
광어를 손으로 집을 때는 아가미가 있는 목 부분과 꼬리를 동시에 잡아야 움직이지 않는다. 우럭은 엄지손가락을 입에 넣어 턱 밑을 눌러 잡는다. 몇 번 시도하다가 실패하자 옆 자리 여성 낚시꾼이 집어줬다. 이처럼 한 배에 탄 사람들이 서로 돕는 게 배 낚시의 장점이자 매력이다.
바다낚시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방금 낚은 고기를 회로 떠서 먹는 것이다. 젓가락으로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상큼한 향기가 난다. 기름기가 적어 고소한 맛은 덜하지만 그래서 깔끔하다. 특히 자연산 광어의 뱃살은 무르지 않고 오렌지 과육처럼 알갱이가 져 있어 씹는 질감이 독특하다. 양식 광어가 뚱뚱한 아저씨 배라면, 자연산 광어는 아이돌 스타의 '식스팩'에 견줄 만하다.
인천에서 출항한 배들은 대부분 덕적도·선미도·굴업도·이작도 인근 해상을 돌아다닌다. 노련한 선장이 고기가 모이는 물길을 따라 이동하며 포인트마다 멈춘다. 오후 2시가 넘으면 낚시가 끝나고, 생선포 뜨기가 시작된다. 주방에 부탁하면 잡은 고기 양에 따라 1만~2만원 정도 든다. 승선비는 8만원이고 장비 대여료는 1만~2만원. 10만원 남짓이면 추억도 낚고 자연산 광어회도 가져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