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라인스케이트 열풍이 분다. 국내 인라인스케이트 인구가 450만명(대한롤러경기연맹 추산)을 넘어섰고, 통계 자체가 무의미할 정도로 그 수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권효주(여·28)씨는 인라인 하키 때문에 직업을 바꾸었다. 권씨는 "이전의 직장은 출퇴근이 너무 엄격해 인라인을 마음껏 즐길 수 없었다"며 "내 인생에서 인라인은 직업만큼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씨는 요즘 홈페이지를 디자인하는 재택근무를 하면서 '니케'라는 여성 인라인 하키팀에서 수비와 레프트윙을 맡고 있다. 권씨는 '인라인 하키에 애인을 빼앗겼다'며 투덜대는 남자친구에게 얼마 전부터 인라인을 가르쳐주기 시작했다.

지난 88년 미국의 인라인스케이트 제작사인 롤러브레이드사가 우리나라를 홍보차 찾으면서 알려지기 시작한 인라인스케이트는 이후 기존의 롤러스케이트(일명 쿼드스케이트)를 빠르게 대체하며 유행하고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는 바퀴 4~5개가 일(一)자로 나란히 붙어있다는 점에서 바퀴 2쌍이 앞뒤로 달린 롤러스케이트와 외형상 구별된다. 예전의 롤러스케이트는 바닥이 미끈한 실내에서 주로 탔지만 인라인스케이트는 바퀴의 마찰이 적어 일반 도로에서 타도 무리가 없고, 그만큼 속도도 빠르다. 도봉구 'X-스포츠랜드'에서 만난 김태홍(29)씨는 "인라인스케이트의 매력은 장소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속도감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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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지에서 인라인스케이트의 최고속도는 시속 30~40㎞ 정도. 작년에 열린 인라인스케이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조르주 보테로(콜롬비아) 선수의 42㎞코스 우승 기록이 1시간08분14초이다. 하지만 다운힐(Down Hill·내리막을 내려오는 것)을 할 때는 무한질주의 쾌감을 느낄 수 있다.

인라인스케이트는 속도뿐만 아니라 다양한 묘기를 보여줄 수 있다는 것이 또 다른 매력이다. 인라인스케이트의 속도를 이용해 공중동작이나 난간타기 등의 묘기를 선보이는 어그레시브 종목은 화려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인기다. 인라인스케이트 경력 8년의 김대철(25)씨는 "어그레시브의 기술은 100가지가 넘는다"며 "위험한 만큼 짜릿함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인라인하키의 경우에는 이미 동호회 수준을 넘어 프로화를 서두르고 있다. 인라인하키연합회에서는 지난 99년 키나(KINHA)컵을 열면서 이미 세미프로리그를 출범시켰고, 오는 2005년에는 지역을 연고로 하는 프로리그를 탄생시킬 계획을 세우고 있다.

운동을 위해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려는 일반인의 경우 알맞은 스케이트를 선택하고 보호장구를 잘 갖추는 것이 우선이다. 초보자의 경우 스케이트는 보통 25만~35만원선이 적당하다. 신발 부분이 부드러운 천으로 된 것을 고르면 발에 무리가 없다. 무릎·팔꿈치·손목 보호대는 3만~10만원 사이이다. 안전을 위해 헬멧은 필수.

중앙대 체육과학대학 전선혜(全善惠) 교수는 "무릎이 안 좋은 사람은 조깅이나 빨리걷기보다 인라인스케이트를 꾸준히 타는 것이 건강에 더 낫다"며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하체근육을 기르고 몸의 자세도 다듬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