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노동조합

선암사 들머리는 빼어난 숲길이다. 물소리와 숲향기로 가득한 길이 1㎞ 가까이 이어진다. 빽빽이 우거진 참나무.삼나무숲이 한낮에도 어둑어둑한 새벽 분위기를 거느리고 나그네를 빨아들인다. 멋진 반원형 돌다리 승선교(보물 제400호)와 강선루가 그 길 끝자락에 있다. 지금 해체.보수공사중이어서 모습을 볼수 없는 점이 아쉽다. 선암사 앞에는 도선국사가 팠다는 작은 연못 삼인당이 있다. 연못가엔 아름드리 젓나무(전나무) 세 그루가 키자랑을 하고 있다. 연못 맞은편 찻집 뒷길이 굴목재로 오르는 길이다. 오른쪽 장군봉 등산로에 바위에 음각된 마애여래입상과 대각국사가 수도했던 대각암, 보물인 대각암부도가 있다. 굴목재쪽으로 올라 선암사 제2부도밭 지나 다리를 건너고 잠시 산길을 타면 보기에도 시원한 삼나무숲이 펼쳐진다. 60~70년 된 삼나무.편백나무가 어우러진 멋진 숲이다. 풀섶엔 노란 피나물꽃들이 지천이다. 독성이 있다고 하니 조심.

여기서부터 오를수록 가팔라지는 본격적인 돌밭길이다. 물소리는 어느새 숲으로 스며들고 숲은 참나무숲으로 바뀌어 있다. 새소리만이 맑게 굴러내려오는 적요한 산길이다. 딱따구리 소리가 텅 빈 가슴을 울린다. '딱따르르륵'. 거의 진동에 가까운, 집요한 두드림이다. 해맑은 그 소리는 아주 저음으로, 비밀스럽게 산골짝에 잦아든다. 가파른 돌계단길을 한동안 오르면 쉼터가 나오고 선암굴목재 팻말이 보인다. 길이 네갈래로 나뉘는 고개 꼭대기다. 선암사 삼인당에서 여기까지 2.2㎞. 오른쪽으로 오르면 정상인 장군봉이다. 굴목재는 선암사쪽의 선암굴목재와 송광사쪽의 송광굴목재로 나뉜다. 선암굴목재를 큰굴목재라고도 한다. 작은굴목재는 여기서 장군봉으로 오르는 길에 있다.

내리막도 돌계단길이다. 시원한 물소리를 만나 굴목다리 건너 잠시 거닐면 야영장에 이어 수많은 평상들이 깔린 민가가 나타난다. 웬만한 순천 사람이면 다 안다는 보리밥집이다. 맴산골(또는 직영터)이라 불리는 곳인데, 40년전엔 일곱집이 흩어져 살았다고 하나 지금은 최석구(60)씨가 운영하는 이 보리밥집만이 남아 있다. 산기슭엔 숯가마가 있었고, 주막도 한 집 있었다고 한다. 산행객들은 팽나무.개서어나무 아래 놓인 평상에 올라앉아, 곰삭은 김치에 새콤.시원한 돌나물무침 등 산나물.야채가 푸짐한 밥상을 받는다. 골짜기 물소리를 들으며 동동주 한잔을 곁들이면, 참 좋다.

노란 꽃을 한창 피워올리고 있는 돌나물밭을 지나 송광굴목재로 향한다. 얼마 안가 대피소가 나오는데, 여기가 선암사.송광사의 중간지점(양쪽 3.3㎞)이다. '꿩, 꿩' 제이름을 대며 간신히 날아가는 장끼와, 꼬리를 곧추세우고 풀섶을 뒤지는 다람쥐가 주인인 돌밭길을 한동안 오르면 송광굴목재다. 여기서 왼쪽으로 1.7㎞를 오르내리면, 송광사에 딸린 암자 천자암에 갈 수 있다. 작은 암자지만 800년 묵은 두 그루의 곱향나무(높이 13m)가 세월의 무게처럼 묵직하게 다가온다. 1m쯤 사이를 두고 나란히 꽈배기처럼 꼬여올라간 줄기가 바로 세월이다. 보조국사가 중국 왕자인 담당국사를 제자로 삼고 함께 돌아와, 짚고 왔던 지팡이를 꽂은 것이라는 전설이 있다. 눈빛이 형형한 활안 스님이 암자와 향나무를 지킨다.

송광굴목재부터는 송광사까지 줄곧 내리막 돌밭길이다. 또다른 작은 대피소를 지나 참나무 우거진 시누대밭길을 좀 지루하게 내려가면 물소리가 짙어진 뒤 송광사 옆길로 빠지게 된다.

선암사로 돌아가려면 송광사터미널에서 순천행 111번 버스(1200원)를 타고 승주에서 내려 선암사행 1번 버스(790원)를 갈아탄다. 30분 간격.

▲ 선암굴목재와 송광굴목재 사이 맴산골에 있는 보리밥집.(사진 위) 조계산 보리밥집 옆의 돌나물밭.(가운데) 선암사 들머리의 강선루(아래)

선암사- 수백년 고송들 삼층석탑 등 볼거리

송광사- 16국사 배출하고 영정모신 대사찰

순천 조계산 동쪽 산자락에 자리잡은 선.교 양종의 본산 선암사는 아주 그윽한 절이다. 고색창연한 건물들이 수백년 묵은 측백나무.소나무.은행나무들 사이에 아늑하게 묻혀 있다. 봄이면 절 담벼락을 수놓는 청매.홍매화가 아름답고, 절 뒷산 수백년을 이어온 차밭에선 찻잎을 딴다. 백제 성왕때 아도화상이 비로암을 지은 뒤 도선국사가 재건해 선암사로 불렀다. 대웅전 등 목조건물은 대개 조선 후기의 것이다. 조선 숙종때(1713년) 호암화상이 건설한 승선교와 대웅전 앞 두개의 삼층석탑, 대각국사진영 등 보물 8점이 있다. 널찍하고 깊은 뒷간도 볼거리다. 입장료 1200원, 주차료 1000원.

조계산 서쪽 자락의 송광사는 해인사(법보사찰).통도사(불보사찰)와 함께 '삼보사찰'을 이루는 승보사찰이다. 보조국사·진각국사 등 16분의 국사를 배출한 대사찰로, 건물들은 한국전쟁때 불탔으나 16국사의 영정을 모시는 국사전과 목조삼존불감, 고려 고종제서 등 국보 3점을 비롯해 32점의 문화재가 보존돼 있다. 쌀 7가마 분량의 밥(4000명분)을 담아 두었다는, 대형 싸리나무로 만든 구유를 닮은 밥통 '비사리구시'도 볼거리다. 입장료 2300원, 주차료 1000원. 부속암자 천자암의 800년 묵은 곱향나무 '쌍향수'를 보려면 굴목재에서 넘어가도 되지만, 차로 송광면 이읍에서 시멘트길로 2.5㎞ 가량 들어간 뒤 걸어올라갈 수도 있다. 삭도시설이 있는 주차장에 차를 대고 시멘트길로 300m, 돌밭길로 150m를 오르면 된다.

기타 순천 볼거리로 낙안읍성.금둔사.동화사.검단산성, 주암호변 고인돌공원 등이 있다. 선암사 종무소 (061)754-5953. 송광사 종무소 (061)755-0107. 순천시청 문화홍보과 (061)749-3328. 이병학 기자

여행정보

가는길= 수도권에서 호남고속도로 이용해 광주 지나 남해고속도로를 타고 승주나들목에서 나간다. 우회전해 857번 지방도 만나 우회전하고, 죽학삼거리에서 다시 우회전해 괴목마을로 들어가면 선암사 주차장이다. 승주나들목에서 8㎞ 가량.

먹을거리= 선암굴목재와 송광굴목재 사이의 조계산보리밥집(061-754-3756)에서 보리밥(5000원),도토리묵(〃),야채파전(〃),동동주(〃)를 먹을 수 있다. 순천시내 시청 맞은편 골목의 금빈회관(061-744-5553)은 떡갈비 전문 한식당이다. 두툼하면서도 넓적한 쇠고기 떡갈비가 된장찌개,순두부, 그리고 15가지 안팎의 맛깔스런 반찬들과 함께 나온다. 1인분 1만2000원. 돼지고기 떡갈비는 8000원인데 쇠고기와 구별하기 어려울 만큼 맛이 좋다.

묵을곳= 선암사 앞과 송광사 앞에 식당을 겸하는 여관,민박집들이 많다. 2만5000~3만원 선으로 시설은 좋지 않다. 선암사 들머리의 아젤리아호텔(061-754-6000)은 모텔과 호텔의 중간 수준. 4만~8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