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노동조합

서울서 1시간30분. 춘천의 봄은 도심을 감싸안은 의암호에서 막 피어오르고 있었다. 의암호는 시내 서남쪽 소양강과 북한강의 합류지점에 만든 의암댐 때문에 생긴 인공호수다. 호수의 조용한 정취를 비교적 잘 간직하고 있고, 주변에 산책길·휴식공간·드라이브 코스가 있어 춘천시민들의 애정이 각별하다. 춘천에 '호반의 도시'라는 별칭을 준 것도 바로 의암호다.

겨우내 얼고녹고를 반복하던 호수는 우수무렵 완전히 풀려 봄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거렸다. 마음급한 강태공들의 모터보트가 시원스레 물살을 가르고, 놀이객을 태운 '백조'들이 유유히 헤엄쳐 여행객을 설레게 했다.

의암호에서 인기가 많은 곳은 공지천 유원지 주변이다. 공지천 어귀에 꽃망울이 잔뜩 부푼 목련나무 한그루가 봄을 전하고 있었다. 잘닦인 산책로로 조금만 들어서면 호숫가의 상쾌한 정취가 밀려온다.

자전거를 타거나 조깅하는 사람들의 활력넘치는 표정, 서로 허리쯤을 감싼채 걷는 연인들의 낭만, 꺄르르 웃고 장난치는 젊은이들의 우정…. 무료 인라인 스케이트장이나 광장 주변의 잔디밭은 아이들과 함께온 가족들에게 인기고, 족구장은 운동나온 어른들 차지다. 조선 중종이 강을 건널때 설치한 부교를 재현한, 배로 만든 '도하주교'를 건너며 독특한 체험도 해본다. 호숫가 벤치에 가만히 앉아 모든 정경을 보고 있노라면, 모든 게 텔레비전 화면의 '느린 동작'처럼 여유롭기만 하다.

안개에 잠긴 아침이나 석양 무렵 호수는 또다른 모습이다. 사람들이 없는 호수는 찻잔처럼 잔잔하고 고요하다. 이따금 봄바람이 살랑거려도 호수의 잔물결은 부드럽고 넉넉하다. 그 깊고 그윽한 자태에 온갖 잡념이 심연으로 가라앉는다.

앙증맞은 물오리 몇마리가 제각각 무리를 지어 한가롭게 헤엄치다가 이방인의 인기척에 퍼덕퍼덕 날갯짓을 하며 호수위로 날아오른다. 평화롭다. 그래서 시인 김동명은 일찍이 "내 마음은 호수요 그대 노 저어오오"라고 읊지 않았겠는가. 해가 지면, 호수는 하나둘씩 켜지는 도심의 불빛을 품은채 조용히 일렁인다.

가까이서 보면 호숫물이 깨끗하지 않아 아쉽다. 강태공들이 강둑에 죽 늘어서 붕어·향어 등을 낚긴 하지만, 잘 먹지는 않는다고 한다. 춘천시쪽은 "담수호의 한계"라며 "더이상의 오염을 막기 위해 주변 개발을 자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지천 유원지에서 중도선착장~소양2교~춘천댐~서면~의암댐으로 이어지는 40여㎞ 순환길은 의암호의 전경을 훑을 수 있는 빼어난 드라이브 코스면서 마라톤 코스다. 서면은 '박사마을'로도 불리는데, 그동안 이 마을에서 박사 학위자가 80여명이나 나왔다고 해서 이름붙여졌다고 한다.

춘천/글·사진 김종태 기자 jtkim@hani.co.kr

■여행정보

(지역번호 033)=춘천시청 문화관광과(255-0088, chuncheon.go.kr), 공지천 관광안내소(252-3600), 춘천역 안내소(250-3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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