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1~3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순이익이 작년 4분기에 비해 7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특히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10개사의 경우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적자를 내거나 순이익 규모가 작년 4분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예상됐다.
15일 본지의 의뢰로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실적 비교가 어려운 금융지주회사 등 일부 기업을 제외하고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0개 기업의 올해 1분기 순이익이 작년 4분기보다 약 76.2% 줄어든 약 5조5583억원으로 전망됐다. 전망치는 국내 증권사 3곳 이상이 실적 예상치를 발표한 기업을 대상으로 예상치들을 단순평균한 것이다.
실적 전망치를 보면 전 세계 경기침체로 해외 수요가 급감하면서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가장 부진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작년 4분기에 8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이익 적자를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에는 영업이익은 물론 순이익에서도 적자를 볼 것으로 예상됐다. 최근 수주가 급감하고 있는 조선 업체들의 경우 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대우조선해양 등 대표적인 기업들의 매출액·영업이익·순이익이 모두 전 분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최근 미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현대차조차 전 분기 대비 매출액이 약 20% 줄어들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44%, 80%씩 감소할 것으로 증권사들은 추정했다.
불황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더 좋아질 것으로 예상된 기업들도 있다. 화장품 제조업체인 아모레퍼시픽, 교육업체 메가스터디, 불황에 강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 속하는 강원랜드와 엔씨소프트는 작년 4분기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 순이익이 모두 성장할 것으로 전망됐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불황기엔 여성들이 값비싼 옷이나 액세서리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화장을 통해 외모를 가꾸려 한다는 소위 '립스틱 효과'가 작용했다. 메가스터디는 정부의 자율형사립고 육성계획에 따른 중등 교육시장의 수요 확대가 호재다.
조사대상 100개 기업 중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전 분기보다 줄어들 것으로 집계된 기업은 37개였다. 이에 반해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호전될 것으로 예상된 기업은 25개였다. 조사대상 100개 기업 전체를 놓고 보면 올해 1분기 매출액은 작년 4분기와 비교해 13.6% 줄어들지만, 영업이익은 약 64.2%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이처럼 매출액·순이익과 달리 영업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대해 증시 전문가들은 '바닥효과'를 꼽는다. 직전 분기의 실적이 워낙 안 좋았기 때문에 다음 분기의 실적이 나쁘더라도 상대적으로 실적이 개선된 것처럼 나타난다는 것이다.
실제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모두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 25개 기업 중 13개는 작년 4분기에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했었다. 작년 1분기와 비교하면 올해 1분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48.1%, 59.5%씩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증권 홍성국 상무는 "달러 대비 환율이 고점을 찍었고 각국의 경기부양책이 서서히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면 올 2분기부터는 수치상으로 기업실적이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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