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들의 어이 없는 몰락과 '기록 흉작'이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흥행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세계 육상의 단거리와 장거리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두 황제인 남자 100m의 우사인 볼트(25ㆍ자메이카)와 남자 1만m의 케네니사 베켈레(29ㆍ에티오피아)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같은 날(28일) 각각 실격과 기권이라는 복병에 발목이 잡혔다.
그들이 누구인가. 육상을 조금이라도 아는 팬이라면 고개를 끄덕인다. 9초58의 세계기록을 갈아 치우며 현존하는 '세상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가 볼트다. 인간의 한계를 논하는 기준 역시, 볼트에 맞춰져 있다.
베켈레는 '장거리의 우사인 볼트'로 불린다. 현재 5,000ｍ 세계기록(12분37초35)과 1만ｍ 세계기록(26분17초53) 보유자, 2008년 베이징올림픽 및 2009년 베를린 세계선수권에서 5,000m와 1만m를 동시에 석권, 사상 최초로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장거리 2관왕의 위업을 달성한 게 그다.
특히 베켈레는 남은 5,000m 출전도 포기했다. 29일 AP통신에 따르면 베켈레의 에이전트인 조스 헤르멘스는 "베켈레가 내년 런던올림픽에서 5,000m와 1만m 타이틀 방어를 위해 대구 대회 5,000m 출전을 포기했다"며 "그는 고국으로 돌아가 훈련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의 충격적인 탈락에 환상적인 레이스를 한껏 기대했던 지구촌은 크게 술렁거렸다. 현장에서 경기를 지켜보던 대구스타디움 관중석에서는 장탄식이 터져 나왔고, 대구 대회 조직위원회는 곤혹스런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전 세계 외신들은 충격적인 볼트의 탈락을 긴급 타전하기 바빴다. 오히려 대구라는 도시 브랜드 이미지를 지구촌에 각인시킨 노이즈 마케팅이 성공을 거둔 게 아니냐는 자조 섞인 비아냥마저 흘러나오고 있을 정도다.
'기록 흉작'도 심상치 않다. 각 종목마다 풍성한 새 기록이 쏟아져야 대회의 질이 한층 높아지는데, 대구 대회는 전혀 다른 흐름이다.
여자 마라톤과 남자 경보 20㎞, 남자 100ｍ 등 28일까지 이틀간 8개 종목이 끝난 상황에서 세계신기록(WR)은 물론 대회신기록(CR)도 나오지 않고 있다. 자국신기록(NR)만 몇 차례 나왔을 뿐이다.
요한 블레이크(22ㆍ자메이카)는 9초92라는 '평범한' 기록으로 남자 100ｍ를 석권했다. 여자 멀리뛰기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미국의 브리트니 리즈도 지난 6월 미국대표선발전에서 자신이 세운 올해 시즌 최고기록(7ｍ19)에 한참 모자란 6ｍ82만 뛰고도 정상을 밟았다. '마법의 양탄자'로 불리는 몬도트랙을 새로 깐 조직위가 당혹스러워 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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