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날뛰던 설 '차례상 물가'가 올해는 잠잠하다. 정부가 새해 들어 설 성수품에 대해 강도 높은 점검과 공급 확대 등 전방위 관리에 나서면서 설밑 물가 폭등은 아직까지 우려에 그치고 있다.
정부가 선포한 '설 물가와의 전쟁'이 지금까지는 어느 정도 '약발'을 받은 셈이다. 대표적 설 성수품인 정육과 수산물은 유통업체들의 소비 촉진 행사와 어획량 증가 요인이 컸다. 그러나 설 물가가 정부의 강력한 개입 정책에 따른 일시적 측면이 강해 설 이후 공산품을 중심으로 '도미노 물가 인상'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5일 파이낸셜뉴스가 정부가 올해 중점관리 대상으로 정한 주요 설 성수품 가격 동향을 점검한 결과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대부분 하락하거나 보합세를 보였다.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설을 10일 앞둔 지난 13일 기준 배추 1포기(상품) 전국 평균 소매가격은 1194원으로 1년 전 4558원보다 무려 73.8%나 하락했다.
최근 산지 가격 폭락과 축산농가 폐업이 사회문제로까지 대두된 한우의 경우도 갈비 1등급 100g 소매가는 4413원으로 전년 동기(6930원)보다 38% 내려갔다.
aT 관계자는 "한우는 으레 설을 앞두고 수요가 몰려 가격이 오르지만 올해는 정부 주도 아래 농협, 대형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소비 촉진 캠페인을 통해 할인행사에 나서면서 전반적인 가격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어획량 급감으로 몸값이 치솟았던 주요 수산물들도 눈에 띄게 시세가 떨어졌다. '금(金)치' 소리를 듣던 갈치는 한 마리에 4780원으로 전년 7436원보다 36% 정도 싸졌다. 냉동 명태 한 마리 가격도 일년 전보다 42.9% 내린 1482원에 평균 가격이 형성됐다. '국민 생선'인 국내산 고등어 한 마리도 3235원으로 1년 전보다 28%나 가격이 하락했다. 오징어는 마리당 2868원으로 전년과 비슷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갈치, 고등어가 겨울철 들어 수온 저하로 어획량이 풍부해진 게 가격 하락의 요인"이라며 "이번 설을 앞두고 선물과 차례용품으로 많이 소비되는 한우와 수산물이 대체로 지난해보다 싸졌다"고 전했다.
과일은 사과 가격이 많이 올랐다. 사과 후지(10개)는 지난 13일 기준 가격이 3만96원으로 1년 전보다 인상폭이 10%에 육박했다. 배(신고 10개)는 3만339원으로 전년보다 2.8% 인상에 그쳤다. 명절 떡국에 사용되는 쌀은 일반계 20㎏기준으로 4만3727원을 형성해 지난해보다 6.3% 올랐다. 쌀은 최근 청와대가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업체 관계자들을 불러 가격 인상 자제를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T 관계자는 "주요 설 성수품 가격이 내리면서 이번 차례상 비용은 지난해보다 감소할 것"이라며 "전통시장은 18만7157원, 대형 유통업체는 26만8935원으로 지난해 설보다 각각 7.1%, 1.0%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이 같은 설 물가 흐름을 낙관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다.
대형마트 한 신선식품 담당자는 "배추는 지난해 이상고온으로 최악의 작황 때문에 월동배추 가격이 전례 없이 높았던 시기였다"며 "삼겹살도 지난해 초 구제역 때문에 가격이 폭등했던 시기라 현재 가격은 일종의 '기저현상'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유통업계 관계자는 "현재 설 물가는 정부가 감시체제 강화 등 인위적으로 물가통제에 나서는 요인이 크다"며 "신선식품뿐 아니라 가공식품이나 공산품도 원자재가 인상 요인이 반영되지 않은 게 많아 설 이후 물가 인상 러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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