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의 등장은 금융의 근본을 넘어 인류의 상식과 가치관을 뒤흔드는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가상화폐가 금융을 획기적으로 바꿀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 아래 금융권에서는 가상화폐가 금융의 주류를 대체할 수 있을지를 놓고 논쟁 중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 중앙은행 출신의 경제학자이자 일본 내 결제 시스템 분야의 1인자로 꼽히는 나카지마 마사시는 “비트코인은 끝났다”는 도발적인 주장을 내놓았다. 그가 비트코인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취약성
- 보관과 유통 관리 시스템 취약 -
도난과 유출 사건이 발생했지만 비트코인 자체가 위조되거나 조작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시스템이 무너졌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비트코인 자체에는 문제가 없더라도 비트코인을 화폐로 보급하려면 보관과 유통 시스템을 포함한 가상화폐 생태계에 대한 신뢰가 필요하다. 가끔씩 도난당하거나 사라져버리는 화폐라는 인식이 있으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없다. 이런 질서가 아직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비트코인에 대해 안심할 수 없다.
2. 편재성
- 상위 1% 미만의 사람이 90%의 비트코인 보유 -
비트코인 보유 점유율을 살펴보면, 상위 1%가 89%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매우 왜곡된 상태다. 최근에 비트코인 시세가 상승하면서 혜택을 본 사람도 이들 1%다. 현재 거액의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의 대부분은 비트코인 발명자인 나카모토를 비롯해 비트코인 도입 초기부터 채굴을 해온 채굴업자들로 추측된다. ‘한 줌밖에 안 되는 사람에 의한, 한 줌밖에 안 되는 사람을 위한’ 비트코인이 되어버렸다.
3. 비화폐
- 지불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사람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전체의 2% -
언론에서는 비트코인을 실리콘밸리나 뉴욕의 수많은 매장에서 사용할 수 있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대금 지불이 가능한 화폐라는 측면을 부각한다. 하지만 비트코인으로 소액 거래와 지불을 하는 사람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전체의 겨우 2%. 이에 비해 비트코인을 가지고 있으면서 지불은 전혀 하지 않는 사람과 채굴업자의 비트코인 보유량은 50%가 넘는다. 비트코인을 순수하게 가치의 교환 수단으로 사용하는 사람은 매우 한정적이고, 대부분은 투자용 자산으로 이용한다.
4. 투기성
- 가격 변동이 지나치게 심해서 지불 수단이나 가격의 척도로 삼기에 부적합 -
많은 사람이 지불 수단으로 안심하고 사용하기 위해서는 그 화폐의 현재 가격이 안정적이고, 장래에도 안정된 가치를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하루에도 10~15%씩 급락과 급등을 반복하며 요동치는 비트코인 가격은 이러한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당연히 지불 수단으로서도 폭넓게 사용되지 못하고 있다.
5. 집중성
- 모든 거래의 94%가 위안화 거래, 달러화·유로화·엔화 거래는 미미 -
비트코인 거래소의 거래 점유율을 보면, 중국의 거래액이 세계 전체 거래액의 93%, 통화별 점유율도 위안화가 94%로 중국이 압도적이다. 왜일까? 중국 거래소에서 비트코인 매매액이 급증한 것은 위안화 절하를 시행한 2015년 8월. 이 때문에 위안화의 가격이 내려갈 가능성이 높아지자 대량의 위안화를 가지고 있던 중국 부자들 사이에서는 위안화를 외화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일었다. 그러자 위안화 유출에 대한 당국의 엄격한 규제가 시행되었고, 부자들은 규제 회피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사용한다. 당국의 자본 규제를 빠져나가기 위한 수단으로 비트코인을 이용한 것이다.
6. 붕괴성
- 발행 상한선, 채굴에 대한 보상 반감, 분열 소동, 정부 규제 -
법정통화는 발행 상한이 없지만 비트코인은 최종 발행 상한이 정해져 있다. 2017년 8월 중순 기준으로 전체 비트코인의 79%가 발행된 상태. 발행량이 끝나는 날부터는 채굴을 해도 새로운 코인이 발행되지 않고, 채굴업자들은 더 이상 보상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채굴은 사실상 비트코인을 움직이는 엔진으로, 엔진이 멈추면 결국 비트코인 거래도 없어진다. 이는 결국 비트코인 가격과 가치의 대폭 하락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 비트코인 시스템 자체가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
AFTER BITCOIN,
이제 비트코인 이후를 준비해야 할 때
2017년 말 비트코인 가격은 정점을 찍었다. 이를 진심으로 기뻐하는 사람은 소액을 투자한 개인 투자가가 아니라 비트코인 전체의 90%를 보유한 1%였다. 그럼에도, 급격한 가격 상승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보다는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고 전망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의견은 다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제 누구도 ‘코인 가격’을 묻고 답하지 않는다. 비트코인은 ‘일부 특수한 사람들이 사용하는 비주류 서비스’일 뿐 금융의 주류에 영향을 끼치는 존재는 아니다.
유감스럽게도, 모든 사람이 비트코인을 내고 피자를 사 먹을 날은 오지 않을 것이다. 화폐가 아닌 머니게임을 위한 투자 상품으로 전락해버린 비트코인은 앞으로도 가격 상승을 노린 투자용 자산으로만 이용될 것이다.
답은 분명하다, 이제, 비트코인 이후를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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