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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여의도 대한생명 63빌딩에 직장을 두고 있는 회사원들. 7월 1일부터 실시된 금연 확대 조치는 이들에게 가혹하기까지 하다. 이들이 담배 한 개비를 피우기 위해 오르내리는 층은 보통 빌딩의 층수를 초월한다.

불만도 있을 법한데, 기자가 만난 '63빌딩 흡연가'들은 의외로 불만보다는 이 기회에 담배를 끊어야겠다는 말을 많이 했다. 금연 확대 조치 시행 첫날인 7월 1일 63빌딩 앞에서 만난 24층 근무자 정아무개(40)부장은 "건물내에서 담배를 못 피워서 불편하긴 하지만 이 기회에 끊어야 겠다"며 금연의지를 다졌다.

옆에 있던 백아무개(38) 과장이 담배를 피우기 위해 오르내려야 하는 층수는 무려 46층. 평소 사무실에서 10∼13 개비 정도를 피웠다는 그는 "밖으로 나와야 하는 불편함 때문에 오늘 세 개비 정도밖에 피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 동료들도 이 참에 아예 담배를 끊어야겠다고 말들 한다"고 금연구역 확대 이후 사무실 분위기를 전했다.

금연에 도움, 흡연량 확연히 줄어

금연구역 확대 전 63빌딩의 흡연가들이 담배를 피우던 장소는 화장실과 건물복도의 환풍기가 마련된 복도. 이곳마저 흡연이 금지된 7월 1일 이후에는 직원들 대부분이 정문을 중심으로 위치한 동·서 로비 외곽, 63빌딩 기념탑 부근 분수대 주위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특히 분수대 주위에 조성된 작은 공원에는 담배를 피우기 위해 내려온 직원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았다. 오후 2시경 담배를 피우기 위해 모인 사람들만 족히 10팀은 됐다. 로비 외곽의 외부복도에 서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까지 합치면 빌딩 주변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 인원은 얼추 60∼70명이 넘어 보였다.

이들은, 금연구역을 확대하는 데에는 반대하지 않지만, 흡연자들이 담배를 피울 공간을 마련하지 않은 조치에 대해서는 불만을 표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즉, '흡연권'도 보장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26층에 입주해 있는 한 보험사 직원 임아무개(34) 대리는 "사업속성상 손님이 오면 담배를 권하곤 했는데 이제는 공간이 없어 손님 접대하는데 곤란한 점이 있다"며 "접대를 위해서라도 흡연실을 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다른 회사의 경우 금연을 할 경우 건강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혜택을 주기도 하는데 그런 조치 없이 무조건 금지시키는 것은 부적절 하다"며 "흡연자의 인권도 존중해야 하지 않느냐"며 불만을 표시했다.

한 직원은 양심고백(?)을 하기도 했다. "하도 답답해서 화장실에서 아무도 몰래 담배를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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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인구 5배, 건물 주변 꽁초 3배

금연구역 확대 시행 첫날 각 빌딩들의 정문을 오가는 사람들의 수가 부쩍 늘었다.

63빌딩 경비보안담당자 최아무개씨는 "금연구역확대 이후 담배를 피우기 위해 오르내리는 사람들 때문에 정문의 유동인구가 평소의 5배 가량 많아졌다"고 말했다. 최씨는 "유동인구가 많아짐에 따라 엘리베이터 사용량이 많아서 그로 인한 전기료 증가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전기료 등 불필요한 낭비를 막기 위해서라도 각층마다 흡연구역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건물 외부로 나와 담배를 피움으로써 외곽 쓰레기통에 모이는 꽁초량도 평소의 2∼3배에 달했다.

한 환경미화원은 꽁초가 가득 모인 깡통을 들어보이며 "평소엔 하루종일 두세번 깡통을 갈았다, 하지만 오늘은 오전에만 벌써 세 개째 깡통이 꽉차서 비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늘은 쓰레기통이 아닌 곳에 그냥 버린 꽁초들도 부쩍 늘었다"며 "오늘따라 할 일이 많다"고 바쁜 손놀림을 놀렸다.

금연구역 확대 사실 모르는 시민도 많아

한편 빌딩 대부분이 1일부터 건물내 흡연을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건물도 눈에 띄었다.

여의도에 위치한 ㅈ빌딩에서 근무하는 한아무개(36) 과장은 금연구역 확대에 대해 묻자 "뉴스에서 얼핏 본 것 같기는 한데, 우리 빌딩은 아무 변화없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공지를 듣지도 못했고, 회의실이나 건물 복도에서 이전과 같이 담배를 피운다"고 말했다.

시내버스 승강장이나, 지하철 역에서도 여전히 담배를 피우는 시민들이 간간히 눈에 띄었다. 여의도 시내버스 승강장에서 담배를 피우던 한 시민은 기자의 질문에 "정류장에서도 담배를 못 피게 된 줄 몰랐다"며 서둘러 담배를 껐다.

도심 곳곳에 들어선 고층 빌딩 주변에는 어느 곳을 막론하고 삼삼오오 모여서 끽연하는 직장인들의 모습이 보였다. 1일 오후 잠시 빗방울이 쏟아지자 여기저기 모여서 담배를 피우던 직장인들이 서둘어 비를 피해 건물로 대피하느라 부산을 떠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병원·어린이집·학교는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
오락실·PC방·만화방·야구장·축구장에서도 금연

7월 1일 부터 금연구역으로 추가된 곳은 사무용 건축물의 화장실 복도 등만이 아니다. 전자오락실, 만화대여업소, PC방을 비롯해 영업장 면적 150㎡(45평) 이상의 일반 및 휴게음식점(다방, 패스트푸드, 제과점 등) 내부 중 1/2 이상 구역이다. 야구장, 축구장 등 1천명 이상 규모의 실외체육시설도 포함되었다.

또한 보건소, 보건의료원, 보건지소 보육시설 공항·여객부두·철도역·터미널 등 교통관련시설의 승강장, 연면적 1천㎡(303평)이상의 정부청사관리규정에 의한 정부청사 역시 금연구역에 추가되었다. 특히 병원·어린이집·학교는 시설 전체가 금연구역으로 지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