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분규 단골 '이젠 옛말' 
현대중·대우조선등 마찰없이 임단협 속속 마무리 재계에서 '대립적 노사문화'와 '하투(여름투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과 달리, 과거 대형 노사분규의 단골 발생지였던 조선, 기계,전자 부문의 대기업에서 별다른 분규 없이 임금협상이 속속 타결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5일 회사쪽과 마련한 올해 임금협상 잠정합의안을 놓고 조합원 찬반투표를 실시한 결과, 전체 조합원 1만9580명 가운데 1만8491명이 투표해 64%(1만1826명)의 찬성으로 가결시켰다.

이로써 현대중공업 노사는 95년이후 9년 연속 분규없이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기록을 세웠다.

앞서 대우조선해양과 대우종합기계, 대우일렉트로닉스 등 옛 대우계열의 대규모사업장들도 '최단기 교섭기록'을 세우며 임단협을 타결지었다.

■ 경영진의 신뢰쌓기가 선행=대규모 사업장들의 이런 무분규 임금협상에는 경영진의 적극적인 노조 신뢰얻기가 선행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최고경영자가 직접 나서 노조에 경영상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새로운 경영계획 수립 때에도 노조에 충분히 사전설명을 하고 동의를 얻는 노력들을 기울였다.

대우조선의 경우 올들어 임원들이 참석하는 경영회의에 노조 대표들도 참석하게해 의견을 듣고 있고, 분기별로 수주현황 등 경영실적을 낱낱이 공개하고 있다.

지난 2월말 노사 대표가 만난 지 3시간만에 올해 임단협에 합의한 엘지전자도,경영진이 세세한 자금흐름까지 포함된 경영현황 자료를 분기별로 노조에 공개하고,임원들이 지방 사업장을 방문할 때는 가장 먼저 노조 사무실 찾아 현안을 설명하고 건의사항을 듣고 있다.

대우조선 김철관 인사팀장은 "쟁점 현안에 대해서는 임단협 교섭 이전에 노조대표와 조합원들에게 충분하게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고 있다"면서 "경영의 투명성 확보를 통한 신뢰 쌓기가 무분규 교섭의 열쇠"라고 말했다.

■ 노사협의의 범위도 확대=임금이나 근로조건 등 교섭대상이 아닌 사안에 대해서도 경영진과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그 결과를 임단협 수준의 합의로 도출하는 사례도 있다.

엘지전자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안에 따른 성과급 재원 가운데 5억원을 사회봉사활동기금으로 출연하기로 했다.

또 지난해에는 회사의 연구개발투자진작을 위해 회사에서 조성한 성과급 재원 6억원을 연구개발 인력에 우선 주도록 합의하기도 했다.

대우조선 경영진과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회사는 사내 하청노동자들의 복지와 처우개선을 위해 계속 노력한다"는 별도 협약서를 체결해, 각자의 이익과는 상관없는 분야까지 배려하는 성숙한 노사문화를 보여주기도 했다.

대우조선 노조는 분기별로 복지향상을 위한 별도의 노사협의회를 개최하고, 양쪽이 모두 관심을 가진 경영현안에 대해서는 노사동수로 위원회를 구성해 풀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