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트에 ‘○세 이하·○○○는 제외’ 단서 조항
기업들도 기존 관행 그대로… 차별판정 땐 벌금

‘응시연령 만 29세 이하’, ‘2009년 8월 졸업 예정자’.

나이에 따른 취업·채용에서 차별을 금지하는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률’(연령차별금지법)이 22일부터 시행됐지만 ‘나이 족쇄’는 여전하다. 특히 정부기관 채용공고에서도 지원자 나이를 제한하는 조항이 버젓이 들어 있다.

사실상 연령차별금지법 시행 첫날인 23일 정부·공공기관 채용정보를 알리는 ‘행정안전부 나라일터’ 사이트에 올려진 서울지방경찰청 행정인턴 7명의 지원자격은 ‘만 18세 이상 29세 이하’로 돼 있다. 경찰이 밝힌 것처럼 행정인턴 신분은 사무를 보조하는 ‘근로자’이므로, 15세 이상의 모든 근로자 모집과 채용에서 나이 차별을 금지한 연령차별금지법의 적용 대상이다. 이 사이트에 함께 게시된 서울 마포·송파·양천·성동·종로경찰서 등의 채용공고도 나이 제한이 있다.

기간제 방호직 근로자 1명을 뽑는 광주지방국세청도 응시요건을 ‘만 18세 이상’으로 제한했다. 경인지방통계청은 행정인턴 자격을 ‘만 18세 이상 29세 이하’로 제한하면서 ‘대학(원) 재학생 및 졸업 예정자는 제외’라는 단서조항까지 달아 나이와 학력 이중차별을 하고 있다.

민간기업도 법을 어기기는 마찬가지였다. 기업이 법 시행 이전에 공고를 올렸을지라도 모집과 전형 과정에서 나이에 따른 차별행위가 인정되면 처벌될 가능성이 크다.

이날 A사이트에 올려진 모 그룹의 채용공고에는 ‘2009년 8월 졸업예정자 또는 기졸업자’로 나이 차별적 문구가 들어 있었다. 다른 기업 채용공고에서도 ‘4년제 정규대학 기졸업자 및 2009년 8월 졸업 예정자’라는 문구를 볼 수 있다.

B사이트에 공고를 올린 다른 대기업은 ‘2009년 8월 또는 2010년 2월 졸업예정자 및 기졸업자, 2009년 8월 석사 또는 박사학위 취득예정자, 기졸업자’ 등의 제한 규정을 뒀다. 이 대기업은 지난주 채용 공고를 올려 현재 서류를 접수 중인데, 법 시행 이후 진행될 면접 등에서 떨어진 지원자가 국가인권위에 진정할 경우 나이 차별로 판정될 가능성이 크다. 연령차별금지법은 당사자가 나이 차별 발생일로부터 1년 이내 인권위에 진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별행위로 인정되면 사업주는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고, 노동부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까지 물어야 한다.

한 기업체 인사 담당자는 “그런 법이 있다는 걸 듣긴 했는데 어떤 것이 차별행위가 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아직 갖고 있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차별행위 판단은 채용공고일이 아니라 모집·채용 과정에서 일어난 구체적인 차별행위의 발생시점을 기준으로 하므로 법 시행 전 이뤄진 공고라서 해서 예외가 되는 건 아니다”며 “특히 인턴, 기간제, 비정규직 등 모든 형태 고용과정에서 차별행위가 조사·판단 대상이므로 각 기관과 기업은 세심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