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판결 이후 현장에서 기업들이 통상임금 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애를 쓰는 가운데 고용노동부가 일방적으로 ‘사업주 편향’의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지도지침)을 내려 노동계가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지부장 심종섭, 금속노조)은 27일 오후 1시 첨단 광주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통상임금 노사 지도지침 폐기와 직무-성과 중심 임금체계 개편 중단을 촉구하며, 통상임금 정상화를 위한 투쟁을 적극 전개할 것이라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고용노동부의 지도지침 관련해 “이런 식이면 기본급조차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못하는 어이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꼬집는 한편 지도지침 가운데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내용에 대해서도 “이는 극단적인 사용자 편향으로, 박근혜 정권이 통상임금 논란을 빌미로 직무성과급제와 임금피크제 등 임금유연화를 확대시키려는 목적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 규탄했다.

금속노조는 “노동부는 노사지도지침에서 신의칙 적용에 따라 고정적 정기상여금의 소급분에 대해서 아예 청구할 수 없는 것처럼 표현했다”면서 “신의칙 적용시점과 관련해 대법원은 이 판결 이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명시했는데도 노동부는 단협 유효기간까지 신의칙이 적용된다고 우기고 있다. 정기상여금 등도 지급일 기타 특정시점에 재직하는 노동자에게만 지급하는 경우에는 통상임금이 아니라는 억지 주장을 하고 있다”며 ‘기본급도 통상임금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이라 강조했다.

나아가 “정부와 노동부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사용자 편향의 해석을 내놓을 것이 아니라, 통상임금범위를 편법 축소하거나 가산 임금을 피하려고 꼼수 쓰는 기업들이 없는지 감독을 강화하는 것이다. 또 신규 고용을 통해 비정상적인 장시간 노동 관행을 개선하도록 사용자를 지도하는 것”이라며 “통상임금 정상화의 본질은 저임금, 장시간 임금체계를 개선하여 노동시간을 줄이고, 줄어든 노동시간만큼 새로운 정규직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라 주장했다.

기자회견에 앞서 박봉주 민주노총 광주지역본부장은 “지난해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GM 회장에게 80억 달러 유치를 위해 GM에 해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데서 시작된 문제”라며 “고용노동부가 노동자 이익에 반하고 재벌 이익을 옹호하는 행동을 하고 있다. 이름을 고용기업부, 고용재벌부, 고용삼성부로 바꿔야 한다”고 꼬집었다.

심종섭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장은 “현장에서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들에게는 무차별 탄압하고 자본에게는 솜방망이 처벌을 하는 게 신의성실의 나라냐”며 대법원이 내놨던 ‘신의칙’에 대해 반문하면서 “조직돼 있는 민주노총 조합원 뿐만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이 피해를 입을 것이다. 조직되지 못한 노동자는 주는대로 받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기업들, 대법원 판결 왜곡·통상임금 축소 꼼수 동원

금속노조에 따르면, 기업들이 통상임금 범위 축소를 위한 꼼수를 쓰거나 대법원 판결을 왜곡해 부당노동행위를 하는 경우가 드러나고 있다. 특히 통상임금범위를 축소하기 위해 △단체협약 상 임금항목에 재직자 기준을 추가토록 하거나 △통상임금 축소를 위한 수당신설의 편법 △단체협약에 ‘ 통상임금 제외항목’ 삽입을 강요하고 있는 등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또한 통상임금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한 기업의 경우에는 대법원 판결 뒤 통상임금 제조정 및 임금 재산정을 요구하자 ‘타사의 일’이라며 ‘판결 이전 노사교섭에서 다룰 수 없다’고 하는 등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을 왜곡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23일 노사 간 임금단체협상에 앞서 가이드라인으로 통상임금 지도지침을 발표했다. 지난달 통상임금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판결에 따라 사업장별 임단협에 혼란이 예상된다는 것이 지침을 발표한 이유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