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거래 정치’ 시대

당내 기반은 약해도 대중   교감이 큰몫…   민심 반영엔 좋지만 실체   검증 쉽지않아   한나라당 오세훈(吳世勳) 후보의 서울시장 경선 승리는 ‘조직 정 치’ ‘관료 정치’ ‘엘리트 정치’의 뿌리가 깊은 한나라당 안에 충 격을 줬다. ‘대중과 함께(Go Public)’ 하지 않으면 이제는 당 내부 에서도 살아남을 수 없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직접 상장(上場)’ 정치 26일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선 “옛날 식으로 정치하던 시대 는 끝났어” “여기서 총회 하지 말고 언론에 한 번 더 나가야 하 는 거 아냐” 같은 말이 오갔다. 중진 의원들도 “이제 국민과 직 접 거래할 능력이 없는 정치인은 그만 둬야 하는 시대가 된 것”이라고 했다.   ‘Go Public’은 회사가 증권시장에 직접 상장을 해서 자본금을 모 으는 것을 말한다. 은행이나 큰손 투자자들로부터 한꺼번에 지 원을 못 받을 경우 일반인들에게 직접 호소해서 사업 자금을 끌 어모으는 것이다.   2002년 대선 과정에서 당내 기반이 취약하던 노무현 후보가 국 민경선을 통해 부상한 것, 정몽준 후보가 정치적 조직 없이 대중 의 인기만으로 3강(强) 후보에 올랐던 것 등은 우리 정치에 있어 Go Public 흐름을 보여준다.   ◆보수층 유권자의 바뀐 의식 이념이나 정책면에서 보수적인 한나라당 조직이나 당원·대의원 들은 이런 흐름에 무풍지대였다. 당내 경선에선 지역구 당원협 의회 운영위원장(과거 지구당위원장) 지시로 몰표를 찍었다. 그 러나 이번엔 달랐다. 한 의원은 “버스에서 누구 찍으라고 해도 귀기울이지 않더라”고 했다.   한나라당 경선에 일반 국민들도 1020명이나 참여했다. 출석률이 30%다. 지난 주 경기 지역 경선에 “10명도 오지 않았다”는 것과 는 대조적이다. 당직자들은 “온 사람들은 한나라당 지지자들일 텐데 꼭 이길 후보가 뽑혀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하지 않고 는 이렇게 많이 올 수 없다”고 했다. 권영세 의원은 “이제 ‘going public’은 한나라당 의원 사이에도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 될 것 같다”고 했다.   ◆장·단점 있어 이런 선택은 일반 국민 여론이 반영되므로 단기 승부에는 유리 하다. 당내든 당외든 본격 검증도 하기 전에 선거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사실상 6개월 준비한 후보들을 오 후보가 16일 만에 무너뜨린 현상이 대표적이다.   정치학자인 강원택 숭실대교수는 장·단점이 모두 있다고 했다. “대의원과 당원들이 그동안 지구당위원장과 가졌던 폐쇄적 결정 구조를 깨고 국민 뜻에 맞추는 자율적·전략적 선택을 했다” “정 당의 이념과 정책을 따르는 게 정치인 개인에게 불리해지는 상 황이 반복되면 ‘정치적 국외자(局外者)’들이 자꾸 등장하게 되 고, 유권자들은 실체를 모르고 투표한 뒤 예상치 않은 피해를 결 과적으로 입을 수 있다” 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여당이든 야당 이든 마찬가지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