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전임자 급여금지 규정 삭제해야”

한국 노동법체계 웃음거리로 전락시킨 모순투성이 규정

지난주 금속연맹 법률원에서는 노조전임자에 대한 법률토론회를 개 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노조전임자의 법적 지위를 살펴보고, 노 조전임자 제도에 있어서의 쟁점 사항인 △급여지급 금지 규정 △출 퇴근 의무 △쟁의 중 급여 △업무상 재해 등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 다. 또 일본, 프랑스, 독일에서의 노조 전임자제도의 법적 지위가 우 리에게 시사하는 바에 대한 토론이 진행됐다.   “한국에서 노동기본권의 보장이 '단결금지' 법리 하에 있고 이로 인 해 헌법상 노동3권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서는 갖 가지 제한과 금지를 받고 있으며 그 결과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조항 들이 당당히 법률 내용으로 존재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노조전 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이다.”   1997년 도입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으로 인해 한국 노동 법체계는 대외적으로 웃음거리로 전락했다.   현행 노조법 제24조 제2항에서는 “제1항에 의해 노조의 업무에만 종 사하는 자(전임자)는 그 전임기간 동안 사용자로부터 어떠한 급여도 지급받아서는 아니된다”고 명시, 노조전임자의 급여수령 금지에 대 해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노조법 제81조 제4호는 사용자가 “노조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 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해 노조전임 자에 대한 사용자의 급여지급 금지를 규정하고 있으며 그 위반에 대 해 구제신청과 2년이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벌칙규정을 두고 있다.   부칙 제6조 제1항은 제24조제2항과 제81조 제4호에 대해 2001년 12 월31일까지 적용하지 않는다고 했다가 2001년 3월28일 개정을 통해 2006년 12월31일까지 적용하지 않는다고 해 현재 유보된 상태다. 1997년 노조법이 제정될 당시 도입됐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 정은 10년째 유보된 상태.   모순 덩어리 ‘전임자 급여지급금지규정’ 급여지급 금지규정은 1996년 5월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경영계, 한국 경총이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를 입법화할 것을 요구하 면서 도입됐다. 당시 경영계는 그 이유에 대해 첫째 사용자가 전임자 의 급여를 지급하는 것은 교섭 상대방에게 경비를 지급하는 것으로 논리적으로 모순된 것이고, 둘째 전임자 급여지급 관행은 단체교섭 에서 노조의 전임자 확대 요구로 제기돼 매년 노사갈등의 원인이 되 고 있으며, 셋째 무노동 무임금인데 무노동이므로 임금을 지급받을 수 없고, 넷째 사용자로부터 급여를 지급받는 노조 간부는 독립성·자 주성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없다는 것 등이다.   이같은 경영계의 입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문제를 제기한다. 전임자 급여지급이 교섭 상대방에게 경비를 지원하는 논리적 모순이 있다는 것은 노조의 경비로 될 일체의 비용이 지급되어서는 안 된다 는 논리로, 그렇다면 조합비로 사용될 임금지급조차도 문제가 되 고그 조합비 공제제도 자체도 인정해서는 안 된다는 그야말로 ‘논리적모순’이다.   둘째 전임자 급여지급 관행이 노사갈등의 원인이라는 주장에 대해서 는 노사 간의 대립을 보장하고 조장하는 노조법과 그에 따른 단 체교섭 및 쟁의행위는 허용돼서는 안된다는 노동기본권 금지의 법리, 단결금지 법리의 논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셋째 이유로 들고 있는 무노동 무임금 역시 쟁의행위에 대한 법규정 상의 논리가 노조전임자에게 무차별적으로 적용될 수 없는 것이 며, 노조전임자는 노조업무에 종사하는 자로 무노동이라고 볼 수 없다.   마지막으로 노조 간부의 독립성·자주성 운운은 이미 판례가 노조전 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은 자주성을 잃을 위험성이 현저히 없는 한 부당노동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판시했으며, 또 만약 사용자로 부터 독립성·자주성이 침해된다면 노조가 먼저 주장하는 것이 맞 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은 “경영계가 사용자의 부 당노동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노조의 입장에서 주장하는 태도를 취하 고 있다. 즉, 한국노동법은 노동기본권의 보장이 아니라 노동기본권 의 제한과 금지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그 법의 규제 대상의 확대를 통해 자신의 이익을 관철하려는 기막힌 현실이 발생하고 있다”   전임자 급여지급은 노사자율로 반면 그는 노동계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문제에 대해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하나, 기업별노조 강제주의 하에서 관행 으로 형성된 것이고 노조의 존립기반이 부정된다는 반대 이유는 부 적절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기업별노조가 아닌 산별노조체제인 선진외국에서 노조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제도가 있는 것이 아니고 따라서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 지규정의 도입 여부는 노조의 조직 형태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은 노사자율로 결정할 문제이지 노조의 상태에 따라 정책적으로 선택하고 말 문제가 아니다.”   “선진외국의 입법 사례에서 노조전임자 급여금지규정을 찾기가 어렵 고 또 어디까지나 노사간의 합의로 정하는 것이기 때문에 ILO에서 그 동안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에 대해 삭제를 권고했다”며 “잘못된 관행도 아니고 법으로 금지할 사항도 아니”라고 반박했 다.   그러나 ILO의 권고를 뒷전으로 하고 최근 노동부는 한국 노동법 전반 을 선진화 하겠다는 노사관계 선진화방안 처리를 올해 안에 추진하 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   노동부의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을 살펴보면 ‘노사관계 선진화방안의 다수의견은 전임자에 대한 급여지원을 금지하되, 노조 규모별로 법 령이 정하는 기준 내에서 최소한도의 전임자 급여를 지원하는 경 우를 예외로 하겠다, 또 노조법 제81조 제4호에 대해 최소규모 의 노조사무소 제공 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노조의 전임자에게 급여를 지원하는 예외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수의견 역시 '노조전임자 관련 현행규정은 유지하되, 노사협의 회근로자위원의 비상임, 무보수 규정을 삭제하자'는 의견을 제시 하고있다. 여전히 노조전임자에 대한 급여지급을 금지하겠다는 입장 이다.   “ILO가 입법적 관여사항이 아님을 명백히 밝히고 있고 현행 노조법상 관련규정을 폐지하라고 권고했다”며 “또 전임자 급여지원을 법률로 써 금지하고 급여를 지급했다는 이유로 사용자를 형사처벌까지 하고 있는 입법례는 외국에서도 찾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특히 노조법은 이를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하고 있는데 노조의 요구에 의해 심지어 투쟁력을 바탕으로 하는 노조의 교섭력에 밀려 사용자가 지급하게 되는 것에 대해, 이를 둘러싼 ‘노 사갈등’ 속에서 노조가 ‘전리품’으로 획득한 것에 대해 노조활동에 대한 사용자의 지배개입인 부당노동행위로 평가될 수 없다”고 주장 했다. 따라서 노조법 제24조 제2항, 노조법 제81조 제4항 중 ‘노조전 임자 급여지원’과 관련된 부분은 삭제해야 한다는 것.   마지막으로 ‘선진화’ 안이라면, 선진적이지 못한 법제도는 폐지해야 하는 것이지 노조전임자 급여지원을 금지시키고 예외적으로 ‘대통령 령이 정하는 범위 내에서’ 허용하겠다는 것이 ‘선진화’ 안일 수 없다. 현행 금지규정을 삭제해야 한다고 제안했어야 할 노사관계제도 '선 진화' 연구위원회는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소수의견은 현행 전임자급여지급금지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시행하자는 것이어 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의견이다.' 단결금지의 법리 초기 자본주의 시기인 18세기에 프랑스의 '르 샤플리에 법'이나 영국의 '단결금지법'에서나 찾아볼 수 있었던 법리다. 당시 프랑스 나 영국에서는 노동자가 집단을 이뤄 근로계약을 체결하려는 시도 를 금지하고 처벌했는데, 이것이 단결금지의 법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