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의 작은 거인.’
유엔 산하기구 직원들은 22일 사망한 고 이종욱 세계보건기구
(WHO) 사무총장을 이렇게 불렀다. 160㎝가 조금 넘는 키로 세계
인의 건강과 보건을 책임지는 중요한 책무를 맡아왔기 때문이
다.
한국인 최초로 연간 예산 22억달러, 직원 5,000여명에 이르는
유엔 산하 최대 국제기구 수장에 취임한 이총장은 서울 출생으
로 서울대 의대를 졸업했다. 의대 재학 시절 내내 경기 안양 나
자로마을에서 한센병 환자를 진료하던 그는 이곳에서 가톨릭 신
자로 봉사활동차 한국을 찾은 동갑내기 일본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를 만나 결혼했다.
졸업 후 강원 춘천의료원에서 환자를 돌보던 이총장은 1983년
미국 하와이로 건너가 WHO에 투신, 평생을 의료 봉사활동에 헌
신했다. 이후 이총장은 남태평양 한센병퇴치팀장(1983), 서태평
양지역사무처 질병예방관리국장(1991), 백신면역국장(1994), 결
핵국장(2000) 등 WHO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백신국장 재직 당
시 소아마비 유병률을 1만명당 1명 이하로 떨어뜨려 ‘백신의 황
제’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2003년 1월, 7차례의 표결을 거치는 접전 끝에 WHO 사무총장에
당선된 이총장은 이후 아프리카 등 제3세계 국가를 대상으로 말
라리아 등 전염병과 에이즈 예방사업에 전력을 기울여왔다.
최근에는 조류독감 확산방지과 백신개발을 독려해왔으며, 전 세
계적인 금연운동도 WHO 차원에서 전개했다. 지난 3월29일 한국
을 마지막으로 방문한 이총장은 북한의 열악한 의료수준을 개선
하기 위해 기초의약품 생산시설자금 1천만달러 모금목표를 세우
는 등 북한 돕기에도 강한 의지를 피력해왔다.
이총장은 스위스 제네바 현지에서 하이브리드자동차(전기와 휘
발유 공용차)를 직접 운전하는 등 환경보호에도 깊은 관심을 쏟
아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가부라키 여사(61)와 미국 코넬대 전기
공학과 박사 과정에 유학 중인 충호씨(28)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