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버릇없는 아이를 만드는가?
두 식당의 차이점과 아이의 태도
 
 
지난 금요일은 남편의 생일이었다. 저녁때 외식을 하기로 하고 스테이크 하우스에 갔다. 종업원이 안내하는 테이블로 가는 길에 보니, 주말이라 그런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들이 더러 눈에 띄었다.

우리 좌석에 도착하니 세 살짜리 우리 아이를 위해 유아용 보조의자가 준비되어 있고, 색칠하며 놀 수 있는 책과 네 가지 색깔의 크레파스가 식탁 위에 놓여 있었다.

아이가 유아용 보조의자에 앉으니 식탁이 아이에게도 편안한 높이가 되었다. 우리가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동안, 아이는 크레용을 꺼내어 색칠을 하기도 하고 거기에 그려진 그림을 들여다보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마침내, 주문한 음식이 나오자 아이는 음식을 맛있게 먹었다. 아이가 얌전히 앉아서 논 덕분에 우리는 아이에게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천천히 식사를 마치고, 후식까지 즐길 수 있었다. 전체 식사시간이 한 시간 반 정도였으나 아이는 별로 지루해 하지 않았다. 아이 둘을 데리고 건너편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가족도 별다른 소란 없이 식사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와는 다르게, 지난해 두 살 된 아이를 데리고 부산에 갔을 때의 일이다.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맛있는 것을 사 준다고 여러 식당에 데려 갔다.

그런데 숯불 갈비집을 비롯하여 많은 식당이 방바닥에 앉아서 먹는 구조로 되어 있었다. 식당에는 칸막이도 없어서 호기심 많은 아이가 돌아다니고 싶어했다. 아직 말귀를 못 알아들으니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싶어하는 아이를 붙잡는 것은 고역이었다. 식사를 즐기기는커녕 아이를 계속 무릎에 앉혀 붙잡고 있기도 힘들었다.

어린아이를 위한 엉덩이를 높여서 앉게 해 주는 보조의자도 없으니 식탁은 아이에게는 너무 높아서 아이는 내 무릎 위에 앉거나 아이가 무릎을 세워서 앉은 불편한 자세로 음식을 먹어야만 했다.

그런데 한 삼겹살 집에 갔을 때, 그 곳에는 식당의 한 편에 한 두 평정도 되는 작은 놀이방이 있었다. 작은 미끄럼틀이 작은 공이 가득 담긴 상자 안으로 연결되어 있고, 몇 가지의 장난감이 있었다. 식사를 불편한 자세로 해야하는 것은 숯불 갈비집과 마찬가지였으나 아이는 식사를 마치고, 이 놀이공간에 가서 30분 정도 놀았다. 식당 안을 돌아다니며 다른 좌석을 기웃거린다든지 하는 일이 그 식당에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 아이가 식당에서 두 가지 다른 행동을 하는 것을 보고 몇 가지를 생각하게 되었다. 한국의 식당구조나 시설을 고려해 보면, 아이가 돌아다니는 것은 꼭 특별히 버릇이 없어서나 그 부모만을 탓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이 든다. 똑같은 아이가 두 군데의 식당에서 전혀 다른 행동을 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식당에서 아이들을 위한 약간의 배려를 하면 아이는 한결 달라진다.

오랜만에 외식을 하거나 친척을 만나면 아이도 기분이 좋아 활기가 넘친다. 그런데 이런 아이의 관심을 모아 둘 장치가 없으니 아이는 돌아다니려고 한다. 아이가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을 제지할 때 아이가 떼를 쓰려고 하고, 아이 엄마는 아이 단속하느라고 제대로 식사를 하기가 어렵다. 모처럼의 외식이 스트레스가 되고 마는 것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부모도 장난감이나 색칠하기 등 몇 가지 준비를 할 수 있겠지만 앞에서 말한 것같이 몇 가지 배려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앉은키를 높일 수 있는 유아용 의자를 준비하여 아이가 편안한 식탁의 높이에서 식사를 할 수 있게 하고, 색칠하기 종이와 크레파스를 준비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다. 또한 가능하다면, 한 두 평의 작은 공간이라도 아이들의 놀이터를 만든다면 아이들이 식당에서 뛰어 다니는 일은 없을 것이다.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아이가 생긴다는 말을'밥상에 뿔이 난다'고 하는 표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아이가 있으면 부부간의 평화로운 식사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된다. 특히 우리네 밥상은 뜨거운 국이나 찌개 등이 있어 아이가 덮칠 경우 화상의 위험까지 있다. 그래서 아이들을 먼저 밥을 먹이거나 엄마가 아이를 업고 엉거주춤한 자세로 밥을 먹기도 한다.

이때, 식탁을 사용하는 집에서는 '높은 의자(high chair)'라는 유아전용식탁을 마련해 주면 식사습관이 한결 좋아질 뿐만 아니라 부모도 방해받지 않고 식사를 즐길 수 있다. 아이는 한 자리에 앉아서 식사를 해야 한다는 것을 배우게 되며 자신의 식탁에서만 음식을 먹으니 치우기도 쉽다. 아이는 음식을 스스로 떠먹으면서 흘리기도 하고 손으로 먹기도 하지만 먹는 동안 손의 감각 기능도 발달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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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정에서 쓰는 유아전용식탁 

 
가족이 밥상에 앉아서 밥을 먹는 경우는 앉은키를 높여주는 보조의자가 있다. 아이 혼자 앉아서 식사를 할 수도 있고 식탁받침 부분을 떼어 내면 부모와 같은 밥상에서 먹는 것도 가능하다. 또한 성인용 식탁의자에 고정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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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에 고정하거나 밥상에서 사용할 수 있는 유아용보조의자  

 
식당이나 기차 등의 공공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며 시끄럽게 뛰어 다니는 아이들을 보면 누구나 인상을 찌푸리며 그 부모가 어디 있나 살펴보는 것이 인지상정일 것이다. 아이들의 예절에 관한 한 부모의 가정교육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사회적으로도 아이들을 배려하는 여러 가지 장치가 좀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생활습관은 올바른 본보기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를 위해서 어른들이 먼저 아이에게 맞는 환경을 배려해주고 눈높이를 맞출 때, 진정으로 공중도덕을 지킬 줄 아는 예절바른 아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