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남씨 78년 피랍…                 '메구미와 결혼' 2002년 확인

28일 금강산에서 이루어진 최계월(82)ㆍ김영남(45)씨 모자의 28년만   의 극적 상봉에는 우리 현대사의 비극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팔순 노   모와 불혹을 넘긴 아들 누구도 원치 않았지만, 반세기 넘게 이어져온   분단의 현실은 이들에게 기나긴 생이별의 아픔을 안겼다.   김영남씨 가족 상봉은 4월 제18차 남북 장관급 회담에서 정부가 김씨   문제의 해결을 북측에 공식 요구한 게 직접적 계기가 됐다. 당시만 해   도 “조사 중”이라는 답변을 되풀이하던 북측은 이번 이산가족 상봉행   사를 앞두고 우리 정부가 지난달 9일 김씨의 생사 확인을 요청하자 지   난 7일 마침내 김씨의 가족 상봉 허용방침을 공표했다.   김씨 문제가 본격 대두된 것은 2002년 9월 고이즈미 일본 총리의 방북   이후였다. 방북 당시 북측은 1977년 11월 일본 니가타현에서 실종된   요코다 메구미(당시 13세)씨를 납치했음을 시인하고 사망 사실을 공개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메구미씨가 78년 8월 16살 때 전북 군산 선   유도에서 납치된 김씨와 결혼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김씨의 생존   여부에 관심이 집중됐다. 정부는 80년 남파간첩에게서 김씨 납치 사실   을 자백 받은 뒤 97년 이를 발표했지만 그땐 주목을 받지 못했다. 북측의 메구미씨 납치 시인 이후 일본에선 북한에 대한 규탄 분위기가   고조됐고, 남측의 납북자 단체는 김씨가 생존해있다는 몇몇 증언을 공   개했다. 일본과 국제사회의 비난을 의식한 듯 북측은 2004년 11월 메   구미의 유골을 일본에 전달했지만, 메구미의 생존 가능성을 제기했던   일본 정부는 이를 가짜라고 주장, 양측간 공방이 가열됐다.   이후 일본 정부는 김씨와 메구미씨가 한일 양국에서 각기 납북된 뒤 결   혼했음을 증명해 북측을 압박하기 위해 올 2월 남측에 있는 김씨 가족   의 DNA를 채취한 뒤 메구미씨의 딸로 알려진 김은경(혜경ㆍ19)양의   DNA와 일치한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도 이종석 통일부 장관이 장관급 회담에서 김씨 문제를 의제   에 올린 데 이어 김씨 가족과 김은경양의 혈연가능성이 높다고 확인,   납북자 문제에 대한 사실상의 한일 공조를 하며 북측의 태도 변화를 이   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