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산 상속 ''양성평등'' 시대로…                            민법 개정시안 의미

법무부가 마련한 민법 개정안은 상속에서도 헌법상 보장된 양성   (兩性)평등을 구현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특히 우리 사회의   고령화를 반영해 홀로 남은 배우자 노후를 안정적으로 보호할   ‘사회 안전망’ 확보의 필요성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50%는 무조건 배우자 몫=개정안은 상속 재산을 나눌 때 재 산의 절반을 우선적으로 배우자가 가져가도록 한 것이 핵심이 다. 1991년 민법 개정 시 자녀 상속분보다 50% 더 받도록 한 것 보다 배우자 몫을 늘린 것이다.   예를 들어 두 자녀를 둔 부부 중 남편이 1억4000만원을 남기고 사망한 경우 현행 민법 상속체계에서는 자녀가 각각 4000만원씩 을 갖고, 아내는 이보다 50% 많은 6000만원을 받는다. 그러나 새 제도가 시행되면 아내가 우선적으로 7000만원을 상속하고, 두 자녀는 나머지 7000만원을 3500만원씩 나눠 갖게 된다.   다만 배우자와 자녀가 1명인 경우 배우자 몫은 오히려 줄게 된 다. 가령 10억원을 나눌 때 지금은 자녀 1명이 4억원을, 배우자 가 6억원을 상속하지만, 앞으로는 부인과 자녀가 똑같이 5억원 씩 갖게 된다.   법무부 민법개정안 발표 ◆꾸준히 실현된 양성평등=그동안 민법의 상속 규정은 양성평 등이라는 시대적 흐름을 좇아 꾸준히 배우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바뀌어 왔다. 1991년 민법을 손질하기 이전만 하더라도 상속제 도는 철저히 전통적 ‘장자(長子)우선’ 관습을 따랐다. 1960년 1 월 발효된 상속 규정은 상속 재산 중 남자 상속분을 1이라고 하 면 호주 상속인은 1.5, 여자 상속분은 0.5로 하고, 거기서 다시 결혼한 여자는 0.25, 그리고 아내의 경우에는 0.5만 상속하도록 규정했다. 이런 ‘장자우선’ 규정은 1977년 개정 때까지 유지됐 다.   1977년 개정된 상속법은 배우자 상속비율을 다소 높였으나 분가 한 딸에 대한 차별은 그대로였다. 아들을 1로 봤을 때 호주 상속 인과 배우자는 1.5, 결혼하지 않은 딸은 1의 비율이었으나 출가 한 딸은 0.25만 받았다.   이 같은 불평등한 상속구조는 1991년 현행 상속법 체계로 바뀌 면서 개선됐고, 2000년에는 이른바 ‘효자 상속법’이 만들어져 부 모를 부양한 자녀가 다른 자녀보다 50%를 더 받을 수 있게 됐다.   ◆효과와 전망=상속 규정 개정으로 부모와 자식의 수직적 관계 에서 부부간 수평적 관계로 무게 중심이 옮겨졌다고 할 수 있다. 부부관계가 가족에서 중요한 요소임을 거듭 확인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상당수 여성이 결혼하면 전업주부로 눌러앉는 현실에서 여성은 경제적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경제적 능력이 없는 부인이 배우자를 잃게 되면 노동시장에 진입하기가 쉽지 않아 자녀에게 의존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개정안이 시행되면 남편을 잃은 부인들이 어느 정도 경 제력을 갖게 되는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된다. 다만 최근 한 자녀 가정이 사회적 추세인 만큼 배우자와 한 자녀인 경우 배 우자 몫이 줄어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론이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