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를 신경써야 한다는 부담이 없고 자유롭다”
자발적으로 ‘싱글’의 삶을 택한 사람들은 나홀로 삶에 대해 높은
만족감을 표시한다. 하지만 만족스런 싱글의 삶을 영위하기 위
해서는 경제적 능력이 필수다. 이혼여성이나 노인으로 구성된
상당수 1인 가구는 ‘화려한 싱글’과 거리가 멀다.
◇‘홀가분해 참 좋다’=경기도 성남시 정자동에서 음식점을 운
영하고 있는 김모(50)씨는 13년째 혼자 살고 있다. 아내와 성격
차이로 이혼했고,아내와 사이에 낳은 딸은 김씨 부모가 데려가
기르고 있다. 그는 음식점 일을 하지 않을 때 같은 여유 시간에
는 골프 등 좋아하는 운동을 즐긴다. 김씨는 “가끔 외로울 때도
있지만 뭐든지 마음내키는대로 할 수 있어 좋다”며 “앞으로도
가정을 이룰 생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2년 전 아내와 사별한 한모(66)씨는 함께 살자는 아들과 며느리
의 요청을 끝내 뿌리치고 독신 생활을 고집하고 있다. “애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다”는 게 그의 말이다. 교사 출신인 한씨는 매달
나오는 연금에서 생활비를 뺀 나머지를 국내외 여행을 다니며
아낌없이 쓸 생각이다.
가족 관계에 얽매이지 않고 홀로 살겠다는 삶의 태도는 더 이상
20·30대 미혼 남녀의 전유물이 아니다. 개인주의가 확산되면서
독신을 원하는 싱글이 거의 전 연령대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여성개발원 가족정책센터 김혜영 연구위원은 “1인 가구를 형성
하는 요인은 다양하다”며 “최근에는 결혼을 미룬 20·30대와 함
께 이혼 뒤 독신을 유지하는 남녀와 독립된 삶을 누리려는 노인
1인가구(60세 이상) 비율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자발적 싱글들은 대부분 독신생활에 만족해하고 있다. 이들은
자기 계발에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 경향이 있고,외로움을
느낄 때는 싱글끼리 모인 각종 동호회를 찾는다. 독신끼리의 산
악회 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는 정모(45·여)씨는 “하기 싫은 집안
일을 하지 않아도 되고,물질적,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겨 좋
다”고 했다. 서울 서교동에서 음악 녹음실을 운영하고 있는 이기
정(32·여)씨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게 아니라 마음에 드는 배
우자가 나타날 때까지 싱글로서의 삶을 즐기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화려하지 않은 싱글도 늘고 있다=이혼 뒤 10년 동안 혼자
살고 있는 김모(52·여)씨는 재혼을 원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아
걱정이 많다. 김씨가 재혼을 원하는 이유 중 하나는 경제적 형
편. 김씨는 “일자리를 찾아봤지만 해본 일이 없는 데다 나이가
많다는 이유로 번번히 거절당했다”며 “경제적으로 여유있는 사
람을 만나는 게 소망”이라고 말했다.
1인 가구 가운데 여성과 노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높다. 통계청이
지난 5월 발표한 올해 1·4분기 가계수지 동향조사의 1인 가구
현황을 보면 여성이 65%,60세 이상이 41.4%를 차지했다.
노인 1인가구가 많은 서울 하계 1동사무소 노인복지 담당자는
“부모를 모시지 않는 가구가 늘고 있어 독거 노인도 점차 많아지
고 있다”며 “자식들이 지원금을 타기 위해 부모 주소만 여기저
기 옮기는 경우가 많아 실제 독거 노인 숫자는 더 많을 것”이라
고 말했다. 이곳 노인 1인 가구 700여곳 가운데 300여곳은 기초
생활수급 대상이다. 통계청 조사에서 1인 가구의 월 평균 소득은
115만4000원으로 2인 이상 가구(306만2300원)의 37.7%에 불과
했다.
이런 독신자들에게 삶을 즐기겠다는 싱글족의 풍요로움은 먼 나
라 얘기다. 특히 독신 여성 가운데 이혼을 경험한 여성은 경제적
으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말이다. 여
성개발원 김 연구위원은 “이혼을 통해 1인 가구를 형성하는 여
성들이 늘고 있으나 이들은 대부분 직장 경력이 많지 않거나 전
문직이 아닌 여성들”이라며 “고용이 보장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
부장적 관계를 깨고 나온 여성들이 어떻게 생존할 것인지에 대
해서는 여성계에서도 이견이 많다”고 말했다.
결혼을 원하지만 경제적으로 뾰족한 수가 없어 미혼 1인 가구로
남는 경우도 있다. 서울의 한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하는 회사원
김모(31)씨는 “1억여원이 드는 주택자금을 마련할 자신이 없
다”며 “스트레스를 받으며 무리하게 결혼을 하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게 속 편하다”고 했다.
국내 결혼 시장에서 소외된 1인가구 남성들이 해외에서 배우자
를 찾는 사례도 늘고 있다. 국내 저소득층 남성과 아시아계 여성
의 결혼이 늘어나는 현상이 1인 가구 증가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
다. 최근 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제결혼 중 외국인
아내를 얻은 경우가 전체의 72%였는데 남성 상당수는 저소득층,
장애인,혼기를 넘긴 고령자 등으로 파악됐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