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 실험을 벗긴다

1971년 남태평양 무루로아 환초에서 실시된 프랑스의 핵실험 장면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2천회 이상 실시 미국이 1천여회로 절반 넘어..소련, 프랑스 순 CTBT 체제 조속가동 시급..최근엔 시뮬레이션 대치추세     북한의 지하 핵실험 준비설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당국은 북한 핵실험 징후를 탐지하기 위한 24시간 감시체제 가 동에 들어갔고, 미국 언론들은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할 경우 금 지선(RED LINE)을 넘어서는 것으로 보고 비상한 관심을 나타내 고 있다.   북한은 최근 미사일 발사 후 더 큰 것을 보여주겠다고 호언한 바 있어 그 발언이 지하 핵실험을 의미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설 득력 있게 제시되고 있다.   특히 북한이 이미 1990년대 초 초보 수준의 핵무기를 개발했다 는 분석을 토대로 실제 지하 핵실험을 실시할 충분한 능력을 가 지고 있다는 견해가 적지 않다.   그렇지만 북한의 핵 능력이 국제적으로 기정사실화해 있다 하더 라도 실제 지하 핵실험을 실시한다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핵 전력을 과시하는 핵보유국 선포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 입장에서는 한반도 안전에 대한 중대한 위협요인이 자 동북아 군비경쟁의 가속화 요인인 북한의 핵실험에 대비한 다각적이고도 면밀한 대책과 경각심이 시급한 실정이다.   북한의 핵실험 준비설을 계기로 세계적 핵실험 동향을 알아보 자.     ◇ 인류 최초의 핵실험 = 1945년 7월 16일 미국 뉴멕시 코 주 앨라모고르도의 사막지역에서 일순 눈을 뜰 수 없게 하는 거대한 섬광과 함께 버섯구름이 피어올랐다. 인류 최초의 핵실 험이다.   이 실험에 사용된 원자폭탄은 TNT 2만t(20kt)의 폭발력을 가진, 나가사키에 투하된 것과 같은 것이다.   미국이 원자폭탄 개발에 착수한 것은 앨버트 아인슈타인이 프랭 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독일의 원폭 개발 가능 성에 대해 우려를 전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이것이 맨해튼 계획으로 알려진 미국의 원폭 개발 프로젝트로 연결됐고, 캘리포니아 공대 교수였던 오펜하이머가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했다.   오펜하이머는 1942년부터 뉴멕시코 주 로스앨라모스 연구소에 서 원폭 개발을 추진했고, 당시로서는 천문학적인 20억 달러의 개발비를 들여 마침내 농축우라늄 235를 사용한 `리틀보이'와 플루토늄 239를 사용한 `팻맨' 2개 등 3개의 원폭을 제조하는 데 성공했다.   핵실험 성공 직후 미국은 8월 6일 히로시마에 리틀보이를, 사흘 뒤인 9일에는 나가사키에 팻맨을 각각 B-29폭격기에 실어 떨어 뜨렸다. 그 결과는 지금도 히로시마 원폭 돔에 생생히 남겨진 인 류 최악의 참상의 현장으로 이어졌다. 4.5t 무게의 리틀보이는 설계 성능의 3%만을 발휘했지만 그 자리에서 14만 명의 생명을 앗아갔고, 플루토늄 폭탄 팻맨은 에너지로 전환된 비율이 20%에 그쳤지만 7만 명을 학살했다.   오죽하면 맨해튼 프로젝트의 책임자였던 오펜하이머가 "내손에 는 피가 묻어 있다"고 자탄하며 평화주의자로 돌아섰을까. 무루로아 환초에서 실시된 프랑스의 핵실험 당시의 지진기록   ◇ 핵실험의 유형과 환경피해 = 지표면 위와 공중, 대기권밖, 바닷속 등 모든 곳이 핵실험장소로 이용된다.   지표면 실험은 폭발이 일어난 폭심부 및 핵폭발 후 바람을 타고 방사성 물질이 날아간 주변지역을 심하게 오염시킨다. 다만 방 사능 물질이 대기중 높은 곳으로 불려 올라가 전 세계적으로 확 산되는 정도는 적은 편이다.   공중실험은 핵폭탄을 지표면 상공에서 폭발시키면 훨씬 피해범 위가 커지는 점에 착안한 실험이다. 실제 실험은 고열이 지표면 에 닿지 않도록 수십km 상공 성층권에서 실시되는데 방사성 물 질은 날아올랐다가 서서히 지상으로 낙하해 넓은 지역을 오염시 키게 된다.   대기권 밖 실험은 오염은 적지만 이온층을 교란시키고, 바닷속 실험은 규모에 따라 해일과 방사능에 의한 해양오염을 초래한 다.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지하 핵실험이다. 핵실험으로 지진 파가 생기지만 소형일 경우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지진과 구별하 기 어려워 상대적으로 눈길을 덜 끌 수 있다. 다만, 지표면에서 얕은 곳에서 실시할 경우 방사성 물질이 지표면으로 새어나올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1963년에는 핵실험을 지하에서만 하도록 하는 부분적 핵실험중지조약이 핵 강국 사이에 맺어지기도 했다.     ◇지금까지 핵실험 실시국가는 = 가장 먼저 원폭을 개발한 미국을 비롯해 모두 7개국이다.   옛 소련은 1949년 8월 첫 원폭 실험을 실시했고, 이어 1952년 10월 영국이 뒤따랐다.   프랑스는 좀 늦게 1960년 2월, 중국은 1964년 10월 원폭 실험에 가세했고, 1970년대 들어 인도가 1973년 10월 핵실험과 함께 핵 클럽에 합류했다.   이어 인도와 카슈미르 분쟁 등으로 대립관계에 있던 파키스탄이 21세기를 눈앞에 둔 1998년 5월 핵실험에 성공했다.   한편 핵융합을 이용해 핵분열보다 7배나 많은 에너지를 내는 훨 씬 큰 위력의 수소폭탄 개발 경쟁은 1952년 11월 미국이 남태평 양 비키니섬에서 사상 첫 수소폭탄 실험에 성공하면서 막을 열 었고, 불과 1년도 못돼 1953년 8월 소련도 수폭 실험에 성공했 다.   이어 4년 뒤인 1957년 5월 영국도 실험에 성공했고, 그 10년 뒤 인 중국(1967.6)과 프랑스(1968.8)도 잇달아 수소폭탄을 개발해 실험을 실시했다.     ◇ 핵실험 왕국 미국 = 미국의 첫 핵실험 이후 아직도 발 효되지 못하고 있는 포괄적 핵실험금지조약(CTBT)이 유엔에서 채택된 1996년까지 전 세계적으로 실시된 핵실험의 횟수는 2천 회를 넘는다.   그중 선두는 단연 미국이다. 미국은 미소 군비경쟁이 치열하던 1962년 한 해만도 94회의 핵실험을 실시하는 등 1996년까지 모 두 1천30회의 핵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지하 핵실험 외의 실험을 금지하는 부분 핵실험중지조약이 나온 1963년 이후는 다른 핵실험을 중지했기 때문에 그중 지하 핵실 험이 815회로 대다수를 차지하고 기타 실험이 215회로 집계되 고 있다. 1955년 미 네바다 사막에서 실시된 핵실험 당시 피어오른 버섯구름 다음은 옛 소련이다. 1996년까지 모두 715회의 핵실험을 실시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으며 대부분이 1960-1980년대에 집중돼 있 다. 1962년도에만 79회의 실험을 했으나, 소련 해체 후에는 거 의 핵실험이 중단상태다.   프랑스는 첫 실험이 성공한 1960년 이래 지하 핵실험 160회 등 모두 210차례의 핵실험을 실시했고, 영국과 중국도 각 45회의 실험을 했다.   마지막으로 핵클럽에 합류한 인도와 파키스탄도 각 6회와 7회의 실험 기록을 갖고 있다.     ◇ 새로운 형태의 핵실험 = 핵실험에 대한 국제적 비난 이 거세지고 CTBT 체제가 점차 모습을 갖춰가면서 핵 강국들의 실험 양상도 변하고 있다.   거듭된 핵실험 자료 축적과 고성능 슈퍼컴퓨터의 발달로 실제 핵 폭발을 관측하지 않고도 컴퓨터로 충분한 시뮬레이션이 가능 해진 것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프랑스는 1995년과 이듬해 남태평양 무루로아 환초에서 실시한 6차례의 지하 핵실험을 통해 기폭장치의 활성 화에서 핵분열 연쇄반응에 이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압력과 온 도변화를 슈퍼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하는 기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 요즘 핵강국들이 주력하고 있는 실험은 보유 핵무기의 신뢰 성을 검증하기 위한 미임계핵실험(임계전핵실험)이다. 제조한 지 오래된 핵탄두에 실려 있는 기폭장치와 핵 물질의 열화 여부 를 확인하자는 목적이다.   이런 핵실험에서는 지하에서 고성능 폭약으로 플루토늄이 연쇄 반응을 일으키는 직전 상태까지 충격을 줘 폭약과 플루토늄의 신뢰성을 확인하게 된다.   미국의 경우 지하 300m 정도에서 실시되는 이 실험에서는 TNT 30-40kg 정도에 해당하는 고성능 폭약이 사용되며, 실제 폭발 규모는 일반 핵실험의 1천분의1 정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월에도 영국과 함께 네바다주 사막지대에서 임계 전 핵실험을 실시했다. CTBT가 채택된 이후 1997년 이래 통산 22번째다.   미국 정부는 구형 핵무기의 신뢰도와 안전성 확보를 위해 이런 실험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반핵단체 등에서는 임계 전 핵실험도 CTBT정신에 어긋나며 핵실험 기술과 관련 인력을 계속 유지시킴으로써 핵무기 완전폐기 시기만을 늦추게 될 뿐이 라고 비난하고 있다.     ◇ 박제된 핵실험금지 국제협약 = 핵실험을 통해 수 집된 자료가 더욱 강한 핵무기 제조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고 방사능물질 확산으로 인한 피해를 막기 위해 아예 핵실험을 금 지하자는 목소리는 일찌감치 있어왔다.   그 첫 가시적 성과가 1963년 미.영.소 3국간 체결된 부분적 핵실 험중지조약이다. 대기권이나 지표면, 바다, 우주공간에서의 실 험을 중단하고 상대적으로 환경피해가 적은 지하 핵실험만을 하 자는 내용이다. 이후 핵클럽에 합류한 국가들도 1980년대 이후 엔 모두 지하 핵실험만을 실시해 왔다.   우여곡절 끝에 1996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형태의 핵실험을 전면 금지하는 내용의 CTBT가 유엔에서 채택됐으나 이 조약은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발효되지 못한 채 동면 중이다.   전 세계 170여국이 서명하고 비준국도 120여국이 넘지만 정작 미국 등 핵보유국이나 북한 이란 등 보유 추진국들이 비준을 거 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조약은 미국, 중국, 북한, 인도, 파키스 탄, 이스라엘, 이란, 콜롬비아, 이집트, 인도네시아 등 원자로나 핵 연구 프로그램을 갖고 있는 11개 국가의 비준을 발효요건으 로 하고 있다.   작년 9월 유엔본부에서는 117개국이 참석한 가운데 조약 채택 후 네 번째 회의가 열려 핵실험의 자발적 유예 연장 및 비준 거 부국의 태도변화를 촉구했으나 미국과 북한, 인도, 파키스탄은 아예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았다.   실제 자발적 참여 외에는 CTBT 비준을 강제할 수단이 없는 점을 감안하면 현재로서는 발효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 북한 지하 핵실험 환경 영향 없을까 = 제대로 된 안전조치가 취해질 경우 지하 핵실험은 상대적으로 환경피해 가 적은 편이다.   지표면에서 수백m에서 1km를 파고 내려가 핵폭발 장치를 설치 한 뒤 다시 갱도를 묻을 경우 방사능이 지표로 누출될 가능성은 적지만 방호조치가 소홀할 경우 방사능이 땅 위로 새어나올 가 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북한은 핵실험을 실시한 다른 나라들과 달리 국토 면적이 좁은 데다 인구밀도도 높아 실제 어떤 형태든 핵실험을 실시할 적지가 없고, 만일의 사태 발생시 피해 규모도 크다는 점이 문제 다.   중국 인민일보의 국제시사 전문 자매지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최근호에서 기존의 핵실험들이 사람이 살지않는 사막지대나 혹 은 다른 나라의 영토에서 실시된 점을 지적하면서 이런 문제점 을 지적했다. 환구시보는 방사성물질의 지하수 침투로 광범한 지역의 수자원의 오염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