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선로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던진 20대 청년의 의로운 행동이 뒤늦게 알려졌다. 지난 9일 오후 10시20분쯤 서울 지하철 1호선 노량진역 승강장에서 선로에 떨어진 진모씨(49)를 구하러 뛰어내린 강민준씨(26)가 주인공이다.

11일 노량진역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진씨는 승강장 맨 앞쪽에 서 있다가 중심을 잃고 선로로 떨어졌다. 이를 본 강씨는 곧바로 뛰어내려 진씨를 구하려고 했으나 진씨는 미처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쳐버린 성북행 전동차(K294)에 머리를 받혀 근처 병원으로 이송하는 도중 숨지고 말았다. 강씨도 전동차에 부딪혀 전신에 큰 타박상을 입어 영등포 인근 병원에서 입원 치료 중이다.

강씨는 “사람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다른 생각을 할 틈조차 없이 뛰어들었다”며 “일단 선로 밖으로 옮겨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는데 구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당시 강씨가 서 있던 곳에서 진씨가 떨어진 곳과의 거리는 7~8ｍ 정도.

노량진역 관계자는 “전동차가 구내에 막 진입하기 전 진씨가 중심을 잃은 채 선로로 떨어지자 강씨가 가방을 멘 상태로 급하게 뛰어들었다”며 “긴박한 순간이었는데도 강씨가 용감하게 뛰어들어 진씨를 끌어내려고 했지만 미처 전동차를 피하지 못해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대전 목원대 경찰법학과 3학년을 다니다 휴학한 강씨는 사건 당시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느라 늦은 시간까지 노량진 근교 학원에서 강의를 들은 후 귀가하던 길이었다.

강씨는 성실하면서도 리더십이 있어 인기가 높았다고 강씨의 학교 친구들은 전했다. 강씨와 같은 학과에 다니는 국정호씨(26)는 “민준이라면 ‘착실’하단 생각이 먼저 든다”며 “이번 소식을 듣고는 친구들끼리 ‘민준이니까 그럴 만하다’고 입을 모았다”고 말했다.

강씨는 이송되는 도중과 병원에 도착해서도 자신의 부상보다 진씨의 생사를 먼저 물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노량진역 이기주 역장은 “자신이 구하려던 진씨가 심한 부상으로 숨지자 정신적으로도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강씨는 “남들을 많이 도와주고 싶은 생각에 예전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다”며 “퇴원을 하는 대로 돌아가신 진씨의 빈소를 찾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