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방사능 공포에 떨고 있다. 미증유의 지진과 해일에도 의연하게 대처하던 일본 국민들도 후쿠시마 제1원전의 잇단 폭발 소식에 두려움과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우리에게도 ‘원전 신화’에 대한 냉정한 접근과 재해예방 시스템을 돌아보는 숙제를 던져주는 사건이다.
후쿠시마 원전 폭발은 공공서비스의 ‘민영화’ 정책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원인은 불가항력의 자연재해에서 비롯됐지만, 원전 폭발사고 처리 모습은 민영화의 부정적 한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일본은 현재 54기의 원전을 가동 중이며 모두 도쿄전력·도호쿠전력·규슈전력 등의 민간 기업들이 운영을 맡고 있다. 30년 전부터 추진해온 공기업 민영화에 따른 것이다. 문제의 후쿠시마 원전도 도쿄전력에서 운영 중이다.
하지만 국가비상사태에 이를 수 있는 원전 폭발이 발생한 뒤 1시간이 지나도록 국무총리실엔 도쿄전력의 아무런 보고가 없었다. 그 결과 정부도 사고 후 5시간이 지나서야 상세한 설명을 내놓을 수 있었다. 사고 처리를 사실상 도쿄전력이 컨트롤하다 보니 정부를 중심으로 한 긴밀한 대응체계가 부족했던 것이다. 간 나오토 총리가 지난 15일 새벽 도쿄전력을 찾아 ‘호통’을 친 것도 그 때문이다.
도쿄전력의 정보 통제도 논란거리다. 도쿄전력은 15일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쏟아지는 질문에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진으로 원자로뿐 아니라 전원도 손상될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대비하지 못하는 등 안전대책 미흡도 지적된다.
일본 국민들은 이제 정부의 ‘무능’을 질타한다. 하지만 그 무능의 뒤편에는 민간 기업 도쿄전력의 이윤 논리가 숨어 있다.
시장원리상 민간 기업은 수익을 우선하고, 이익이 없는 것엔 소홀하게 마련이다. 그간 계속된 후쿠시마 원전의 안전성 경고를 무시하고, 사고 후에도 파장 축소에 기운 듯한 모습에서 그런 무책임을 본다.
우리의 공기업 ‘민영화 대세론’에도 주는 교훈이 크다.
우리나라도 민영화의 재앙이 시작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