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억원짜리 직업체험관 건립, 총액 5500억원어치의 고용지원센터 청사 매입 등으로 ‘예산 낭비’ 논란을 일으켰던 고용노동부가 4월부터 근로자들과 사업주에게서 고용보험료를 17% 더 걷기로 했다. 고용노동부는 22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고용보험 실업급여 요율을 0.9%에서 1.1%로 0.2%포인트 올리는 등의 내용을 담은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징수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심의 의결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다음 달부터 근로자와 사업주의 고용보험료 부담은 월급 100만원당 각각 1000원씩 커지게 된다. 실업급여 요율은 IMF 외환위기로 실업자가 급증하면서 1999년 1%로 올랐다가 2003년 0.9%로 인하된 뒤 12년 만에 인상되는 것이라고 고용부는 설명했다. 고용부 측은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실업급여 지출이 급증해 2009년말부터 고용보험 실업급여계정의 적립금 규모가 고용보험법에 규정된 연간 지출액의 1.5배 수준을 밑돌면서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말했다. 실제 실업급여계정의 적자폭은 2007년 1069억원, 2008년 3661억원, 2009년 1조5356억원, 2010년 1조1798억원에 달하며, 이에 따라 적립금 배율도 2007년 2배에서 2008년 1.6배, 2009년 0.8배, 2010년 0.6배로 꾸준히 하락해왔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고용보험료 인상 결정이 고용부가 고용보험 기금으로 수천억원대 호화 청사를 짓는 가운데 나온 것이란 점에서 고용부의 ‘인상 불가피’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최근 고용보험기금에서 끌어온 2000억원으로 경기 분당에 ‘한국 잡월드’라고 이름 붙인 직업체험관을 짓던 것이 조선일보 보도를 통해 드러나면서 논란을 빚어왔다. 2000억원은 실직자 5만5000명을 1년간 지원할 수 있는 돈이다. 특히 고용노동부는 법인을 따로 설립해 직원 500명을 두고 이 시설을 운영할 계획이서 “공무원 낙하산 일자리를 위해 공기업을 또 만든다”는 비판도 나온다. 고용부는 2006~2007년에는 전국에서 23개의 고용지원센터 청사 건물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넓은 면적의 건물을 사들이거나 시설공사·물품구입 비용을 청사매입비에 포함하는 일괄계약을 체결하는 등 851억원의 예산을 전용·낭비했다는 지적을 2009년 감사원으로부터 받기도 했다. 진보신당은 최근 논평에서 “전 정부 시절인 2006년, 고용보험기금을 고용안정 인프라 구축에도 쓸 수 있도록 고용보험법을 개정할 때 이미 이러한 우려가 제기됐었다”고 주장했다. 고용보험기금은 2007년 이후 매년 적자를 내고 있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고용부가 시급하지도 않은 사업에 고용보험기금을 꺼내 써놓고는 이제 와서 기금의 고갈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보험료부터 올리겠다는 것은 도덕적 해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