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비리연루에 빗나간
정치참여까지
(서울=연합뉴스) 한승호 기자 = 한국노총이 과거 비리연루와 정치적 거래
등이 속속 드러나면서 노동단체로서의 정체성을 의심받고 있다.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노동단체가
공금 횡령 등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는가하면 빗나간 `정치 참여'로 인해 이익단체와의 구분을 어렵게 하고
있다.
◇ 노총의 `정치거래' 서울뿐일까 = 2002년 대선 직전 한국노총
서울본부(서울노총)가 여당과 `정치거래'를 한 것이 밝혀지며 다른 곳에서도 유사한 거래가 있었을 것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노총은 `정책연대 합의서'를 통해 조직을 총동원해 특정 후보가 당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하는 대신 여당으로부터는 서울시로부터의 예산 지원과 서울시 의원 진출 등을
약속받았다.
여기에 `지역 노동운동 활성화, 단위노조 대표자ㆍ간부들의 발전과 복지향상 등에 대한
적극 지원'까지 포함시켜 정치적 지지에 대한 톡톡한 보답을 보장받았다.
이 같은 일이 가능했던
것은 한국노총 본부가 2002년 대선 국면에 대해서는 내부 논란 끝에 뚜렷한 정치적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지역본부와 산별조직에
`선택의 자유'를 준 데서 비롯됐다.
당시 한국노총 간부들도 각 산별ㆍ지역별 노조가 해당 조직의
이해관계나 지도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지지 후보를 선택해서 `정책연대'라는 명목으로 `정치거래'를 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다른 지역노총이나 산별조직에서도 얼마든지 서울노총과 같은 정치적 거래가 이뤄질 수 있었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국노총 전직 간부는 "1997년에는 김대중
후보와의 정책연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던 것과는 달리 2002년에는 조직 자체에서 통일적인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면서
"노동단체에 허용되는 정치 참여범주를 벗어나지 않는 선택이 다양하게 가능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한국노총 노동단체 정체성 위기 확산 = 한국노총이 여론의 지탄을 받는 비리사건 연루와
정치거래 사실 등이 잇따라 불거지자 정체성 자체를 의심받고 있다.
한국노총은 올 5월에는 이남순
전 위원장과 권원표 전 부위원장이 서울 여의도에 건립한 중앙근로자복지센터와 관련해 거액의 리베이트를 받은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아 조직 내부에 충격을 줬다.
여기에 서울노총은 2002년 대선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
후보 지원을 위해 같은 해 3월과 4월 7천745명의 `민주당 대선후보 선출 국민선거인단 가입신청서'를 전달한데
이어 `조직 총동원' 약속까지 했다.
노조의 정치활동은 1997년4월 `노동조합 및
노사관계조정법'의 정치활동 금지 조항(12조) 삭제로, 이후 정당하게 인정되고 있지만 정치적 지지를 전제로 서울노총처럼
`조합원의 복지 향상'까지 약속받은 것은 선거법 위반 논란까지 일으키고 있다.
더욱이 한국노총의
산하 조직이 각각 나서 이해관계에 따라 정치적 거래를 했다는 것은 제대로 된 노조의 정치 참여와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고 있으며 한국노총
내부에서도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노총 고위 임원 출신 한 인사는 "최근 발생하고 있는
일련의 노총관련 사건을 보면서 조직의 정체성과 주체성을 의심하고 있다"면서 "제대로 서지 못하고 있는 조직 상황과 외부 권력ㆍ자본의 흔들기가
맞물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노총이 조속히 조직내 민주적 의사결정 관행과
재정적 투명성을 확보해야 산업경제 발전과정에 기여해온 조직의 위상을 되찾고 노동단체로서 당당하게 활동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hsh@yna.co.kr(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