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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이 '병역비리'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이면서 재벌가 자제들의 병역 문제가 또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그동안 병역비리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재벌가 2·3세들의 '석연치 않은' 군면제 문제가 심심찮게 입방아에
오르내리곤 했다. 물론 재계 인사들 중에는 나름의 '정당한' 사유로 면제를 받은 사례가 있지만, 대다수 국민들은 '재벌그룹의 아들들은
군대를 제대로 안 간다'는 통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과연 재벌가 인사들에게 '군대'는 반드시 '건너뛰어야 할' 걸림돌인
것일까. 상황이 이런 가운데, 지난해 11월 한 방송사의 시사프로그램에서 1년여에 걸쳐 제작한 '재벌 총수 일가의 병역 이행실태
조사'가 다시금 눈길을 끌고 있다.
"대한민국서 군대 안 가려면 '돈' 많이 벌어야…?!" 검찰 병역비리 수사 파문
일파만파 재계 불똥튈까 노심초사
국방의 의무는 대한민국 성인 남자면 누구나 반드시 거쳐야할 의무로 규정돼 있다. 물론, 질병 등의 예외규정이 있어 면제를 받는
사람도 더러는 있게 마련이다. 재벌가의 경우는 어떨까. '재벌그룹의 아들들은 군대를 제대로 안 간다'는 통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실제
재벌가의 병역 면제율은 일반인의 5배가 넘는다.
면제율 - '삼성' 1위
지난해 11월, KBS 시사기획 '쌈'이 재벌
총수일가의 병역 이행실태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자산 규모 20조원이 넘는 국내 7대 재벌 그룹 총수 일가의 면제율은
33%다. 세 명 중 한 명이 면제를 받은 셈이다. 생계 곤란과 학력 미달 등의 면제사유를 제외한 일반인의 지난 30년간 평균 면제율
6.4%보다 5배나 높은 수치다.
'쌈' 측은 1년여간의 취재결과, 국내 7대 재벌 그룹 총수 일가의 병역의무 대상자는 1백75명이며, 병역의무가 확정되지 않은
10명과 병역 이행 여부를 확인하지 못한 18명을 뺀 1백47명의 병역 이행 현황을 확인하고 11월27일 <파워엘리트, 그들의
병역을 말하다>는 제목으로 이 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면제율을 재벌 기업별로 분석한 결과, 삼성계열이 대상자 11명 가운데 8명이 면제를 받아 73%로 가장
높았다. 그 다음이 SK그룹(57%), 한진그룹(50%), 롯데(38%), 현대(28%), GS(25%), LG그룹(24%)
순이었다. 면제율이 가장 높은 삼성그룹 고 이병철 회장 일가에선 11명 가운데 8명이 면제를 받았다.
본가인 삼성 이재용 상무를 비롯해 한솔과 CJ, 신세계 등 분가한 그룹의 주요 인사들이 대부분 해당된다. 보도 내용에
따르면 삼성 이재용 상무의 경우, 1990년 6월 징병검사에서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았으나 1년이 지난 1991년 11월엔 5급 면제
판정을 받았다.
사유는 '수핵탈출증', 이른바 허리디스크였다. 제작진은 방송을 통해 "이재용 상무는 당시 중소규모의 안세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
받아 병무청에 제출했다"면서 "1990년 당시 1급 판정을 받을 정도로 건강하던 허리가 1년 새 왜 나빠졌는지, 그리고 내로라 하는
종합병원이 아닌 중소규모의 안세병원에서 진단서를 발급 받았는지 의문"이라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측은 "여러 차례 낙마 사고로 허리를 다쳤고, 유학 준비를 하던 중 통증이 심해졌다"면서 "안세병원은 척추디스크
전문병원이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제작진 취재결과, 당시 안세병원은 산부인과 전문병원이었고, 척추 전문 진료를 하게 된 것은 1999년부터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정형외과 전문의도 단 한 명뿐이었는데, 그 역시 허리디스크 전문의는 아니였다. 게다가 1991년 이 상무가 허리디스크
진단을 받을 당시 안세병원엔 CT촬영기가 없었으며, 이 상무가 병무청에 제출한 CT사진은 작은 의원이었다고 방송은 보도했다.
외아들·장남 대부분
신세계 정용진 부사장의 경우,
미국 유학을 다녀온 직후인 1990년 6월 과체중으로 면제 판정을 받았다. 방송에 따르면 대학 입학 때 정 부사장이 직접 작성한
학생카드에는 키 178cm, 체중 79kg이라고 돼 있다. 하지만 신체검사 당시 정 부사장의 몸무게는 1백4kg으로, 당시 면제
기준인 1백3kg을 1kg 초과해 '면제' 판정을 받았다. 정 부사장은 최근 87kg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SK 최태원 회장도 체중과다로 면제됐다.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SK케미칼 최창원 부회장은 '시력'이 문제가 돼 군대를 가지
않았다. 이밖에 이재관 전 새한그룹 부회장은 갑상선, 이재찬 전 새한미디어 회장은 근시를 이유로 각각 군면제가 됐다.
재벌가의 면제율이 높은 데는 '질병' 말고도 특별한 이유가 있었다. 일부 재벌가의 자제는 영주권이나 시민권 등을 이용해 병역의무
기간 나이를 넘긴 뒤 국내에 들어와 경영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한진그룹이 대표적인 사례다. 한진그룹 창업주의
넷째아들인 메리츠증권 조정호 회장은 영주권을 취득해 1989년 군면제됐다.
방송에 따르면 조 회장은 당초 유학(1978∼1982년)을 이유로 징병검사 연기했다. 1983년 졸업을 했지만 곧바로 귀국하지
않았다. 조 회장은 영주권 취득을 위해 징병검사를 다시 연기한 뒤 현지에서 경영수업을 받는다. 조 회장이 귀국한 시점은 1989년
초다. 1989년 1월1일 병역면제가 이뤄진 직후였다. 조 회장은 그러나 귀국 후 영주권을 포기했다.
롯데 신동빈 부회장은 '이중국적' 상태에서 병역면제를 받았다. 신격호 회장의 차남인 신동빈 부회장은 줄곧 일본에 살면서 병역을
면제받았고, 1969년인 40세가 돼서야 이중국적 사실이 드러났다.
제작진의 조사결과 중 특히 주목을 끄는 건 재벌가의 영향력이 커진 1980년대 후반부터 병역의무가 부과된 30대 연령층이다.
30대의 병역 면제율은 무려 53%다. 면제를 받은 18명 가운데 14명의 사유가 '질병'이었고, 이들 질병 면제자는 1명을
빼고 모두 외아들이거나 장남이었다.
제작진은 "재벌가에선 외아들이나 장남은 후계자의 의미한다"면서 "그런데 그 후계자들이 유독 아픈 사람들이 많아서 면제자가 이렇게
많다는 것에 대해 납득할 수 있겠는가"라고 꼬집었다. tank4605@nave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