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에 추진 중인 LG필립스LCD 단지 조성을 둘러싸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LCD 단지가 들어서는 인근 지역주민들이 공사과정에서 발생하는 각종 공해로 인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데다 환경시민단체들이 경기도의 졸속 환경 영향평가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서다.
게다가 LG건설이 시공 중인 LG필립스LCD 단지 부실공사 및 안전사고 은폐축소 의혹까지 제기되면서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뿐만 아니다. LCD 본단지 건설로 인해 도로가 기존 2차선에서 4차선으로 확장되면서 일부 가구의 이주가 불가피한 가운데 보상문제를 둘러싸고 파주시를 상대로 이 지역 8세대가 행정소송을 준비하고 있어 LCD 공단 조성사업이 소송에 휘말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10월 경기도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은 LG건설이 파주 LG필립스LCD 본단지 공사를 진행하면서 8개월째 24시간 야간공사를 강행하고 점을 지적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이 밤낮없이 소음과 먼지, 진동에 시달리고 있다는 게 당시 의원들의 주장이다.
민주노동당 이영순 의원은 환경영향평가서를 지키지 않는 무리한 공사는 경기도가 특정업체 봐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환경문제 전반에 대한 점검과 저감 대책을 정비한 뒤에 사업을 다시 추진할 것을 요구했다.
24시간 공사로 인한 후유증 심각
이 같은 의원들의 지적과 일부 지역주민 및 환경단체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묵인 속에 LG건설은 24시간 요란한 굉음과 눈부신 야간조명을 발산하며 불법으로 얼룩진 LCD 단지 건설을 계속해 오고 있다는 게 환경시민단체의 지적이다.
이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를 입고 있는 덕은리 주민들의 고통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일부 노약자와 어린이들은 엄청난 먼지로 호흡기질환과 안질환, 피부염에 시달리고 있다. 공사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24시간 계속되다 보니 불면증을 호소하는 주민들도 있다.
주민들이 현장 사무소와 파주시를 찾아가 수차례에 걸쳐 항의를 했지만 시정되기는커녕 시간이 갈수록 주민들의 피해는 늘고 있다. 소음과 진동으로 집안의 벽이 갈라지고 창이 깨지는 환경에서 주민들의 일상은 생지옥으로 변했다는 것이 주민들의 증언이다.
공사현장 앞에서 만난 한 주민은 "밝은 조명 아래 야간공사가 9개월째 계속되면서 공사장 부근 대추나무, 단풍나무 등에 열매가 열리지 않고 있다"며 "(기르고 있는) 개 두 마리 중 한 마리는 야간 불빛으로 인해 눈에 이상이 생겨 눈이 안 보이는 증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하며 분통을 터뜨렸다.
덕은리 일부 주민들뿐만 아니라 공사 현장에 투입된 노동자들도 힘겹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단체와 주민들에 따르면 지난 3월 이래 9개월 동안 거의 매일같이 강행된 야간공사로 노동자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피곤이 누적된 상태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
급기야 지난 10월24일 타워크레인이 추락해 기사 한 명이 사망하는 중대재해까지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두 명이 중상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LG건설은 한 명이 사망한 것 외에는 부상을 입은 사람은 없다고 답변했다.
LG건설 부실공사 의혹
하지만 기자는 지난 11월9일 LCD 본단지 현장취재 과정에서 LCD 공단에서 사고로 4명의 인부가 사망했다는 말을 덕은리 한 주민으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공사현장 인부를 통해서 나온 말이란 점에서 무심코 듣고 넘길 수만은 없는 대목.
파주환경운동연합(이하 환경엽합)이 현장을 목격한 노동자들의 증언을 토대로 발표한 성명서에 따르면 현장에는 타워크레인 설치 및 해체시 반드시 입회해야 하는 안전관리책임자도 없었다. 졸속적인 공사가 빚어내는 문제는 비단 이번 타워크레인 기사의 사망사고에 그치지 않고 있다는 게 환경연합의 지적이다. 환경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현장 노동자들의 권리는 무시되고 있고 부실공사와 환경오염에 이르기까지 LG필립스LCD 본단지 건설공사 현장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이루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라고 전언했다.
사고 3일 전만 해도 한 타워크레인 기사가 해고를 당했다. 환경연합 이아무개는 "일요일도 없고, 밤낮도 없으며, 비가 오거나 풍속이 10m/sec를 넘는 악천후에도 노동을 강요하는 것에 항의했다는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한 사람을 해고했다고 해서 문제가 덮어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 3월 이래 7개월 동안 거의 매일같이 강행된 야간공사로 노동자들은 고통스러워하고 있고 피곤이 누적된 상태에서 크고 작은 사고가 빈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공사 현장 노동자의 증언을 토대로 "무리한 공사 일정은 부실공사도 낳고 있다. 장대 같은 비가 내려 시멘트가 비에 씻겨 내려가고 자갈만 남은 상태에서도 레미콘 타설을 강행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고, 콘크리트가 제대로 양생이 될 틈도 없이 거푸집을 뜯고 철골작업을 하는 일이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계속되고 있다. 부실을 무릅쓰고 공기 맞추는 데만 열을 올리는 사업 행태가 이곳에서는 관행이 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난공사란 지적이 나오는 이유에 대해 시민단체들은 무리한 공정이 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예컨대 57만 평이나 되는 LCD 공단을 조성하는 데는 보통 3∼4년이 걸리지만 LG건설은 14개월 안에 1차 LCD 단지를 완공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공사를 강행해 오고 있다는 것.
무리수 공사 속에서 사고는 예견된 것이며 특단의 대책이 없는 한 현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주민들이 다시 사고를 당할 일이 없을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게 환경연합의 주장이다.
환경연합 한 관계자는 "사업자는 환경영향평가서에서 환경문제를 야기하는 야간공사를 하지 않겠다고 했다"면서 "그러고도 아무 대책 없이 야간공사를 일삼고 있고 사후관리를 해야 할 환경부 또한 침묵하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더 이상의 재앙을 예방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 노동자와 주민의 안전과 환경을 위협하는 있는 이 사업에 대해 대대적인 점검을 실시해야 한다는 게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공통적인 주장"이라고 강변했다. jlist@naver.com
LG건설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다"
LG건설은 지난 10월24일 경기도 파주시 월롱면 덕은리 소재 LG필립스LCD P7현장, 타워 크레인 사고와 인근 주민들의 민원에 대해 다음과 같이 해명했다. LG건설은 운전원 한 명 사망에 중상자는 없다. 크레인 작업은 상하부 동시작업을 할 수가 없고, 하부에는 안전 통제원이 배치되어 출입을 통제해 하부 작업자가 없어 운전원만 사망한 사고며 파주인근 병원 확인 가능하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작업 반경 내 출입을 통제하는 안전통제원과 안전관리 책임자 입회하에 작업을 진행했다. 사고 3일 전 한 타워 크레인 기사가 해고를 당했다고 하는 데 해고가 아니라 음주상태에서 작업을 진행하려고 하다가 제지를 받고, 안전요원과 다툼 끝에 스스로 작업장을 나갔다. LG건설은 현장의 타워크레인 대수는 28대이며, 운전원은 45명이 상주해 교대근무를 하고 있어 충분한 휴식이 가능하다. 비가 오는 악천후는 기계의 오작동 등의 위험이 있어 작업을 진행하지 않고 있다. 풍속 10m/sec 이상일 경우 위험상황을 타워 운전원에게 전달 후 작업중지를 통해 사전에 안전조치를 취한다. 현장은 강우 시 콘크리트 강도 영향을 고려한 품질관리지침서를 작성하고, 지침서에 의해 강우 중에는 비닐보양을 한 후 강우가 종료되면 타설을 재개하며 공사를 진행했다. 또한 거푸집 해체 전 거푸집 탈형을 위한 공시체 강도시험으로 거푸집해체에 필요한 콘크리트 강도가 검증된 이후에 거푸집을 해체하고 후속공사를 하고 있다. 야간의 눈부신 불빛과 공사소음으로 주민 피해를 방치한 사실이 없다. 주거지와 인접한 타워크레인 조명 중 일부 확산각 조정으로 조명피해 저감조치를 시행했다. 저감조치 이후에도 수면방해 민원가구는 불빛차광 블라인드를 설치해 조명으로 인한 주민피해를 해결했다. 소음피해 저감을 위해 현장은 주거지 인접 공사시발생 소음을 집중 관리하기 위해 이동식 가설방음벽을 제작 설치 후 장비작업을 함으로써 공사 중 소음으로 주민들의 피해가 저감되도록 했다.<김상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