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존치, 삼성타도, 특별법 재정' 이라 적힌 붉은 띄를 두른
농어민들이 국회를 찾아 태안지역의 참담한 현실에 대한 울분을 토해냈다.
23일 민주노동당 주최로 국회에서 열린 '삼성 기름유출사고
피해주민 초청 간담회'에는 500여명이 넘는 태안주민들과 이를 취재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로 인해 북새통을 이뤘다.
주민대표자격으로
연단에 선 김진묵 수산대책위 위원장은 "아름다운 청정해역인 태안 바닷가에서 태어나서 모래사장에서, 갯벌에서 뛰놀며 자랐다. 우리 어머니는 호미
한 자루 들고 바지락과 굴을 까서 절 가르쳤고, 우리도 커서 낙지잡고, 새우 양식해서 아이들 대학교도 보냈다"고 말하면서 "그런데 청천병력과도
같이 기름 날벼락으로 날거지가 돼 먹여살려달라고 여기까지 왔다"고 말했다.
갯벌 생각만하면 설움이 북받치고 울화통이 터진다는 김
위원장은 "삼성은 이제라도 태안 주민에게 깊이 사죄하고, 아픈 마음의 상처를 씻겨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2의 안면도 사태가 날 것이고,
농어민들의 반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광관산업 등 비수산대책위 대표로 참석한 정낙중 위원장은 "이렇게 추운 날씨에 선량하게
연안을 벗삼아 살아가던 태안군민들이 국회의사당까지 와서 이런자리를 하게 됐는지 통탄스럽다"며 "이번 사건을 두고 '예견된 일이다', '해난 조난
사고일 뿐이다', '계획적 사건이었다'는 등 말해서는 안될 얘기들이 나오고 있다. 왜 이렇게 말이 많은지 진실 규명을 해봐야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정 위원장은 사건 이후 정부의 태도, 검찰 혹은 조사기관의 태도가 뭔가 석연치 않다고 주장하면서 그간 진상조사를 요청했던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배는 누구것이냐, 배안에는 뭐가 실려 있었냐, 어디로 가는 화물이냐고 물어봤다. 그런데 화물이 누구한테
가는 것인지 얘기를 제대로 안해준다. 작은 부분이지만 여기서부터 의구심을 가지게 된다. 돼지를 실은 차가 사고가 나도 '어디에서 어디로 가다가
사고가 일어났다'고 말한다. 그런데 엄청난 재앙을 불러온 사고에 대해 말해주지 않는다"
지원대책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쏟아져나왔다. 전완수 비수산대책위
위원장은 "지금 가구당 100만원 정도 (지원이)들어가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 돈으로 만족할 수 있나"라고 반문하면서 "돈백 만원 가지고
생생내기 하지 말고, 정말로 지역 주민들을 생각한다면 실질적 도움이 되는 정책부터 해달라"고 요구했다.
정 위원장은 특별법 안에는
대다수의 무면허 업자 등 보상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영세어민들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고 설명하는 한편, 이번 계기를 통해 단순한 보상차원이
아닌 대규모 국책사업 유치, 관광인프라 구축 등 태안을 근본적으로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달라고 호소했다.
정 위원장은
민주노동당의 요청으로 간담회에 참석중인 문화관광부 관계자를 불러내 "이번 사태로 인해 관관객이 올 수 없는 정도로 황폐화됐다. 관광지로 지정해
줄 수 있느냐"라고 근본대책을 물었고, "직접 지원 보다 관광 인프라 구축 등 나름대로 대책을 준비하고 있다. 관광지 지정이 뭘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태안지역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는 답변만 얻어냈다.
이에 대해 심상정 비대위원장은 "중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실천이다. 부족한 힘이지만 민주노동당은 태안 주민들의 편에서서 여러분의 뜻이 관철될 때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거대 여야당과 같이 협의해서
특별법을 최대한 통과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지만, 주민들도 끝까지 특별법 관철을 위해 노력해 달라"고 주문했다.
강기갑 의원도
"오만여명의 주민이 흑기름 섞이 물을 뒤집어쓰고 추위에 벌벌 떠고 있는 실정인데, 누가 책임지고 나서서 보일러를 때거나 이불을 덮어주는 응급조치
조차 없다"고 정부의 무책임한 태도를 질타했다.
강 의원은 이어 "삼성의 작태도 자기 배가 대 재앙을 일으켰으면 국민과 주민들에게
백배 사죄해야 한다. 그 많은 미술품이라도 팔아서 대책을 세워야 하는 것 아니냐"며 "부모가 자식을 보살피는 마음으로 정치를 해야 한다. 3천억
응급대책 세우고, 삼성에게 무한책임을 지워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참석자들은 행사 말미에
태안군 유류피해 대책위원회 명의의 성명서를 낭독했다. 이들은 ▲로펌 선임비용, 손해사정·감정비용 등 소요 비용 국가 전액 부담 ▲피해액 선보상
뒤 구상권 행사 ▲무허가 무면허, 미신고 어업, 요식업 및 숙박업, 소규모 자영업자 등에 대한 입증책임 완화 ▲환경영향평가 통한 피해액 계량화
통해 피해배상액 산정 ▲선보상 전까지 기본적 생계비 지원 ▲환경 회복 전까지 피해민들 안정적 경제활동 보장 ▲인구감소에 따른 세수부족 상쇄를
위한 특별교부금 추가 지원 등을 요구했다.
- 각당 특별법을 홍보하는 정치행사로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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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주민들의 '생생한'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취지로 열린 이번 간담회가 각 정당의 특별법을
홍보하는 정치행사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초청받은 각당 의원들의 발언이 길어지면서 행사시간 지연 돼 '참가 피해주민
자유발언'이 생략된 것이다.
발언권을 얻지 못한 다수 주민들은 "박수치라고 부른거냐", "우리얘기들어달라고 온 것이지, 내가
지들 얘기들어 주러 온게 아니다", "주민들의 의견을 듣게 해주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쏟아냈다.
민주노동당은 당초
주민들의 의견청취라는 취지를 살리기 위해 의원들의 발언시간을 3분으로 제한했지만 그간 태안에서 벌여온 당 활동 홍보에 열린 올린 각당
의원들의 시간초과로 행사가 지연됐다.
참석 의원들은 모두 한목소리로 태안 주민들의 생계지원을 위한 '선지원'을 약속했다.
그러나 통합신당 문석호 의원과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회의참석 등을 이유로 자신들의 발언이 끝나자마자 자리를 떠나 주민들로 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통합신당 문석호 의원은 "한치 앞을 볼 수 없는 막막한 상황의 주민들을 뵈니 안타깝고 착잡하다"고 말문을 연
뒤, "그간 지역을 다니면서 여론을 수렴했고, 사고 직후 정세균 전 의장과 행정지원이 이뤄지는지 체크하면서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다.
문 의원은 "실효성있고, 효과있는 특별법 만들어내야 한다. 2월 국회 넘기면 18대 국회 만들어 진다는 보장이
없다"면서 "얼마 뒤 다 옷 벗을 사람들이긴 하지만 대통령이 정부의 느책임한 처사에 대해 사과하고, 해수부장관, 해양처장을 문책해서 해임을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정갑윤 의원은 문 의원 보다 한발 더 나아가 자당 의원들이 태안기름유출 사태를 위해 힘쓰고
있다며 이명박 당선자 홍보에 나서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태안 사건 해결을 위한 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이라고 소개하면서 "지난
12월 9일 이명박 후보를 보시고 하루 봉사를 하고 왔다. 또 27일 박근혜 전 대표를 모시고 현장에 가기로 약속되어 있다"고 강조하면서
"관계전문가와 특별 위원회를 구축해 유류유출 배상 등에 대해 당론을 제출했고, 오늘 아침에도 강재섭 대표 최고위원께서 하루 빨리 통과할 수
있도록 하라고 강력히 요구했다"고 소개했다.
정 의원은 이어 "오늘 오후 4시에도 특별원내대책회의가 이 법안 때문에 열리게 되어
있다"고 밝히면서 "2월 임시국회에서 각 법안을 처리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중심당 김낙성 의원은 "심대평
대표와 하께 대선 투표날 태안을 방문했었다"며 "앞으로 보상을 해주던, 생태계 복원이 되든 먹고 살 길이 급급한데 방치하는 것이 국민을 위한
정부인지 질책해야 한다"고 참여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이러한 의원들의 발언에 대해 방청석에 있던 주민들은 "쓸데없는 소리를
하고 있다", "그런 얘기말고 대책이 뭐냐"고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행사를 지켜보던 민주노동당 한 관계자는 "왜 굳이 다른 당
의원들에게 발언을 시키는지 모르겠다. 주민들이 얼마나 힘들게 지내고 있는지 들어주는 것 만으로도 행사의 취지를 충분히 살릴 수 있었을텐데,
다른 당처럼 구색맞추기식 행사로 전락한 기분"이라고 안타까운 심정을 토로했다.
기사입력 : 2008-01-23 14:00:32
최종편집 : 2008-01-23
15:4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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