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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의 엉터리 설문조사와 노동법 비판 2008-09-30
· 작성자 : 엉터리   · 조회수 : 5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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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1000일 이상 힘겨운 투쟁을 벌이고 있는 기륭전자 비정규직 노동자들보다 기아자동차의 신차 출시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이 두 사안의 대비는 한국 노동 현실과 관련, 많은 시사점을 준다.

2006년 1월 해고되고 넉달 뒤 위암에 걸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는 기륭전자 해고 노동자 권명희씨가 정규직 전환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25일 세상을 떠났다. 권씨는 한동안 투병 사실을 숨기고 투쟁을 계속해 왔으나 끝내 병마를 이겨내지 못했다. 29일 이 안타까운 소식을 전한 곳은 한겨레 밖에 없다. 경향신문은 만평에서만 다뤘다.

흥미롭게도 29일 상당수 언론이 기아자동차 광주공장 견학 기사를 비중있게 다루고 있는 것이 눈길을 끈다. 동아일보, 머니투데이, 매일경제, 서울경제, 서울신문, 조선일보, 한국경제 등이 광주를 다녀왔다. 최근 기아자동차가 대대적인 광고 공세를 퍼붓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 조선일보 9월29일 B4면.  
 
조선일보는 "기아차 광주 공장을 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주 공장이 기아차의 주력 공장으로 우뚝 섰다"면서 "강성 노조가 득세하는 다른 공장에 비해 효율성을 강조하는 사원들의 자발적인 분위기와 공장 합리화 사업 같은 사측의 노력이 시너지 효과를 낸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동아일보는 "'쏘울 때문에 살맛 난다' 기아 광주1공장 대박 꿈"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광주 공장 관계자들이) 쏘울 신화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기대에 차 있었다"고 전했다.

   
  ▲ 매일경제 9월29일 1면.  
 
매일경제는 "노사 86% '노동법 바꿔야'"라는 제목의 기사를 1면 머리기사로 실었다.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느냐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77명 가운데 34명이 '매우 그렇다'고 답했고 52명이 '그렇다'고 답했다고 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42%가 '근로조건과 노동시장 유연성'을 29%가 '비정규직법 개정'을, 17%가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9%가 '노사관계법 재정립'을 노동법 개정이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 꼽았다.

   
  ▲ 매일경제 9월29일 5면.  
 
흥미로운 대목은 "노사 86%가 노동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답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정작 설문 대상의 절대 다수가 기업 경영진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사람들이라는 사실이다. 이 신문은 "기업 노사관계·인사담당 임원과 중소기업 대표 등 35명과 양대 노총 관계자 10명, 노동분야 전공 교수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변호사, 시민단체 등 전문가 그룹 25명, 전국경제인총연합회 등 경제단체 관계자 7명 등 77명의 의견을 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기업 관계자나 경제단체 등은 물론이고 노동분야 전공교수와 경제연구소 연구위원 등이 노사관계에서 기업 경영진과 입장이 다르지 않다고 본다면 실제로 노동계 입장을 대변하는 응답자는 전체 77명 가운데 10명이 조금 넘는 정도인 셈이다. 가뜩이나 첨예하게 입장이 엇갈리는 사안인데, 이 신문의 평소 편향된 논조를 감안하면 전문가 그룹 구성을 좀 더 객관적인 절차를 거쳐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 이 신문은 5면에 "'한국 공장점거 파업 미국처럼 금지해야' 65%"라는 제목의 기사를 싣고 있는데 응답자의 선정 기준이 공개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도 부여할 수 없는 설문 결과다.

물론 노동법이 개정돼야 한다는 건 노사 양쪽 모두가 절감하는 바다. 그러나 실제로 그 방향을 놓고는 극단적으로 입장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두루뭉술하게 뒤섞어서 논점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매우 비겁한 보도 태도다.

이를테면 "비정규직 사용기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야 하나"라는 질문은 애초에 질문부터 잘못된 것이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연장해달라는 것은 기업 경영자들의 요구일 뿐 실제로 노동계에서는 비정규직의 무차별 확산을 막기 위해 비정규직의 차별을 금지하고 일상적인 업무에는 정규직을 고용하도록 비정규직 사유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기륭전자나 이랜드의 경우에서 보듯 사용기간이 2년이든 3년이든 이 기간 안에 해고해 버리면 아무 문제가 안 된다. 현행 법에서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돼 있지만 상당수 기업에서 1년 11개월 만에 해고하는 편법이 만연한 상황이다.

매일경제의 이 엉터리 설문에서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질문에 "매우 그렇다" 19%와 "그렇다" 34%라는 응답이 나온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한국 노조는 강성인가"라는 질문에도 "매우 강성이다"가 27%, "강성이다"가 44%나 나왔다. "미국처럼 공장점거 파업을 금지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38%가 "반드시 금지해야 한다", 27%가 "금지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매일경제의 설문조사는 최소한의 공정성과 중립성도 확보하지 못했다. "법과 원칙에 맞는 쟁의행위를 해야 한다"는 설문항목을 두고 있으면서도 정작 합법 파업이 불가능한 상황에 대한 아무런 언급이 없었고 공익사업장의 필수업무 유지 등 노동법 독소 조항에 대한 문제제기도 전혀 없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에 대한 질문에는 무려 49%가 "완전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 질문은 애초에 "완전금지"나 "중소기업에 한해 예외조항 신설", "노사 자율에 맡긴다" 등의 제한된 답변 밖에 없었다.

   
  ▲ 한겨레 9월29일 10면.  
 
매일경제의 이 같은 여론 조작은 언젠가 윌리엄 오벌린 주한 미국 상공회의소 회장이 "한국에 들어와 있는 외국 기업인들은 한국의 노사문제가 심각하다고 여기지 않는다"고 말한 것을 다시 떠올리게 한다. 오벌린 회장은 "언론의 과장된 보도로 대외적으로 한국 노동계가 강성으로 비춰지고 있다"면서 "주한 외국 기업인들은 한국의 상황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지만 미국 본사나 한국에 진출해 있지 않은 기업들은 언론에 비춰진 모습만 보고 한국의 노사 문제가 심각하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수·경제지들은 우리나라 노동운동이 과격하다는 허황된 신화를 불어넣으면서 정작 열악한 노동현실에는 외면하고 오히려 비정규직 사용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등 기꺼이 기업 경영자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논리를 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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