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사무직 일하고도 수당달라 못하고ㆍ생산직은 수당 줄어 ‘월급 반토막’ㆍ경제위기속 서민생활 갈수록
팍팍삼성전자 김모 과장은 얼마 전 회사에서 ‘잔업 금지령’이 내려지면서
저녁마다 야근을 할지 퇴근을 할지를 두고 고민이다. 회사 측은 직원들이 심야나 휴일 근무를 할 경우 지급되는 잔업 수당을 줄이기 위해 가급적
잔업을 하지 말 것을 최근 주요 사업장에 지시했다. 직원들 입장에선 일찍 퇴근할 수 있어 좋을 것 같았지만 현실은 달랐다. 김 과장은 “업무
처리를 하다보면 야근, 특근이 불가피한 경우가 태반”이라며 “결국은 잔업을 하고도 회사에 초과 수당 신청은 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질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기업들이
경기침체기를 이겨내기 위해 단행하는 비용절감 대책들이 직장인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잔업 금지, 권장 휴무, 조업 중단 등으로 직장인들의
공식적인 노동 시간은 줄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일을 하고도 대가를 달라는 말을 못하거나 원치 않는 휴가를 보내며 ‘벙어리 냉 가슴 앓는’ 경우가
적지 않다.
LG전자에서도 잔업 금지 지침이 내려질지에 직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해 휴대전화에서 좋은 실적을 거둔
LG전자는 지난 연말까지만해도 모바일커뮤니케이션즈(MC) 부문 연구원들이 야근과 주말 근무를 밥 먹듯하며 업무 강도를 높여왔지만 올들어선 잔업이
크게 줄어든 분위기다. 한 직원은 “최근 아침 조회에서 가급적 잔업을 피하고 잔업수당 결재를 올리지 않도록 지침이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돌았다”며 “말 그대로 일찍 퇴근할 수 있다면야 좋지만, 실제로는 늦게까지 남아 일을 하고도 수당 신청은 못하게 생겼다”고
푸념했다.
지난해 말부터 특근과 잔업 중단 등으로 감산 체제에 들어간 자동차업체
직원들은 각종 수당이 줄면서 ‘반토막 난’ 월급이 당황스럽기만 하다.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일하는 고모씨는 “지난달 특근을 한 번도 못하면서
월급이 100만원 가까이 줄었다”며 “생산직은 월급에서 잔업·특근 수당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데 수당이 크게 줄었으니 당장 씀씀이를 줄여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한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는 최모 대리는 공장 생산라인이 가동을 멈추면서 연말연초
열흘가량 무급 휴가를 보냈다. 회사에서 인건비라도 줄이겠다며 휴가를 강제한 것이었지만, 최 대리는 쉬는 내내 ‘찝찝한’ 기분을 떨칠 수 없어
휴가 중에도 종종 출근을 했다고 한다. 최씨는 “이달 말 설 연휴를 전후해서도 며칠 더 쉬라는 얘기가 나온다”며 “휴가 동안 내 자리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쉬어도 쉬는 게 아니다”라고 토로했다.
직장인들의 소득이 줄고
일자리가 불안해지면서 가계 경제상황에 대한 전망도 나빠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말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6개월 뒤 가계수입전망(81)과
생활형편전망(75) 지수는 전달보다 더 떨어졌다. LG경제연구원은 “기업 수익성 악화가 고용감소로 이어지고 임금상승률도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올해 중 0%대에 머물 것”이라고 내다봤다.<이주영기자
young78@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