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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탄대로만 펼쳐질 것 같아보이던 기업들의 앞날에 예기치 않게 시커먼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중국과 대만 반도체업체들의 집요한 추격은 세계 반도체산업의 절대강자로 군림해 온 삼성전자를 흔들어대고 있다. 이익 규모가 크게 줄더니
이제는 임직원들의 재배치를 추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말이 인력 재배치이지 다른 기업들의 '구조조정'과 크게 차이가 없다.
올해 초 이건희 회장이 '5~6년 후 위기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할 때만 해도 '지나친 경제위기론이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한다'며 호들갑을
떨던 정부도 이젠 실제 닥칠 수 있는 상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현대기아자동차는 해외시장에서 '품질력이 급속히 향상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사고의 틀이 1980년대 수준에 머물고 있는
'강성 노조'는 기업 발전의 발목을 단단히 잡고 있다. 지난달 FTA반대 정치파업에 이어 이달부터는 본격적인 임금투쟁에 돌입키로 한 노조는
'노사화합형 도요타의 질주와 강성노조형 GM의 추락'과 같은 해외 자동차시장의 움직임에는 아예 관심이 없다. 정치파업은 말할 것도 없고, 임금
투쟁에서도 '오늘 우리 임금만 올려주면 내일 회사가 망해도 좋다'는 식으로 노조의 이익에만 집착하고 있다.
기업의 상황이 어려워진다고 해외시장이며 노조 탓만 할 수는 없다. 이건희 삼성 회장과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각 계열사 CEO들의 기발한
리더십이 흔들리는 조직력을 추슬러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다지는 가장 원동력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제갈공명은 위기의 시대에 리더들의 솔선수범을 강조했다. 그는 '장수들이 부하들보다 앞서 걱정하고, 부하들이 즐거워 한 다음 즐거워해야
한다'고 했다. 장수가 병사들과 동고동락하지 않으면 부하들의 진정한 존경심을 이끌어낼 수 없다는게 제갈공명의 지론이었다.
한 무제시대에 흉노족에게 '하늘을 나는 장군'이란 말을 들을만큼 공포의 대상이었던 이광은 상을 받으면 곧바로 부하들에게 나눠주었다.
병사들과 행군하다 샘물을 만나면 절대 먼저 마시지 않았고, 병사들이 배불리 먹기 전에는 절대 음식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그가 사망하자 전 군은
울음바다가 되었다고 전해진다. 전국시대의 병법가인 오기도 중국 역사에서 솔선수범형 리더로 존경받아온 인물이다. 어느날 한 병사의 상처에 생긴
고름을 입으로 빨아냈다. 이 얘기를 들은 병사들이 전투마다 죽기를 마다않고 임했음은 물론이다.
지도자가 병사들과 동고동락하는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는 것은 서양에서도 다르지 않다. 미국
역사상 가장 존경받는 인물 중 하나로 대통령까지 지낸 아이젠하워 장군은 병사들의 마음을 먼저 파악하려 노력했다. 후방에 병사들의 휴게시설을
세우고, 수시로 부대를 번갈아 그 곳으로 휴가를 보내줬다. 병사들의 질병을 치료하는데도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한번은 차를 몰아 파리로 가던 중
전방에서 급히 O형 혈액형이 필요하다는 말을 전해듣고 곧바로 진료소에 찾아가 줄을 서서 헌혈을 했다. 이 일은 수백만 미군 병사들의 사기를
감동시켰다.
오늘날 우리 기업들에 닥친 위기도 새로운 리더십으로 접근한다면 보다 용이하게 풀어나갈 수 있지 않을까.
우리 대기업의 조직은 이미 관료화돼 버렸다. 리더들은 물론 계열사 CEO의 이동에도 대통령 행차처럼 철저하게 의전이 뒤따른다.
리더들 스스로 굳어진 조직문화를 깨고 전격적으로 현장을 찾아 일선 사원들과 소주잔을 기울이며 함께 미래를 고민한다면? 노조원들이 파업을
벌일 때 CEO들이 법과 원칙보다 '단식투쟁'으로 사원들의 현장 복귀를 호소한다면 어떤 결과를 가져올까?
오늘날 우리 대기업에는 제2의 창업정신이 요구되고 있다. 고 정주영 회장과 이병철 회장이 살아있다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 깊이
연구해볼 일이다.
박정규 온라인 겸 산업담당 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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