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좋지 않아 회사가 위기 상황으로
몰리면 기업은 감원 등 구조조정을 생각하지요. 그러나 구조조정은 누구나 할 수 있는 평범한 대응방식에 불과합니다.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은 미쉐린이 세계 1위 타이어업체 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은 고용안정을 통한 조직 구성원의 핵심역량 발휘와
기술개발(R&D)을 통한 제품 첨단화 전략입니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세계 경제가 홍역을 앓고 있는 가운데
프랑스 대표 기업인 미쉐린은 고용안정과 제품개발을 현 위기 극복의 해법으로 꼽았다. 미쉐린은 타이어 제품군이 다양해 흔히
`타이어업계의 스타벅스`로 불린다.
1889년 설립돼 전 세계 19개국 69개 공장에 12만1000명에 달하는 임직원을
두고 있는 미쉐린은 연간 1억개 이상의 타이어를 생산하고 있는 세계 1위 업체다. 매출액만도 2008년 초 기준으로 169억유로(약
33조8000억원)에 달한다.
미쉐린 본사가 자리 잡은 프랑스 클레르몽페랑에서 만난 장 도미니크 세나르 미쉐린 공동
최고경영자(CEOㆍ56)는 "현재와 같은 세계 경제위기는 처음"이라며 "그러나 인력 감축을 제품 생산 감소에 대한 해법으로 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세나르 공동 CEO는 "타이어업계는 경험과 노하우가 매우 중요한 업종"이라며 "불황에 따른
구조조정으로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면 경제회복이 시작됐을 때 또다시 직원을 채용해 재교육해야 하는 악순환이 거듭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최근 경기 침체로 임금 삭감 등을 통한 일자리 나누기(잡셰어링)가 본격화되고 있는 한국 기업에 대해 미쉐린의 조직 관리기법을
벤치마킹하라고 주문했다.
미쉐린은 또한 첨단기술 개발에 아낌없는 투자를 하고 있다. 이 업체가 R&D에 해마다
쏟아 붓는 비용만도 약 6억유로(약 1조2000억원)에 육박한다.
"타이어라고 모두 같은 제품은 아닙니다. 미쉐린은
1965년 프랑스 중부 소도시 클레르몽페랑에 라두(Ladoux) 기술 R&D센터를 설립해 연간 3만7000여 개에 달하는
타이어를
테스트하고 있습니다. 커피전문점
스타벅스가 판매하는 커피 제품의 포트폴리오를 극대화했듯이 미쉐린은 타이어 종류를 다양화해 고객 수요에 부응하는 마케팅 전략을 구사하고
있지요."
1895년 세계 최초로 공기 주입식 타이어를 개발한 이 업체는 1946년에는 세계 최초로 고무 외에 금속을
사용한 래디얼 타이어, 1981년 세계 최초의 항공기용 타이어, 1992년 세계 최초의 친환경 타이어를 각각 선보여 타이어업계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세나르 공동 CEO는 "미쉐린이 1992년 도로 주행에서 발생하는 저항과 에너지 소비를 크게
줄여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로 이어지는 친환경타이어를 개발한 데 이어 2005년에는 세계 최초로 공기가 다 빠져도 형태를 유지하며
굴러갈 수 있는 `T휠`을 선보여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며 "최근 세계 타이어시장에 값싼 제품이 난무하고 있지만 미쉐린이 업계
1위를 지킬 수 있었던 것은 첨단제품 개발에 소홀히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미쉐린의
성장엔진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 이른바 이머징마켓이 될 것"이라며 "인구 13억명의 중국과 10억명의 인도는 미쉐린이 양적 성장과
제품 포트폴리오를 다양화할 수 있는 핵심 시장으로 현재 세계 경제위기에도 투자를 연기하거나 중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랑스 명문 `HEC경영대학원` 출신인 세나르 공동 CEO는 1979~1987년 석유 대형업체 토탈그룹,
1987~1996년 건자재업체 생고뱅에서 근무한 후 1996년 알루미늄업체 페시네그룹에 입사해 2004년 최고경영자가 됐다. 그는
2005년 미쉐린에 금융부문 임원으로 영입된 후 2007년 CEO 자리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