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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 최광일 기자 dido@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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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초 1600원 선에 육박했던 원-달러 환율이 연일 하락을 거듭해 1200원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환율이 치솟을 때는 외채 문제
등으로 위기감이 고조됐지만, 하락세로 접어들자 그동안 고환율 혜택을 누려온 수출기업들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마치 ‘나막신
장수’와 ‘우산 장수’를 모두 아들로 둔 부모처럼 환율이 올라도 걱정, 내려도 걱정인 것이다.
■ 환율 내리니 수출업체 발 동동 7일
원-달러 환율은 1322.5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일 1570.3원까지 올라갔던 때와 비교하면 250원 가까이 하락한
수준이다. 지난달 초 100엔당 1640원을 뚫고 올라갔던 원-엔 환율 역시 1318원까지 내렸다.
환율 하락세에 수출업체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그동안 국내 수출업체들은 세계적인 수요 침체에도 고환율
덕분에 상대적으로 양호한 매출실적을 유지해왔다.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은 일본 경쟁업체들이 엔 강세 때문에 고전하는 틈을 타 세계
주요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 경상수지가 지난 2월 36억8000만달러 흑자를 보인 데 이어 3월에도 45억달러 흑자로
예상되고 있는 것도 이런 ‘환율 효과’가 많이 작용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지금 우리가 미국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은 원화 강세를 업은 강력한 마케팅과 엔고로
인한 반사이익 때문”이라며 “아직 환율 수준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 계속 내려가 예년처럼 900원대로 떨어진다면
악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엘지전자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을 냈지만 고환율이 없었다면 실적은 훨씬 더 나빴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환율 오르면 외채·물가 걱정 그렇다고
수출업체들의 가격경쟁력을 위해 환율이 오르기만을 바랄 수도 없는 것이 우리 경제 현실이다.
수입업체, 내수기업들은 큰 타격을 받고 물가상승 압력도 커지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환율의
물가 영향력이 워낙 커서 환율이 고공행진을 계속하면 물가를 잡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몇 해 사이 새롭게 등장한 위험요소들도 많다. 선물환거래를 했거나 키코 같은 통화파생상품에 가입한
기업들은 환율 상승과 함께 환차손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권영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올라가면
국내 기업과 금융기관들이 감당해야 할 환차손이 150조원(거래량은 지난 연말 기준)까지 커지게 된다”며 “1400원일 경우는
120조원, 1300원일 경우는 90조원 수준”이라고 말했다.
엔화대출 역시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애물단지다.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의 엔화대출액은
1조4980억엔으로 1년 전보다 42.2% 급증했다. 낮은 금리에다 엔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믿고 대출을 받았지만 원-엔
환율이 올라가면서 갚아야 할 원금과 이자가 급증한 것이다. 게다가 엔화대출 가운데 중소기업이나 개인사업자 몫이 95% 이상이다.
과도한 외채도 고환율과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전체 경제를 불안하게 만드는 요소다. 지난해 말 현재
은행·기업 등이 갚아야 할 단기외채(만기 1년 미만 외채)는 1510억5000만달러, 유동외채(단기외채+1년 안 만기 도래하는
장기외채)는 1939억6000만달러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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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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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정 환율 수준은? 환율이 오르고 내릴 때마다 울고 웃는 경제주체들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현재 한국 경제는 환율 등락에 유난히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오석태 씨티은행 연구원은 “최근 국내 경기가 그나마 바닥을 치고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는 것은 고환율로
수출이 버텨주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며 “환율이 계속 하락하면 (수출마저)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최석원 삼성증권
채권분석팀장은 “내수부양을 위해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인데 여기서 (환율 하락으로) 경상수지 적자까지 나면 감당하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양쪽 모두 감내할 수 있는 환율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1200~1300원 정도가 수출업체와 내수기업의 이득과 고통이 비슷해지는 수준일 것 같다”고 말했다. 최 팀장은 1250~1350원
정도를 적정선으로 제시했다. 그래야 경상수지 흑자를 유지하면서 내수 쪽에서도 견딜 수 있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오 연구원은 “환율이
1250원 밑으로 내려가면 정부에서 환율을 끌어올리려는 개입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