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도시건설 및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수도권과
지방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이번엔 경기도 군포시와 전라북도의 관련 지자체들이 연매출이 수천억원대에 달하는
군포지역 대기업 LS전선(구 LG전선)의 전북이전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번 대결을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간 본격적인 기업유치전의 신호탄이라는 해석도 나오는 등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전세는
전북도쪽으로 기울어 있다. 전북도와 LS전선은 지난해 말 경기 군포 공장의 트랙터와 냉동공조, 특수단조, 사출 등 4개
사업부 모두를 오는 2006년까지 완주산업단지내 4만2000평 부지로 이전키로 하고 정읍3공단에는 첨단전자부품공장을
설립한다는데 합의했다.
지난 90년대 중반부터 꾸준히 LS측과 접촉해 온 전북도는 지난 2002년 강현욱
지사가 취임하며 더욱 적극적인 유치전에 나섰고 결국 전북도와 전주시, 완주군이 군포공장 유치를 위해 LS전선에 각각
50억원씩 모두 150억원의 지원금을 내놓기로 하는 등 다양한 혜택을 제시해 이전합의를 이끌어 냈다. 연매출
3500억원대의 대기업이 전북도로 공장 이전을 결정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전북도는 LS뿐만 아니라 그
협력업체들까지 연쇄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기업유치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 각 지역산업단지 알선과 학교시설 개선, 최고
50억원까지 이전 보조금 지원, 각종 인·허가 간소화 등 편의를 제공하기로 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LS전선이
이전을 결정한 만큼 300여개 협력업체들의 전북이전도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로써 전북지역은 3만5000여명의 인구유입
효과와 5000여억원의 지역 생산 증가, 57억원의 지방세수 증대 등의 효과를 거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경기도와 군포시는 LS측의 ‘선이전, 후부지매각’ 방침에 대해 ‘뜻대로 되나 보자’는
식이다. 지난 1983년 설립된 군포시 당정동 LS공장부지 8만3000평은 현재 일반공업지역으로 제조시설 외에는 입주가
불가능한 땅이다.
LS측은 이 땅을 상가 및 주거, 업무시설 등의 입지가 가능한 준공업지역으로 용도변경해
매각하길 원하고 있지만 경기도와 군포시는 ‘용도변경 불가’를 못박고 있다.
군포시 관계자는 “사기업의 이전이야
막을 수 없지만 용도변경만큼은 절대 해줄 수 없다”며 “이렇게 되면 LS측으로서도 차후 이전 일정 등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LS전선 군포공장은 직원 800여명에 협력업체직원 400여명, 그 가족들과 기타 관련 업체까지 합치면
3만여명을 거느린 지역 경제의 버팀목.
이에 따라 군포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은 지난 5일 ‘이전반대 대책위’를
구성, “LS전선 이전은 27만 군포시민 모두의 문제”라며 “고용악화와 음식점 불황 등으로 지역 경제가 공동화에 빠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대책위 송재영 공동대표는 “조만간 거리로 나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서명운동에 나서는 한편
경기도와 군포시 등에 LS를 잡기 위한 정책적 대안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S전선 이전을 둘러싼
이같은 현상은 향후 기업들의 탈(脫)수도권으로 벌어질 연쇄적 지역간 갈등을 예고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대기업 공장들이 밀집해 있는 안양·군포지역의 경우 크라운제과 안양공장이 대전으로, 제약회사 ㈜유유 안양공장이 충북
제천으로, 동화약품 안양공장이 충북 충주로 각각 이전을 추진중이며 제비표 페인트 군포공장과 농심 군포공장 등도 이전설이
제기되고 있어 지역 경제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기업의 지방
이전이 불가피할 경우 국가 및 자치단체 차원에서 해당 부지를 첨단산업 등 고부가가치 산업 시설로 활용하는 방안을 미리 세워
충격을 완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경기개발연구원 이상대 연구위원은 “국가는 무조건 지방 이전만을 장려하지
말고 기업이 떠난 수도권 부지에 대한 규제를 완화해 첨단산업과 연구개발 시설이 들어서 지역 경제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제조공장들업이 대거 지방으로 이전한 빠져나간 구로공단이 첨단IT단지로 거듭난 것이 좋은 예”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