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좋은 실적을 거두자 지난해 동결했던 임금을 올 들어 5% 이상 인상하기 시작했다. 최근 한국노총ㆍ민주노총 등 노동계가 본격적으로
9%대의 임금인상률을 회사 측에 요구하도록 지침을 내리면서 임금인상 폭이 올해 경제계의 최대 쟁점으로 부상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직원 임금을 `5%+α`
수준으로 높였다. 지난해 이 회사는 상반기에는 기본급을 동결했으며 하반기에는 실적호전 등을 이유로 성과급을 원상회복시킨 바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5일 "노사협의회를 거쳐
올해 임금을 작년 대비 5% 인상키로 합의해 지난달 급여부터 적용했다"며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지급하는 생산성격려금(PI)
부분에서 월 기본급의 100%를 고정급으로 전환한 것까지 고려하면 상승률은 `5%+α`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임금인상의 특징은 과장급 이상 간부 인상률을 4% 안팎으로 억제하고 생산현장과 낮은 직급의 인상률을 8~9% 이상으로
높일 정도로 상박하후(上薄下厚) 형태를 택한 점"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전자에서 기본 인상률 5%에 더해 `+α` 부분이 생긴 것은 인센티브 개편에
따른 것이다. 지금까지는 경영성과에 따라 각사 사업부를 AㆍBㆍC 세 등급으로 분류한 뒤 상ㆍ하반기 두 차례에 걸쳐 각각 A등급은 월
기본급의 150%, B등급은 51~125%, C등급은 0~50%를 PI로 지급했다. 상ㆍ하반기 모두 A등급을 받으면 연간 기본급의
300%를 PI로 받게 되는 셈이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제도를 바꿔 PI로 지급하던 금액 중 `기본급의 100%`를 실적에 관계없이
고정급으로 지급하고 있다. 실적에 따라 받는 PI의 연간 변동폭이 최대 300%에서 200%로 줄고 기본급으로 받는 게 늘어난
셈이다. 이는 PI가 직원 개개인의 역량이나 노력보다 어느 부서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지급비율이 달라진 점을 반영한 결과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연봉제도도 손질했다.
종전에는 한 해 높은 고과를 받더라도 이듬해 평가가 낮아지면 연봉이 삭감되는 구조였으나 연봉 변동이 크면 가계설계가 어렵다는 불만이
제기됨에 따라 당해연도뿐 아니라 종전의 평가결과까지 반영하는 누적연봉제로 전환했다.
LG전자의 올해 임금인상 폭은 5.5% 안팎에
달할 전망이다. 지난달 노경(노사)협상을 통해 노조 측은 회사에 임금인상 폭을 위임했다. 회사는 여러 가지 안을 검토해 이달 중순
최종 결정을 내릴 예정이며 현재 인상 폭으로 5.5%를 유력하게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상된 임금은 3월부터 소급
적용한다. LG전자는 2007~2009년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LG전자가 보통 5% 미만의 임금인상 폭을 결정해 왔던 점을 감안하면 올해
검토하는 인상 폭은 매우 높은 편이다. 이는 지난해 LG전자가 사상 최고 실적을 기록한 데다 2007년부터 3년 연속 임금을 동결한
것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LG전자는 지난해 해외법인을 포함한 글로벌 기준으로 매출 55조5241억원과
영억이익 2조8855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이뤄냈다.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액인 20조6136억원을 달성한
LG디스플레이는 올해 임금인상 폭을 8%로
결정해 지난달 임금부터 적용했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임금을 동결한 바 있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지만 올해는
3% 올리기로 했다. 지난해 임금을 동결했던 현대중공업은 오는 5월께 임금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노측이 경제위기를
들어 사측에 임금인상을 위임했으나 올해는 협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포스코는 지난해 임금을 5~10% 자진 반납했지만 올해는 소폭
인상할 전망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국내 기업들의 실적이 좋았던 만큼 올해는 노조의 임금인상 요구가
거셀 것으로 예상된다. 남용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장은 "지난해 국내외 경기가 좋지 않아 노조에서 무교섭 임금협상을 하거나
아예 사측에 위임하는 곳이 많아 국내 5000여 개 기업의 평균 임금인상률이 1.7%에 불과했지만 올해는 4~5%의 경제성장률이
예상돼 상황이 많이 다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