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포인트' 사기극과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 연기

지난 27일 아기 분유와 기저귀를 반값으로 할인판매한다고 속여온 쇼핑몰 다다포인트 대표가 구속기소됐다. 아이에게 좋은 우유를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아껴보겠다는 주부의 마음을 우롱한 사기꾼이 구속된 것이다.

다다포인트의 사업방식은 지난 3월 대표가 구속된 하프플라자와 비슷한 파격적인 할인이었다. 하프플라자는 사업모델이 될 수 없는 반값할인을 내걸고 사업을 벌이다 300억원어치의 피해를 입혔다.

다다포인트는 올 1월 문을 열었고 한달 뒤인 2월 다음카페에 안티사이트가 생겼고 다시 한달 뒤인 3월말 사이트가 폐쇄되었다. 그 사이 피해액이 12억원이다. 피해자들이 아기 엄마인 주부들이었다는 점에서 다다포인트의 사기극은 괘씸하기까지하다.

하프플라자와 다다포인트의 경우 파격적인 가격으로 빠르게 입소문이 퍼졌고 가입회원수와 방문횟수가 늘면서 랭킹사이트에서도 상위를 차지했다.

인터넷 업계에서 사업초기 성공의 지표는 회원수와 방문횟수다. 랭킹 사이트에서 상위를 차지하며 바람을 일으키는 업체에 언론의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하프플라자의 경우 사이트 오픈부터 안티사이트가 만들어지기까지 수차례 언론에 보도되었고 이는 오히려 하프플라자를 홍보하고 소비자들의 인지도와 신뢰도를 높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즉, 이제까지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신뢰도 확보에 언론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이른바 '뜨는 사이트'에 대한 보도일 뿐 객관적인 신뢰도를 보장하지는 못한다.

그런데 이런 사기극의 피해를 막고 전자상거래 사이트에 대한 신뢰도에 대한 객관적 지표를 마련할 수 있는 법안이 지난 21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세 번째로 연기되었다.

지난 21일 국회정무위원회는 '전자상거래 소비자보호법 개정안' 심의를 다음 9월 정기국회 때 논의하기로 해 4월과 6월에 이어 3번째 연기했다. 이 법안은 하프플라자와 다다포인트 등 인터넷 전자상거래로 인한 소비자들의 피해가 늘면서 지난 3월 소비자보호원과 공정거래위원회, 소비자단체 등이 공청회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고 공정위가 국회에 제출한 것이다.

내용을 보면 전자상거래 업체들에게 에스크로 시스템(escrow system 매매계약이행보장장치)과 피해보상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도록 하고, 소비자 피해가 심각하다고 판단될 때 강제로 서비스를 중단하는 '임시중지명령제'를 도입한다는 것이다.

에스크로 시스템은 은행이나 카드사 같은 신뢰성 있는 제3자가 결재대금을 보관하고 있다가 물품 배송이 완료된 후에 사업자에게 대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98년부터 이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옥션(www.auction.co.kr)은 이 시스템이 판매자와 소비자간에 믿고 거래할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라고 말한다. 이 시스템은 선불제로 인해 하프플라자나 다다포인트처럼 고객이 물품 배송 지연이나 지급받지 못할 경우 판매자에게 대금을 지급하지 않음으로서 소비자를 보호한다.

피해보상보험 가입은 거래과정에서 입은 피해에 대해 보험사가 소비자에게 물품 대금을 대신 지급하도록 하는 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토록 하는 것이다.

에스크로 시스템이 피해가 일어나기 전의 사전조치라면 보험은 사후조치에 해당된다. 물품 대금을 선불로 받은 판매자가 그 금액을 다 써버렸거나 자산이 없는 경우 소비자는 피해액을 돌려받을 곳이 없다. 이런 경우를 대비해 업체가 의무적으로 보험에 들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 인터넷 쇼핑몰의 소비자피해보상보험상품으로는 서울보증보험의 '쇼핑몰보증보험'이 유일하다. 보험 가입은 '전자상거래등에서소비자보호에관한법률'에서 권장사항으로 다루고 있어 의무조항은 아니다. 다만 결재수단 발행자에게만 의무조항이다. 현재 가입한 업체는 대부분 포털사이트나 대형 쇼핑몰에 입점하기 위한 의무조건이어서 가입한 경우다.

또 한 가지 임시중지명령제는 다수의 피해사례가 신고될 경우 해당 사업자에 대해 영업을 중단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하프플라자의 경우 피해사례가 9백건이나 신고된 2월초까지도 하프플라자 사이트가 정상 접속되고 있었고 다다포인트도 3월까지 소비자보호원에 신고된 피해사례가 136건이나 되고 있었음에도 25일에서야 사이트가 폐쇄되었다.

이 때문에 안티사이트 등이 활동하는지 알지 못하는 소비자가 초기 피해사례가 신고된 이후에 구매를 계속해 피해자가 늘어나게 되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임시중지 명령을 비롯한 사이트에 대한 제제조치는 필수적이다.

이상과 같은 소비자 보호를 위한 법률이 국회에서 세 번씩이나 연기되는 것에 대해 재정경제부, 법무부, 정보통신부가 '과잉규제로 부담이 커진다', '실효성이 없다'고 하고 업체도 에스크로서비스의 수수료가 부담스러워 반대한다고 한다.

그러나 계속되는 소비자의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안이 늦어질수록 인터넷 쇼핑몰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는 낮아지고 결국 그 피해는 든든한 배경을 갖지 못한 중소쇼핑몰이 입을 수밖에 없다.

소비자들은 이제 싼 가격대신 신뢰를 찾기 시작했다. 그 증거로 오프라인 유통망을 가진 대형 쇼핑몰이나 홈쇼핑의 인기가 높아가고 있다. 이는 규제로 인한 업체의 부담이 커진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인터넷에서조차 중소기업, 소호의 활동영역이 좁아지고 대형 쇼핑몰로 고객이 집중되는 결과를 나을 뿐이다.

대형 유통망과 오프라인 상점을 갖춘 대기업의 인터넷 쇼핑몰과 홈쇼핑의 인터넷 쇼핑몰은 에스크로나 피해보상보험 등을 굳이 갖추지 않아도 고객의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 이들 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이 제도의 도입이 불필요한 지출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규모 인터넷쇼핑몰의 경우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은 공신력있는 기관이 확실한 보호장치로 쇼핑몰에 대한 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그래야 소비자들은 대형쇼핑몰이나 중소 쇼핑몰이나 동등한 선상에서 가격과 서비스를 보고 선택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전자상거래 사이트 인증제도 외에 에스크로 시스템이나 피해보상보험을 포함시킨다면 쇼핑몰에 대한 신뢰도는 높아질 것이다. 그래야 대형 쇼핑몰과 중소쇼핑몰이 동등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제까지 우리 경제는 발전만 중시하면서 소비자 보호나 고객서비스에 소홀해 왔다. 이제야 그 중요성을 인정해 고객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인터넷 쇼핑몰 등 전자상거래에서도 업계의 발전만 중시할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 대한 보호를 적극 도입할 때 더 큰 발전이 있을 것이다.

당장 업체들 입장에서는 지출로 보이지만 장기적인 안목에서 소비자가 마음놓고 전자상거래를 할 수 있는 든든한 바탕이 될 것이다. 소비자에 대한 보호장치가 늦어질수록 중소쇼핑몰이 죽어간다는 점을 생각해 다음 회기에는 꼭 이 법안이 통과되기를 빌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