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헌절 함께 일나갔다 참변…아버지도 숨져 "아침에 막내가 먹고 싶다던 잡채를 못해 준 것이 너무 마음에 걸립니다."

18일 오후 1시께 서울 강남시립병원 장례식장. 전날 서울 송파구 잠실동 건물 지하에서 소음방지공사 도중 본드 질식사고로 남편 신아무개(47)씨와 아들(17·ㅁ고 2년)을 한꺼번에 잃은 최아무개(43)씨는 아들의 마지막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것을 못내 가슴 아파했다.

최씨는 "오후에 잡채 재료를 사러 나가려다 사고 소식을 들었다"며 울먹였다.

신군은 휴일인 17일에도 일터로 나서는 아버지를 돕겠다며, 아침 일찍 아버지와 함께 집을 나섰다.

신군 가족은 아이엠에프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만 해도 아버지 신씨가 백화점 냉·난방 설비업체를 운영해 비교적 유복한 생활을 했다.

그러나 아버지가 울산에서 추진하던 10억원짜리 공사가 부도나면서 가세가 삽시간에 기울었고, 이때부터 서울 노원구 공릉동의 반지하 단칸방으로 이사가는 등 가난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아버지는 평화시장에서 포장마차를 시작했고, 어머니는 식당일과 화장품 외판원 일을, 누나(19·ㅅ간호대 1년)는 피자집 아르바이트를 했다.

막내인 신군은 4년 전 중학생 때부터 아버지가 새로 시작한 소음방지공사 일을 도우며 짐을 나눠 지려 했다.

힘든 삶 속에서도 가족의 끈끈한 정을 보여줬던 두 부자는 19일 오전 11시께 함께 화장돼 경기도 파주의 한 납골당에 안치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