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불경기에 따른 소비침체 현상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특소세를 내리고 일선 할인점에서는 깎아주기는 물론 '덤''끼워팔기'가 성행하지만 소비자들은 여전히 구매를 망설이고 있다. 외환위기에도 끄떡없이성장했던 위스키시장도 한파에 시달리고 있으며 '불황에 신사복이 팔리지 않는다'는 속설은 이제 정설이 됐다. 불황 한파에 시달리는 유통 각부문 현장을 점검해봤다.

◆특소세 인하, 약발 없다=지난 12일부터 PDP, TV, 에어컨 등의 특소세가 인하됐지만 가전 매장의 매출증대 효과는 미미하다. 한 대형 전자제품할인점의 관계자는 "에어컨 매출은 4~5% 반짝 증가했지만 성수기임을감안하면 특소세 인하의 직접적인 영향이라고 보기 힘들다"며 "나머지는 워낙 고가제품이라 문의전화도 뜸한 상황"이라고 매장 분위기를 전했다.

백화점 가전매장도 매출 증가세는 0.2~4%에 그쳤다. 이 같은 증가세는그나마도 대기수요가 몰렸던 12, 13일의 상황이고 시간이 지나면서 마이너스 신장으로 돌아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격인하 효과가 큰 에어컨은 이미 계절적 수요가하향 추세에 접어들어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며 "PDP TV나 프로젝션TV는 실제 혜택이 3만~4만원 수준으로 말 그대로 병아리 눈물만큼이라 소비심리 회복에 기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할인점도 바짝 긴장=대형 할인점은 생필품을 주로 취급, 비교적 불황의 사각지대에 있었지만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지난달 0.1~0.5% 수준의소폭 매출 감소세를 겪은 뒤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할인점들은 일단 비용부담을 떠나 영업시간 연장으로 활로를 모색하고있다. 9월 중순에서 10월까지 영업시간을 자정까지 연장하지 않은 할인점을 찾기 어려울 정도이고, 홈플러스 일부 매장 등 24시간 영업을 하는점포도 속속 늘고 있다.

경쟁이 심한 지역의 할인점들은 음료, 기저귀, 화장지 등 대표 생필품가격을 손해보면서까지 판매하고 있으며 덤, 증정, 무이자 할부, 사은품, 휴가비 제공, 공짜영화 상영까지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눈물 나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술도 안 마신다=주류업계도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다. 서민의 술인 값싼 소주만 겨우 제자리를 지킬 뿐 위스키, 맥주의 판매량은 외환위기이후 처음으로 일제히 감소했다. 업계에선 내수불황이 워낙 심각해 손을쓰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실제 올 상반기 위스키 판매량은 170만상자(상자당 500㎖ 20병)로 전년보다 3% 줄었다. 이 같은 현상은 이달 들어서도 전혀 달라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다.

내수시장이 꽁꽁 얼어붙으면서 수입시장에도 이상징후가 포착됐다. 상승세를 이어온 위스키 수입이 지난 6월 들어 전년보다 19.8%나 줄어든 것이다. 맥주도 상반기 판매량이 9716만8000상자(상자당 500㎖ 20병)로1년 새 3.3%나 빠지는 등 심각한 불황의 늪에 빠져들었다.

◆정장류 매출둔화 뚜렷=의류업계 매출둔화 현상이 확연히 눈에 띄고 있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곤 소비가 회복될 조짐이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 그 중에서도 정장류의 하락세는 두드러진다. 남성정장, 여성정장 등품목별로 다소 차이가 있으나 올 2/4분기 정장류는 전체적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5~10%의 하락세를 보였다.

7월 들어 단행된 여름 정기세일에서도 남성 및 여성정장은 매출 하락현상이 뚜렷하다. 영캐주얼 의류가 3% 가량 소폭 상승세를 보인 것과는 달리 정장류는 심각한 매출감소에 허덕였다. 신사복의 경우 갤럭시, 마에스트로 등 대형 업체의 정장보다 캠브리지멤버스, 지크, 쟌피엘 등 중소브랜드의 매출감소가 더욱 심각했다.

여성정장의 경우도 매출 하락현상이 뚜렷해 조이너스, 베스티벨리 등 다수의 정장 브랜드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