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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신성인이죠. 그런데 차마 잘했다는 말이 안 나오네요. 두 아이를 생각하면 그야말로 벙어리 냉가슴이에요. 훌륭한 남편을 둔 업이라 생각해야죠."
　
25일 근무 중 어린애를 구하고 자신은 열차에 치인 '아름다운 철도원' 김행균씨(42)의 아내 배해순씨(39)가 털어놓은 속내다. 그는 다리 접합수술에 들어가기 전 통증이 심한 나머지 차라리 발목을 절단하는 것이 낫겠다고 외치는 남편을 바라보며 가족과 자신을 돌보지 않은 채 선로로 뛰어든 행동에 야속함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착한 남편에게 지금껏 한번도 '좋은 사람'이라는 따스한 말 한마디 못해준 것이 못내 아쉽다며 눈물이 글썽였다.
　
남편 김씨는 그에게 '살아 있는 교과서'였다. 힘든 가정형편 때문에 어려서부터 스스로 인생을 가꿔왔으나 항상 낙천적이며 긍정적인 사고를 잃지 않았다. 억울한 일을 당한 남을 보면 함께 분개하고 고민하며 이웃사랑을 실천했다.
　
김씨는 한국전쟁 때 평안남도 순천에서 월남한 부모의 3형제 중 막내였다. 어려운 가정형편 때문에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국립 철도고등학교에 진학, 현재 철도청 열차운용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2∼3년마다 근무지가 바뀌어 결혼생활 15년 동안 이사만 6번을 갔다는 김씨의 출·퇴근 시간은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24시간 근무지만 평균 근무시간은 30시간 정도. 일에 바빠 오후 3∼4시 이전에 퇴근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열차운용팀장으로서 맡은 업무는 열차가 역에 들어오기 전 선로상태와 신호상태, 승강장으로 열차가 들어올 때 승객이 안전선 밖에 있는지를 확인하고 위급한 상황에 열차를 정차시켜 승객을 대피시키는 일을 하다 보면 퇴근시간을 제때 맞추기 힘들다. 그리고 집에서 쉬는 날이면 개구장이 아빠로 변신한다. 두 아들의 숙제를 함께 해결하고 모형장난감을 같이 만들기도 했다.
　
김씨가 열차와 인연을 맺으며 선행을 베풀기 시작한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라는 게 아내 배씨의 설명이다. 김씨가 수원에 살고 있는 첫째형님김익균·홍명옥씨(49) 부부 집에 얹혀살던 총각 시절, 초등학교 1학년쯤으로 보이는 여자아이가 인천역에서 길을 잃고 헤매며 울고 있는 것을 본 김씨는 아이를 집에 데려와 3개월 동안 조카처럼 돌보다 부모의 품에 안겨줬다.
　
아내 배씨는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아픔 속에서도 남편 김행균씨가 들려준 말 한마디를 곱씹으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다.
　
"여보, 미안해. 준성아 효성아, 빨리 낳아서 너희들이랑 같이 놀러갈게. 조금만 기다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