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신당 의원들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표정으로 박수를 친 반면, 한나라당 의원들은 팔짱을 끼거나 굳은 표정을 지은 채 대부분 앉아 있었고, 민주당 의원들은 절반 가량만 일어났다가 곧바로 앉았다. 민주당의 경우 추미애 의원만 노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떠날 때까지 일어서서 박수를 쳤다.

노 대통령이 연설 막바지에, 원고에 없던 송두율 교수 문제를 즉석 연설하자,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순간 웅성거림이 일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는 노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떠나기 직전 악수를 하며 "검찰 수사중인 사건을 그렇게 말씀하셔도 됩니까"라는 말을 던졌고, 노 대통령은 웃음으로 응수했다.

국회는 이날 노 대통령의 시정연설이 시작되기 전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노 대통령을 기다리던 각 당 대표와 총무들의 표정도 잔뜩 굳어 있었다. 연설 20분 전인 9시40분께 국회의장 접견실에 도착한 노 대통령이 "국민투표가 되는 방향으로 정치권에서 합의해 주길 바란다"고 요청하자, 박상천 민주당 대표는 "헌법상 어렵다"고 맞받아쳤다. 이어 박 대표와 노 대통령 사이에 잠깐 '날이 선' 대화가 오갔다. 박 대표는 "국회에서 (재신임) 문제를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노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먼저 중간평가와 재신임을 거론했고, 민주당도 거론하지 않았는가"라고 말했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노 대통령을 향해 "국회의 결정에 대해 시비걸고 발목잡기 한다는 표현을 쓰는 것은 온당하지 못하다"며 "그런 말은 자제해야 한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날 한나라당 최 대표는 접견실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의 연설이 끝난 뒤, 박상천 대표는 서둘러 본회의장을 나와 담배를 피워 물었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앞으로 참 곤란하게 됐어"라고 말했다. 최병렬 대표는 "좀 두고 보자"고 말한 뒤 함구했다. 김근태 통합신당 원내대표는 함박웃음을 띤 채 기자들에게 둘러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