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정년 연장 및 인력채용 확대 정책에 대해 상당수 기업들이 "시장원리와 기업부담을 도외시한 탁상공론"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새해 들어 정년 60세 연장 및 임금피크제 도입 채용 확대시 1인당 연간 100만원 세액공제 이공계 인력 채용시 보조금 지급 등의 정책을 잇따라 발표했다.

삼성·LG·현대차·SK 등 주요 대기업들은 이같은 정부 발표가 선거용으로 급조(急造)된 인상이 짙고 당장 현실화되기는 어렵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정년 연장 방안에 대해 기업들은 이구동성으로 '현실과 거꾸로가는 정책'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서울상공회의소 하명근 부회장은 "정년을 연장하고 민간기업에 강제하는 식의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면서 "현행 연공형 임금체계를 손질하지 않고선 정년연장은 공염불"이라고 말했다. 중소기협중앙회는 "중소기업은 50세이상 근로자 비율이 대기업의 2배로 젊은 생산직의 유입이 시급하다"며 "인위적 정년연장은 기형적 인력구조와 청년실업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임금피크제도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운영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경총 최재황 홍보실장은 "생산성과 임금의 궤적(軌跡)을 똑같이 그리도록 하자는게 임금피크제의 취지"라며 "하지만 정년 보장을 전제로 한 듯한 임금피크제는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삼성구조조정본부 관계자도 "임금피크제는 비현실적 요소가 많아 전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공계 인력 채용에 보조금을 주는 방안에 대해서는 반응이 엇갈린다. 전자업체 등은 환영하지만, 인문사회계 출신을 많이 뽑는 무역·유통업체 등은 불만이다. LG그룹 관계자는 "이공계보다 취업난이 더욱 심각한 문과 출신들, 비(非)기술 관련 회사에서는 불평등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전자측도 "보조금보다는 병역특례를 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과거 2년간 평균 고용인력를 넘는 인원을 채용할 때 1인당 100만원까지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방안도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5대 그룹 관계자는 "직원 1명에게 투자되는 비용이 연간 수천만원이 넘는데 그 정도 세금 깎는다고 억지로 채용할 기업이 없다"면서 "아이 하나 더 낳으면 20만원씩 준다는 전시행정과 같다"고 말했다. 원자재나 설비는 남아돌면 처분하면 되지만, 사람은 일단 채용하면 해고도 어렵고 명예퇴직 비용이 더 들어가는데 정부 의도가 먹힐지 의문이라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