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년 동안 노동계는 임금 안정에 협력하고 사용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을 최대한 자제하는 것을 뼈대로 한 노·사·정 합의가 나왔다.

노사정위원회는 8일 오전 김성태 한국노총 사무총장, 조남홍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부회장, 박길상 노동부 차관 등 노동계와 사용자, 정부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일자리 만들기 사회협약 기초안'을 발표했다.

합의안을 보면 △노동계는 임금수준이 높은 부문에 대해 앞으로 2년 동안 임금안정에 협력하고 △사용자는 인위적인 고용조정을 최대한 자제하고 고용조정이 불가피할 경우 노조와의 협의를 통해 인원을 최소화하며 △정부는 기업활동에 대한 규제를 완화하고 기업 고용확대를 위한 조세 및 금융지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노동계는 비정규·중소기업 노동자와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격차를 줄이는데 노력하고 △사용자는 경영정보 공개와 불법 정치자금 제공관행을 뿌리뽑도록 하며 △정부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 대상 확대 등 사회안전망을 확충해 나가기로 했다.

노·사·정의 이번 사회 협약은 외환위기 뒤인 지난 1998년 2월 정리해고 허용과 전교조 합법화 등을 타결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사회협약'에 이어 두번째다.

그러나 조남홍 경총 부회장이 회견에서 "노사가 임금안정에 협력한다는 것은 '대기업 노조가 임금을 동결했으면 좋겠다'는 사용자의 뜻을 노동계가 받아들인 것"이라고 해석한 데 대해 김성태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임금 안정은 임금을 동결한다는 뜻이 아니라 생산성 향상과 물가인상 범위를 뛰어 넘지 않는 선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혀 이견을 드러내기도 했다.

노·사·정은 이번 합의를 이행하기 위해 올해 임단협에서 반영되도록 노력하는 한편 제2, 제3의 협약을 만들어 구체적인 실현 방안을 마련해 나가기로 했다.

경총과 전경련 등 사용자 단체들과 한국노총은 이날 일제히 성명서 등을 내어 사회협약안 합의에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하지만 이번 합의안 마련에 민주노총이 불참한데다 구체적인 이행 방안도 결여돼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이날 "대기업 노동자의 임금 억제로 악용될 여지가 있고 협약을 이행할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노사정위원회는 오는 10일 노사정위원회 본위원회를 거쳐 이번 협약의 최종안을 확정하기로 했다. 정부도 이 달 중 일자리 만들기와 관련한 범정부 종합대책을 내 놓는 한편 '일자리 만들기 민관합동위원회'를 꾸려 이번 협약을 보완·발전시켜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