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일(현지시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회원국의 실업률 종합 보고서를 내놨다. 여기서 한국은 네덜란드에 이어 세계 2위의 고용 선진국으로 꼽혔다. 올 4월 기준 한국의 실업률은 3.8%로 OECD 평균 7.8%의 절반에도 못미쳤다.유럽연합(EU) 9.2%, 미국 8.9%, 일본 5% 등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좋은 성적이다.

한국 고용시장 현실은 정말 그럴까. 현장 분위기는 거리가 한참 멀다. 통계청이 지난 10일 발표한 ‘고용동향’ 보고서 분석 결과 우리나라 실질 실업자는 300만명을 넘어서는 것으로 11일 밝혀졌다. ‘사실상 백수’로 분류되는 ▷실업자 93만8000명 ▷18시간 미만 일하며 추가 취업을 원하는 자 17만9000명 ▷쉬었음 130만6000명 ▷취업 준비 35만5000명 ▷일시 휴직 25만5000명을 더한 수치다.

지난 5월 실질 실업인구는 총 303만3000명으로 전월 304만4000명 보다는 1만1000명 가량 줄었지만, 1년 전과 비교해선 11만5000명 증가했다. 현재 실질 실업률은 11.5%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가 공식 발표한 금년 5월 기준 실업률 3.8%의 3배가 넘는다. 세계 2위 고용 선진국이란 OECD 평가는 ‘통계 착시’에 의한 것일 뿐 한국 노동시장의 실상은 ‘고용 대란’ 그대로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실상 어느 선까지를 실업으로 보느냐는 매우 까다로운 문제”라면서 “우리나라 고용시장 고유의 특성 때문에 실업자에 속하지 않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많이 잡히는 현상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선진국에 비해 짧은 3~8개월의 실업 수당 지급 기간, 특정 시험에 집중하면서 공부 기간이 길어지는 우리나라 특유의 구직 관행 등 다른 나라와 비교해 명목 실업률이 낮게 나타날 수 밖에 없는 요인이 산적하다.
통계청 관계자는 “고용동향을 발표할 때 비경제활동인구 세부 항목을 10가지로 나눠 발표하는 등 보조지표를 제공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