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단일화·전임자 제한 등 노동기본권 되레 후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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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허용을 2년6개월 유예하고 내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전면 금지토록 한 노동부·한국노총·한국경영자총협회 3자 합의안이 현행법보다 노동기본권을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는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다. 현행법대로 시행되면 비정규직 등 소수노조도 교섭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러나 3자 합의안은 창구 단일화의 근거 조항을 노조법에 명시하기로 했다. 사업장별로 하나의 교섭창구만 허용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소수노조의 교섭권 박탈과 산별교섭의 무력화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또 3자 합의안은 복수노조 허용 시점을 다음 대선이 치러지는 2012년 7월로 대폭 늦춰 시행 여부도 불투명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성희 한국비정규직센터 소장은 “2012년 7월은 대선을 앞둔 시기이기 때문에 복수노조 허용은 대선 후보들의 공약으로 다시 떠넘겨지기 쉽다”며 “제도 시행을 무한정 유예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조항도 마찬가지다. 3자 합의안은 내년 7월부터 노조 전임자에게 임금 지급을 전면 금지하는 대신 교섭·고충처리·산업안전 등 일부 노조활동에 대해서는 타임오프(유급으로 인정해주는 노조활동시간)를 허용키로 했다.

그러나 ‘타임오프’는 현행법 틀 내에서도 적용이 가능하다. 현행 노조법·근로자 참여 및 협력에 관한 법률·근로기준법·산업안전법 등은 고충처리·산업안전·노사교섭 등 핵심 노조활동에 대해 유급으로 근로 면제가 가능토록 규정하고 있다. 오히려 3자 합의안은 타임오프와 사업장 규모별 전임자 상한제를 병행토록 하고 있어 현행법보다 노조 활동을 더 옥죌 수 있다.

이에 따라 3자 합의안보다는 현행법을 전면 시행하는 것이 노동자의 권리를 더 잘 보호하는 방안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장은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을 금지하고 타임오프를 적용하는 것은 현행법과 3자 합의안이 같지만 상대적 약자인 소수노조의 교섭권을 보호하고 사업장별 복수노조를 조기 도입하는 점에서 현행법이 노동권 보호에 더 적극적”이라며 “노동자 입장에서는 3자 합의안보다는 오히려 현행법대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제혁기자 jhju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