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트랙터 시장의 잠재력은 엄청납니다. 인도, 터키에 생산기지 건설을 검토해야 할 시점이 됐습니다. 브라질, 남미, 인도네시아도 놓칠 수 없는 시장입니다.”

　지난 8일 경기도 안양시 LS타워에서 만난 심재설 LS엠트론 사장은 차분하게, 그러나 자신감 있는 어조로 ‘글로벌 트랙터 톱 기업’을 향한 로드맵을 설명했다.

　오는 10월말 준공식을 갖는 LS엠트론 중국 칭다오 트랙터 공장은 ‘세계 일류 트랙터 기업’을 향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심 사장은 강조했다. LS엠트론은 중국 공장에 연간 2만대 수준의 생산 캐파를 갖추고 거대 중국 시장을 공략하게 된다.

　심사장은 중국을 거점으로 본격적인 글로벌화 전략 구상에 들어갔다. 그의 다음 타깃은 터키와 인도. 심 사장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지정학적 이점을 가진 터키에 생산기지를 마련해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 트랙터 시장 본격 진출을 위한 발판으로 삼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중국 못지 않은 거대 시장인 인도에도 공장 건설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심사장은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 시장과 인도네시아 진출 필요성 역시 빼놓지 않았다. 심 사장은 트랙터 부분 경쟁력 강화를 위한 인수ㆍ합병(M&A)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ㆍ내외 몇 개 업체를 놓고 저울질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글로벌화 및 M&A 전략을 통해 LS엠트론은 지난 해 1700억원 규모였던 트랙터 매출을 2015년까지 1조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농기계인 트랙터가 사양 사업이 아니냐는 질문에 심 사장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현재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는 글로벌 트랙터 기업들의 매출 규모는 10조 이상”이라며 “국내가 아닌 해외 시장을 겨냥하면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 사장은 트랙터와 함께 향후 LS엠트론의 대표 사업으로 FCCL(Flexible Copper Clad Laminateㆍ연성회로기판)을 꼽았다. 그는 휴대폰 및 LCD 등에 들어가는 회로기판용 FCCL을 2017년까지 매출 1조 규모로 키워 세계 1위에 올려놓겠다는 야심을 숨기지 않았다.

　심 사장은 “5년 후에 기계 부분에서는 트랙터가, 회로소재 분야에서는 FCCL이 LS엠트론을 대표하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나머지 사업분야 역시 경쟁력을 끌어올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심 사장은 그룹 대내외에서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LS전선의 옛 기계산업 부문을 근간으로 지난 2008년 7월 신설된 LS엠트론 수장에 오른 심 사장은 강력한 ‘혁신 드라이브’를 통해 부임 1년 만에 회사를 흑자 전환시켰다. 그룹 내에서 골칫덩이로 여기던 사업분야를 ‘기대주’로 탈바꿈 시킨 것이다.

　하지만 심사장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심 사장은 “제가 보기에 LS엠트론의 혁신 완성도는 20% 수준”이라며 “제가 있는 한 혁신의 중단은 없다”고 말했다.

　혁신의 욕구 만큼 자신감도 넘쳤다. 심사장은 “사업은 쉽다”고 일갈했다. “경쟁사가 신이 아닌 이상 우리만 경쟁력을 확보하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것이 사업”이라는 것이다. LS엠트론이 시장에서 충분히 이길 만 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는 자부심이 그대로 전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