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부터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와 근로시간 면제제도(타임오프)가 시행되면서 현장에서 노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금속노조 산하 40개 사업장 1만여 명은 지난달 하순부터 타임오프 폐지를 요구하며 전국 규모 동시 파업에 들어갔다. 반면 새 노조법을 인정하고 노사 간 대립을 피하기 위한 현실적인 대책을 준비하는 곳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용자가 노조의 요구에 밀려 `이면합의`를 한 경우다.

정치투쟁보다는 조합원 이익 중심의 노동운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달 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주적인 노조활동을 전개하는 선진노조로 변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해 고통을 감내하면서 타임오프를 수용한다'고 밝혔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1일부터 노조 전임자 수를 현재 55명에서 30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오종쇄 노조위원장은 '앞으로 집행부 노동 강도가 늘어나겠지만 노조는 감독기능을 강화하면 일을 합리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타임오프 수용에 대해 비판이 있겠지만 또 다른 모범을 보여주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77일간 `옥쇄파업`으로 대립한 쌍용차 노사는 타임오프 한도를 적용해 현재 39명이던 전임자를 7명으로 줄이기로 했다. 나머지 32명에게는 법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노조가 재정 자립방안을 마련해 급여를 지급할 계획이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타임오프 대리전을 치르고 있는 기아차에는 일촉즉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금속노조 기아차 지부는 이미 조합원 65%의 높은 찬성률로 파업 준비를 끝냈다. 다만 중앙노동위원회의 행정지도 결정에 따라 타임오프와 관련한 파업은 불법이 되는 게 부담스럽다. 19년 연속 임단협 무분규 타결을 이어 온 대우조선해양 노사도 타임오프 문제로 삐걱거리고 있다. 기존 전임자 수를 유지해 달라는 노조와 타임오프 한도를 벗어날 수 없다는 사측이 팽팽히 맞서면서 노사 신뢰에 금이 갈 위기에 처했다.

더 큰 문제는 `이면합의`다. 당장은 급한 불을 끌 수 있겠지만 나중에 더 큰 노사 갈등을 불러올 수 있어 염려된다. 경총이 자체 조사를 벌인 결과 노조의 위법 편법적 단체협상 요구로 `법으로 정한 타임오프 대상 이외 업무를 유급으로 인정해 달라(51.4%)`는 것과 `노조 간부 활동을 근로시간 면제 범위에서 제외해 별도로 유급을 인정해 달라(45.7%)`는 것이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모 회사의 경우 휴직자에게 최장 1년까지, 평상 시 임금의 50~70%를 지급할 수 있게 하는 단협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영계에선 이 조항이 노조 전임자를 위한 편법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