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는 타임오프제 규정에 맞춰 200여명의 유급(有給) 노조 전임자를 21명으로 줄이기로 합의했으나, 실제로는 노조가 회사 돈으로 최대 전임자 80여명의 임금을 보전할 수 있는 '우회수단'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회·편법 논란은 기아차 노사가 '보전 수당'이라는 항목 등을 신설, 조합원 1인당 월 1만5000원가량을 지급하기로 합의한 데서
비롯되고 있다.
사측은 "현대차와의 수당 차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지만,
노동계 안팎에서는 이 돈이 조합원 동의 절차를 거친 뒤 조합비로 전환돼 전임자 임금으로 사용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측에 확인해 본 결과 기아차 노조는 수당을 조합비로 사용해 무급 전임자들의
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노동계 관계자도 "위법시비를 없앴을 뿐 사실상 조합비를 지급하기 위한 편법을 쓰는
것"이라고 말했다.
3만여명 조합원의 '보전 수당'은 연간 50억원에 달하며, 이는 전임자 80여명(1인당 6500만원으로 환산)의
연봉에 해당된다.
기아차 노조 규정에 따르면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치거나, 대의원 430여명의 3분의 2가 찬성하면 규약과 세칙을
고쳐 이 수당을 조합비로 사용할 수 있다. 보전 수당이 노조 전임자들의 월급으로 전용될 경우 '노조 스스로 전임자 급여를 해결해야 한다'는
타임오프제의 취지를 무력화시키는 결과가 된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 관계자도 본지 취재에 대해 "겉으로는 타임오프제를 준수한
것으로 보이지만 1인당 수당 1만5000원이 지급됐기 때문에 기아차노조 입장에서는 손해 볼 것이 없다"며 "결국 노사가 함께 실리를 얻은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한 기아차 조합원은 "보전 수당은 명칭만 그럴 뿐 사실상 '조합비를 공제하는 데 쓰일 수당'으로 보면
된다"며 "임금에서 어느 정도 만족을 본 조합원들이 신설된 수당을 조합비로 사용하는 것에 동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기아차
측은 "조합비는 노조 스스로 알아서 할 일"이라며 "보전 수당은 기아차 호봉제를 적용받는 대리급 이하 전 직원에게 지급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기아차 노조 관계자는 "(수당의 일부를 조합비로 쓰는 것을) 논의한 적은 있지만 자신들의 수당을 빼내가는 것을
좋아할 조합원이 없기 때문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현재는 논의를 잠시 중단한 상태"라고 말했다.
고용부는 난처한 입장이다.
절차대로 조합원의 동의(조합원 총회나 대의원 대회 결의)를 얻는다면 법적으로는 문제 삼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타임오프제
자체가 조합비는 조합원 스스로 알아서 한다는 원칙인데 조합원들이 동의해서 보전 수당을 조합비로 쓴다면 막을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만약 기아차 사측이 조합원을 제외한 기아차의 다른 임직원에게는 보전 수당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전운배 고용부 노사협력정책관은 "이 경우 부당노동행위로 볼 소지가 있다"며 "이번 단협으로 인상된 급여가 지급되는 이번 달 이후부터 기아차에
대한 특별 점검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